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SK엔무브를 품에 안은 SK온이 재무안정성을 바탕으로 도약을 노린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등 경쟁업체가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대규모 계약을 체결하는 상황에서, 실질적 시너지 창출로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SK온은 포드자동차와 50대 50으로 만든 미국 배터리 생산 합작법인 블루오벌SK 운영 구조를 재편해 각자 운영하기로 했다. 미국 테네시주 공장은 SK온이, 켄터키주 공장은 포드가 운영한다.
업계에서는 합작 종결로 부채비율이 낮아지면서 재무 건전성이 확보될 것으로 본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EV용 배터리 시장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포드 물량을 최우선으로 하던 운영 방식을 전환할 전망이다.
블루오벌SK 생산 체제는 유연해지는 셈이다. 다양한 글로벌 완성차 고객을 확보할 뿐만 아니라 ESS 시장 수주 확대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지난달 SK엔무브를 통합한 SK온은 재무건전성 확보와 함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SK온 이사회는 대표이사로 이석희 사장과 이용욱 사장, 사내이사로 신창호 운영총괄 피승호 제조총괄, 김원기 SK엔무브 사장, 장호준 트레이딩 인터내셔널 사장, 기타비상무이사 SK이노베이션 권영수 전략본부장, 장용호 총괄사장이 등기돼 있다.
앞서 지난 10월 부재훈 MBK파트너스 부회장과 김마이클민규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한국투자PE) 대표이사는 SK온 기타비상무이사 자리에서 물러났다. SK온은 2023년 MBK와 한국투자PE로 등 재무적투자자(FI)로부터 약2조3000억원 자금을 받은 바 있다.
부 부회장과 김 대표가 기타비상무이사에서 물러난 배경으로는 SK온이 투자금 상환 절차를 마무리한 점이 꼽힌다. SK온 상장 의무 조항도 해소됐다. SK온은 FI 자금을 받으면서 2026년까지 상장하지 못하면 투자금을 상환해야 하는 약정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SK온 이사회는 외부 인사가 빠지고 이석희·이용욱 최고경영자(CEO)와 시너지를 창출할 사내독립기업(CIC) 대표로 재편된 셈이다. 통합 SK온은 출범 이후 '원팀'을 강조했다. 이석희 대표는 지난달 3일 "얼마나 협력을 잘하는지가 단단하게 성장할지를 결정한다"라고 말했다.
SK온은 SK온 트레이딩 인터내셔널 트레이딩 역량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원소재 조달 역량을 강화하고자 했다. 배터리 제조에 필요한 원소재와 원자재 수입·수출·판매 등 사업을 함께하며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의도다.
SK엔무브는 전동화 시대에 액침 냉각과 열폭주 방지 기술 등이 SK온 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우선 같은 고객군을 활용하고 제품을 교차 판매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분석이 있다. 내년에는 구체적인 시너지를 낼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당장 재무구조가 개선된 점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트레이딩 인터내셔널 합병 영향으로 올해 3분기 당기순손실 규모를 줄였다. SK온은 지난해 당기순손실 2조617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 3분기 당기순손실을 8765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경쟁사가 최근 들어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대규모 계약을 체결한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8일 메르세데스-벤츠와 2조원 규모 전기차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올라 칼레니우스 벤츠 회장은 지난달 한국을 방문해 LG와 협력을 강조한 바 있다.
삼성SDI 미주법인 삼성SDI 아메리카는 지난 10일 미국 에너지 관련 인프라 개발·운영 업체와 2조원 규모 ESS용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공급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배터리에 집중해 온 삼성SDI는 LFP 수주로 성과를 낸 셈이다.
SK온 관계자는 "운영 효율 제고를 위한 자산과 생산 규모 전략적 재편"이라며 "45GWh 규모 테네시 공장에서 포드 등 다양한 고객사 전기차용 배터리와 ESS 공급을 추진해 북미 시장에서 수익성 중심의 내실화에 중점을 둘 것"이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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