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장혜승 기자] 한미 정책 호재에 로봇 관련 종목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인공지능(AI)에 이어 로봇을 차세대 전략 산업으로 지목하면서다. 한국 정부도 로봇 산업 육성 의지를 공식화했다.
◆ 코스피 거북이걸음 이어갈 때 로봇주 주가 '쑥'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대표 로봇 종목인 두산로보틱스는 11월 12일부터 이달 12일까지 최근 한 달간 7만9000원에서 8만4000원으로 6.32% 증가했다. 두산로보틱스는 국내 협동로봇 시장의 선두 기업으로 꼽힌다. 지난 9월 미국의 로봇 솔루션 SI 기업 원엑시아(ONE XIA)를 인수하면서 협동로봇 제조 중심의 구조를 솔루션 기반 사업으로 넓히고 있다.
현대오토에버는 같은 기간 19만1900원에서 29만4000원으로 53.2% 증가했다. 8일에는 장중 최고가인 30만7000원까지 치솟았다. 현대오토에버는 현대차그룹의 정보기술(IT)·소프트웨어 전문 계열사로 로봇 관련 시스템 개발을 담당한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최근 피지컬 인공지능(AI) 구현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수소와 로봇 사업을 담당할 태스크포스(TF) 조직을 신설하는 등 로봇 사업에 힘을 주고 있다.
코스닥 시가총액 5위 레인보우로보틱스는 같은 기간 39만4000원에서 47만9000원으로 21.5% 증가했다. 12위 기업 로보티즈는 22만4000원에서 30만2500원으로 35%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가 0.4%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상승 추세가 두드러진다.
상장지수펀드(ETF) 시장도 강세다. 한 달 새 로봇 테마 ETF인 PLUS 글로벌휴머노이드로봇액티브는 15.15%, RISE AI&로봇는 12.86%, KODEX로봇액티브는 10.91%의 수익률을 냈다.

◆ 美 차세대산업 지정·韓 정책 수혜에 기대감
이 같은 상승 배경에는 한국과 미국 정부의 로봇 산업 육성 정책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이 최근 로봇 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나 산업 발전을 가속화하기 위해 전폭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내년 로봇 산업과 관련한 행정명령 발령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상무부 대변인은 매체에 "로봇 공학과 첨단 제조업은 중요한 생산을 미국으로 되돌리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우리는 로봇 공학과 첨단 제조업에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는 노란봉투법과 주 4.5일제 도입 추진 가능성이 로봇 관련주의 주가 상승에 불을 지폈다. 기업들이 노동 의존도를 줄이고 생산성을 제고하기 위해 로봇 도입을 가속화할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도 지난 9월 국민성장펀드를 조성해 앞으로 5년간 AI·반도체·로봇·미래차 등 첨단전략산업에 5년간 150조원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난 4일 열린 'M.AX(제조업 AI 전환) 얼라이언스-국민성장펀드 연계 간담회'에는 현대차, 두산로보틱스, CJ대한통운 등 다수 기업이 참석해 로봇 관련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증권가는 당분간 로봇주의 강세는 지속될 거라고 본다. 김귀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2026년 휴머노이드 로봇이 초도생산되면서 신규 밸류체인 구축에 따른 로봇 산업 성장이 전망된다"며 "관련 내러티브가 수주·매출 숫자로 확인되며 수혜 기업의 기업가치 중장기 우상향 추세가 동시에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양승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2025년 단연코 국내 로봇 시장의 센티먼트를 리드하고 있는 기업은 현대차로 현대차도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양산 준비에 여념이 없는 상황"이라며 "그룹사, 기존 협력사, 로봇 부품 전문 회사와의 합종 연횡이 기대되는 만큼 내년 상반기까지 로봇 섹터의 모멘텀은 지속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