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인터넷전문은행(인뱅) 가운데 케이뱅크와 토스뱅크가 출범 이후 처음으로 CEO 연임 국면을 맞았다. 케이뱅크 최우형 행장은 이달 말 2년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있고, 토스뱅크 이은미 대표의 임기도 내년 3월 만료된다. 업계에선 '첫 연임 CEO'가 나올 가능성에 무게를 두면서도, IPO(기업공개)와 실적, 내부통제 등 각 사의 숙제가 연임 심사 테이블에 그대로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 이사회는 최우형 행장의 12월 31일 임기 만료를 앞두고 지난 9월부터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가동해 차기 행장 인선을 진행 중이다. 업계에선 케이뱅크가 코스피 상장을 앞둔 만큼 '중간에 사령탑을 바꾸기 어렵다'는 논리에서 최 행장 연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케이뱅크는 지난달 한국거래소에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청구했다. 2021년 이후 두 차례 상장 시도가 수요예측 부진 등으로 무산된 데 이어 세 번째 도전이다. 재무적 투자자(FI)들과의 계약상 내년 7월까지 상장을 마쳐야 하는 상황이라 '이번이 사실상 마지막 기회'라는 평가도 나온다.
실적 흐름은 희비가 엇갈린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당기순이익 1281억원을 기록해 전년(128억원)의 10배 수준으로 실적을 끌어올리며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 올 3분기 누적 순이익도 1034억원으로 2년 연속 1000억원대를 유지했다.
다만 분기 흐름만 놓고 보면 부담 요인도 뚜렷하다. 올해 3분기 개별 기준 당기순이익은 19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8.1% 감소했다. 상반기까지 대규모 부실채권 매각·상각으로 '역대급' 분기 실적을 냈으나 하반기 들어 IT 투자와 마케팅 비용, 가상자산 예치금 이용료 상승 등이 겹치며 수익성이 주춤한 모습이다.
외형은 빠르게 커지고 있다. 3분기 말 기준 케이뱅크 고객 수는 약 1500만명, 수신 잔액은 30조4000억원, 여신 잔액은 17조9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0~40%대, 10%대 성장을 이어갔다. 다만 디지털자산(업비트 예치금) 의존도가 여전히 높고, 대출 규제 환경 변화에 따라 향후 성장 경로에 변수가 적지 않다는 점은 연임 평가에서 고려될 전망이다.
◆ 이은미, 토스뱅크 '실적 만점·내부통제 낙제'가 최대 숙제
토스뱅크는 이은미 대표의 1기 임기가 내년 3월 끝난다. 토스뱅크는 이달부터 임추위를 가동해 차기 CEO 롱리스트를 검토하고 있으며, 내년 1월 숏리스트 압축, 2월 최종 후보 추천, 3월 이사회 의결을 거쳐 새 대표를 선임할 계획이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지배구조 관련 규정에 따라 절차 준수하며 임추위를 진행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실적만 놓고 보면 '연임 청신호'에 가깝다. 토스뱅크는 지난해 연간 기준 순이익 457억원을 기록하며 출범 3년 만에 첫 연간 흑자를 달성했다. 올해 들어서는 성장 속도가 더 빨라져, 2025년 3분기 누적 순이익이 81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6% 이상 증가했다.
고객 기반도 빠르게 커졌다. 3분기 기준 토스뱅크 고객 수는 1370만명, 자체 월간활성이용자(MAU)는 981만명 수준으로, 1년 새 각각 20%대 중반 성장했다. 여신 잔액은 15조원 중반, 수신 잔액은 30조원 안팎까지 늘며 '제2 인뱅'에서 '완전한 시중은행급'으로 외형을 키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변수는 내부통제다. 토스뱅크에서는 올해 5월과 6월 재무 조직 팀장급 직원이 회사 자금 약 27억8600만원을 법인 계좌에서 본인 계좌로 빼돌린 횡령 사고가 발생했다. 인터넷전문은행에서 발생한 첫 대형 횡령 사고 이후 금감원과 한국은행은 정기·공동검사와 후속 점검을 통해 토스뱅크의 내부통제와 IT·보안 체계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선 '최대 실적'과 '내부통제 구멍'이 동시에 연임 평가표에 올라가는 셈이다. 업계에선 토스뱅크가 사고 이후 책무구조도 보완, 재무 프로세스 개선, 인력 재배치 등 후속 조치를 얼마나 성실하게 이행하느냐에 따라 연임 여론이 갈릴 수 있다고 본다.

◆ 인뱅 2기 체제 가르는 '첫 연임'…IPO·규제환경도 변수
케이뱅크와 토스뱅크 모두 이번 인사가 '인뱅 2기 체제'를 여는 분수령이 될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두 은행 모두 출범 초기의 '성장 실험기'를 지나 자본시장과 규제 환경 속에서 안정적인 수익 구조·내부통제 체계를 증명해야 하는 단계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케이뱅크는 코스피 상장 성패와 상장 후 주가·수익성 관리 역량이, 토스뱅크는 대형 사고 재발 방지와 건전성·수익성의 조화가 각각 연임 평가의 핵심 잣대가 될 전망이다. 동시에 디지털자산, 스테이블코인, IT 보안·금융소비자 보호 등 새로운 규제 이슈도 인터넷은행 CEO의 리스크 관리 능력을 시험대에 올려놓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연임은 각 은행의 경영 안정성과 시장 신뢰도를 증명하는 기능을 발휘한다"며 "임기 만료 전까지 별다른 돌발 변수가 없다면 리더십 연속성이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케이뱅크, 토스뱅크 모두 어려운 환경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앞으로 진행해야할 장기적인 과제들이 산적해있는만큼(IPO, 주담대 출시 등) 지속적인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