풀면 불안 묶으면 부담…토허구역 해제 두고 갈라진 시선
  • 이중삼 기자
  • 입력: 2025.12.16 00:00 / 수정: 2025.12.16 00:00
"해제 검토할 시점" 오세훈, 규제 과도 지적
국토부 "서울시와 논의한 적 없어"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최근 한 인터뷰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임시 조치라고 말했다. 다만 이달 중 발표될 추가 부동산 대책에선 토허구역 해제 내용은 담기지 않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배정한 기자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최근 한 인터뷰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임시 조치'라고 말했다. 다만 이달 중 발표될 추가 부동산 대책에선 토허구역 해제 내용은 담기지 않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배정한 기자

[더팩트|이중삼 기자] 서울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 해제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정치권에서 연일 규제 지역 완화 주장이 나오는 가운데 내년 상반기 해제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다만 정부 안팎에선 이달 중 발표될 추가 부동산 대책에 해제안이 담기지 않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엇갈린 신호가 이어질 경우 시장 혼선이 커질 수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집값 안정이 확인되기 전까진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치권에서는 토허구역 해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0일 제333회 서울시의회 정례회 시정질문에서 "토허구역 해제를 고려해 볼만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오 시장은 "초기엔 풍선효과 우려가 있더라도 지정 범위를 최소화했어야 했다"며 "규제가 지나치게 넓어졌다"고 지적했다.

오 시장은 이후에도 비판 수위를 높였다. 지난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10·15 대책을 겨냥해 "주거 안정을 내세웠지만 현실은 정반대"라며 "실수요자의 숨통부터 조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규제 지역 확대와 각종 제한이 매매시장 문턱을 비정상적으로 높였다"며 "부작용을 바로잡겠다는 정부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는 지난 4일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공개적으로 토허구역 해제를 시사한 바 있다"며 "정책라인 안팎에서는 이르면 연내 늦어도 내년 상반기 일부 지역 해제가 가능하다는 관측도 나온다"고 주장했다. 이어 "투기 수요가 크지 않은 실수요 중심 지역부터 부동산 규제를 해제해야 한다"고 했다.

국제기구도 한국 정부 부동산 대책을 혹평했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는 이달 초 공개한 '2025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이미 규제가 강한 지역을 추가로 강화하면 규제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며 "이러한 조치는 고소득층을 뺀 모든 계층의 양질 주택에 대한 접근을 막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 서울 집값 45주 연속 상승…강남·마용성 오름세

국토교통부는 지난 3일 해명자료를 통해 토허구역 해제 관련 서울시와 논의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임영무 기자
국토교통부는 지난 3일 해명자료를 통해 "토허구역 해제 관련 서울시와 논의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임영무 기자

현재 서울 집값은 과열 양상을 보인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45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2월 둘째 주(8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전주 대비 0.18% 상승했다. 재건축 추진 단지와 역세권·학군지·대단지 등 주요 선호단지를 중심으로 상승 계약이 체결된 영향이다.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지역 집값도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경기 역시 일부 규제지역을 중심으로 오름폭이 커졌다. 과천·안양·분당 등이 대표 사례다.

다만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신중론을 유지한다. 집값 상승 흐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규제 완화는 '시기상조'라는 판단이다. 국토부는 지난 3일 해명자료에서 "토허구역 해제 관련 서울시와 논의한 적 없다"며 "해제 시점을 조율했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시장에선 토허구역 해제를 사실상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연말 추가 대책 발표 이후 내년 지방선거 이전에 정부가 토허구역 해제 여부를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며 "빠르면 연초에는 해제 대상 지역 윤곽이 드러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해제 시점을 둘러싼 엇갈린 신호가 오히려 시장 혼선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규제 완화 기대가 앞서면 투기적 수요를 자극할 수 있어 충분한 시장 안정이 확인되기 전까지는 정책 기조의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실제 전례도 있다. 서울시는 지난 2월 잠실·삼성·대치·청담동 일대에 대한 토허구역을 해제했다가 집값이 급등하자, 한 달여 만에 강남3구와 용산구로 규제를 다시 확대 적용했다. 규제 완화 기대가 가격 상승으로 직결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다.

업계 관계자는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도 토허구역을 '임시 조치'라고 언급했다. 제도가 장기간 유지되긴 어렵다고 본다"며 "다만 성급하게 해제 시점을 앞당기기보다는, 집값 안정 흐름이 확인될 때까지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편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j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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