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김태환 기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3회 연속 인하했음에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동결을 유지하면서 국내 시중은행 가계대출금리는 오히려 상승하는 모습이다. 특히, 은행권이 가계대출 증가와 자본비율 관리를 동시에 고려하며 가산금리를 인상하면서 당분간 금리 상승세는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12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11월 주담대 평균금리는 4.23%로, 지난달(4.12%) 대비 0.11%p 상승했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KB국민은행은 10월 4.02%에서 11월 4.12%로 0.10%p 상승했으며 신한은행은 4.08%에서 4.16%로 0.08%p 올랐다. 하나은행은 4.06%에서 4.17%로 0.11%p, 우리은행은 4.15%에서 4.21%로 0.06%p, NH농협은행은 4.30%에서 4.47%로 0.17%p 상승했다.
이처럼 주담대 금리가 상승하는 것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 기조가 이어진 것이 반영된 결과다. 기준금리 인하기가 종료된 것과 관련해 은행채 금리가 상승하는 등 은행의 조달비용이 상승하는데다, 연간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를 초과한 은행들은 가산금리를 높여 관리를 강화해 금리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특히, 고환율과 집값 상승이 지속되면서 한은의 추가 금리 인하 시점이 계속 늦춰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은은 지난해 10월과 11월, 올해 2월, 5월에 기준금리를 0.25%p씩 낮춘 이후 동결을 지속하고 있다. 현재 기준금리는 2.5%로, 내년 1월까지 동결할 경우 9개월째 현 수준을 유지하게 된다.
시장에서는 환율과 집값 불안이 이어지며 금리 인하가 사실상 종결됐다는 관측에 점차 무게가 실린다. 실제 한은은 지난달 27일 통화정책방향문에서 '인하 기조' 문구를 삭제했으며, '인하 속도 결정' 문구는 '추가 여부 결정'으로 수정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당분간 추가 인하할 가능성과 동결을 이어갈 가능성을 모두 열어놓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지만, 시장에서는 '동결 시그널'로 해석하고 있다. 물가·가계부채·환율이라는 전제 조건이 여전히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5년 11월 수출입물가지수'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물가는 141.82(2020=100)로 전월(135.19) 대비 2.6% 올랐다. 지난 7월(+0.8%) 이후 다섯 달째 오름세로 상승폭은 지난해 4월(+3.8%)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주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주 대비 0.18% 오르며 전주(0.17%)보다 상승폭이 커졌다. 올해 들어 상승세를 달린 서울 아파트값은 10·15 대책 발표 후 주춤했다가 최근 들어 다시 상승폭이 커지고 있다.
특히, 미 연준마저도 향후 금리 인하가 불확실한만큼, 당분간 한은의 기준금리 역시 동결 기조가 지속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연준은 10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은 다소 높은 수준이고 경제 전망 불확실성도 여전히 크다"고 진단하며 내년 말 기준금리 예상치의 중간값을 9월 회의 때와 같은 3.4%로 제시했다. 이는 내년에 금리를 한 차례 정도 더 내릴 수 있지만, 그 이상은 신중하게 판단하겠다는 뜻으로 전망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를 결정하려면 미국 연준의 명확한 인하 시그널이 나오거나 환율 안정, 국내 부동산 가격 진정과 같은 명확한 신호가 있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려운 실정"이라며 "내년에도 주택담보대출을 포함한 가계대출 금리는 큰 폭의 하락보다는 높은 수준이 유지되거나 국면에 따라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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