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이한림 기자] 인공지능(AI) 기술이 업권을 막론하고 핵심 경쟁력으로 자리 잡은 가운데, 증권가도 AI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전문 인력 확보에 혈안이다. 전통적인 리서치나 영업 방식으로는 더 이상 생존을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인재 확보를 통한 기술 경쟁력 강화가 곧 미래 먹거리와 직결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NH투자증권, 키움증권 등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최근 AI 기술을 사업 전반에 활용하는 수준을 넘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AI 관련 서비스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위해 AI 전문 인력 채용 시 테크기업 수준의 파격적인 연봉과 성과급을 제시하거나 디지털 혁신 관련 조직 개편, 기술 내재화 등도 속도를 내는 중이다.
이들은 AI 전담 조직을 앞세워 대대적 인재 확보에 공을 들인다. 과거부터 꾸준히 빅데이터나 AI 분야 외부 전문가 영입에 공을 들인 미래에셋증권은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로보픽'의 적용 대상을 최근 중개형 ISA나 비과세 종합저축 등으로 확대해 고객 자산 배분 솔루션에도 AI 기술을 접목하고 사내 정보기술(IT) 직군 직원을 대상으로 코딩 테스트를 진행하는 등 디지털 인력 기술 역량 강화 등에 힘을 쓰고 있다.
삼성증권도 AI 개발 직군이나 IT 솔루션 직군 채용을 상시 채용으로 공표하고 인재 확보에 사활을 건 증권사 중 한 곳으로 꼽힌다. 올해 리서치센터에 디지털리서치팀을 신설했고, 하반기에는 사내 벤처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디어를 발굴해 이를 AI 기반 투자 서비스에 접목할 수 있도록 개발에 나선 것도 인적 경쟁력 확보를 위한 대표적인 사례다.
NH투자증권도 디지털 혁신 분야를 전담하는 디지털솔루션본부를 중심으로 최근 AI 경쟁력 제고에 무게를 둔 증권사에 이름을 올린다. 지난 8월 미국 AI 스타트업 플루토와 제휴해 AI 투자 에이전트를 개발하고 고객 경험을 확대하고 있으며, 이날(12월 10일) 조직개편을 통해 리테일 사업부문에 AX(AI Transformation)를 내재화하는 조직 개편으로 AI 경쟁력을 확대하고 있다. 데이터 분석가나 AI 엔지니어 충원을 위한 수시 채용 확대도 인력 기반 확대에 박차를 가하는 요인이다.
'리테일 강자' 키움증권은 고객 기반을 바탕으로 AI 기술을 접목한 주식 분석 서비스 제공에 주력한다. 지난해 신설된 사장 직속 AIX팀을 중심으로 올해도 AI 관련 경력직 인력을 충원하고, 10월에는 생성형 AI와 검색 증강 생성(RAG) 기술을 결합한 챗봇 서비스를 출시해 고객 편의를 높이고 있다. 이달 9일 AI 기반 자산운용사 콴텍과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 일임 서비스 도입을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을 체결해 디지털 금융 전환을 주도하고 있다.
이처럼 증권사들이 AI 인재 확보와 기술 도입 등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명확하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트렌드에 맞게 고객 경험을 확대하고 이를 통해 업계 위상을 공고히 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결국 AI 경쟁력 확보가 향후 증권업계에서 생존을 가르는 핵심 요소가 됐다는 이야기다.
다만 이러한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현실적인 난관이 적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높은 연봉과 유연한 조직 문화를 앞세운 빅테크 기업들과의 인재 확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어려워 AI 전문 인력이 필요한 분야에서는 구인난을 겪고 있어 실제 채용이 순탄치만은 않아서다. AI 인재를 어렵게 육성했더라도 네이버나 카카오 등 국내 테크기업에 유출되는 사례도 빈번하다는 후문이다.
금융투자업계 내 만연한 보수적인 규제 환경도 AI를 활용한 디지털 혁신의 걸림돌로 해석된다. 금융당국은 AI 기반 서비스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서 신뢰성 확보를 요구하고 있으나, 관련 업무 확대를 위한 추가적인 인재 영입이나 기술 개발, 조직 개편 등은 다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고객이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AI 기반의 투자 자문 서비스 로보어드바이저의 기술적 신뢰성과 윤리적 책임 확보도 과제로 꼽힌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AI 인재 확보에 대한 현실적인 어려움과 보수적인 규제 환경 등 여러 난관이 존재하지만, AI 도입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AI 시대에 맞는 조직 문화 혁신과 인력 양성에 지속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