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팔란티어 키우자"…'국방 AI 생태계 조성' 한목소리
  • 우지수 기자
  • 입력: 2025.12.10 11:07 / 수정: 2025.12.10 11:07
국회 'AI G3 강국 신기술 전략 조찬 포럼' 개최
SK·LG·네이버·NC·한화 등 국방 AI 발전 방안 토론
10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AI G3 강국 신기술 전략 조찬 포럼에 참석한 민·관·학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국회=우지수 기자
10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AI G3 강국 신기술 전략 조찬 포럼'에 참석한 민·관·학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국회=우지수 기자

[더팩트|우지수 기자] 국내 주요 인공지능(AI) 기업들이 '국방'을 미래 핵심 먹거리이자 기술 확장의 전초기지로 지목했다. 국방에서 검증된 고도화 기술을 민간으로 확산시키는 '한국판 팔란티어' 전략으로 AI 산업의 확장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10일 오전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AI G3 강국 신기술 전략 조찬 포럼'을 공동 개최했다. 이날 포럼에는 서영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무의 발제를 시작으로 SK, LG, 삼성, 네이버, NC를 비롯해 다양한 '국가대표 AI' 기업 경영진이 참석해 국방 분야에서의 AI 활용법을 논의했다.

기조 발제를 맡은 서영우 전무는 국방 AI 생태계 조성을 위한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상생을 제안했다. 서 전무는 "대한민국이 방산 수출 4강으로 도약하려면 글로벌 업체들과 경쟁해야 하는데, 그 경쟁의 승부처는 결국 AI가 포함된 기능"이라며 "방산 업체 혼자서 모든 걸 할 수 없는 만큼 AI 스타트업들이 방산 생태계에 들어와 지속 가능하게 경영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방 AI가 발전하려면 데이터와 인력, 인프라가 필수적"이라며 "국가 차원의 데이터 통합 플랫폼을 구축해 폐쇄망의 한계를 넘고 유망한 AI 스타트업들이 국방 난제를 해결하는 데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10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AI G3 강국 신기술 전략 조찬 포럼에서 서영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무가 기조 발제를 진행하고 있다. /국회=우지수 기자
10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AI G3 강국 신기술 전략 조찬 포럼'에서 서영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무가 기조 발제를 진행하고 있다. /국회=우지수 기자

이어지는 토론에서 이영탁 SK텔레콤 부사장은 국방 AI의 잠재력을 미국의 데이터 분석 기업 '팔란티어'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이 부사장은 "최근 국회 토론회에서 국방 분야는 범용인공지능(AGI)을 넘어 초인공지능(ASI)으로 가야 하는, 그야말로 'AI의 끝판왕'이라는 결론이 나왔다"며 "사람이 개입할 수 없는 급박한 상황에서 AI가 완벽하게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부사장은 "미국 팔란티어는 군사 작전용 소프트웨어에서 쌓은 기술을 바탕으로 기업용 플랫폼을 만들어 민간 시장까지 장악했다"며 "우리나라도 국방 분야의 고도화된 AI 기술이 다른 산업 분야로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팔란티어는 초기에 국가 정보기관인 CIA 산하 벤처펀드 인큐텔(In-Q-Tel)의 투자를 받아 성장했다"며 "우리 정부도 국방부, 국정원, 경찰청 등이 본인들의 필요에 의해 예산을 투입하고 기업이 이를 통해 기술을 개발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민간 기술의 국방 적용을 위해 보안이 생명인 국방 시장 특성을 겨냥한 인프라 전략도 제시됐다. 정성권 LG유플러스 전무는 "국방은 데이터를 안전하고 신속하게 처리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폐쇄망 환경에서도 데이터를 안전하게 처리하고 합성데이터 등을 활용할 수 있는 '소버린 클라우드'를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국방 및 공공 기관이 안심하고 쓸 수 있는 환경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동수 네이버클라우드 전무는 AI 도입의 핵심 가치로 '비용 혁신'을 꼽았다. 이 전무는 "AI는 미사일 개발 등 천문학적인 국방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기술"이라며 "현대전이 AI 에이전트 기반으로 재편되고 있는 만큼, 민간의 고급 AI 인력과 기술이 국방 난제 해결에 투입될 수 있도록 하는 가교 역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10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AI G3 강국 신기술 전략 조찬 포럼에 참석한 이영탁 SK텔레콤 부사장(왼쪽)과 정성권 LG유플러스 부사장이 토론에 참여하고 있다. /국회=우지수 기자
10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AI G3 강국 신기술 전략 조찬 포럼'에 참석한 이영탁 SK텔레콤 부사장(왼쪽)과 정성권 LG유플러스 부사장이 토론에 참여하고 있다. /국회=우지수 기자

이연수 NC AI 대표는 '국방 특화 AI'를 만들기 위한 필수 조건으로 과감한 데이터 개방을 역설했다. 이 대표는 "AI가 국방 같은 특수 분야에서 전문가처럼 일하려면, 일반 상식을 배운 뒤에 군사 용어와 작전 상황 같은 '심화 데이터'를 따로 학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확인해 보니 우리 군에는 AI 학습용으로 쓸 수 있는 양질의 데이터가 예상보다 훨씬 많았다"며 "이 데이터 빗장만 풀리면 기술 기업들이 이를 가공해 곧바로 실전에 쓸 수 있는 '국방 전문 AI'를 완성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국산 AI 반도체(NPU) 업계도 힘을 보탰다. 신성규 리벨리온 CFO와 하창우 퓨리오사AI 이사는 "보안과 영속성이 중요한 국방 분야야말로 국산 NPU가 안정적인 공급망 역할을 할 수 있는 최적의 시장"이라며 "순수 우리 기술로 조달·운영 가능한 소버린 AI 인프라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학계에서는 국방 AI 발전을 위해 기술 흐름의 변화를 직시해야 한다는 진단도 나왔다. 이재욱 서울대 AI연구원장은 "과거 인터넷 등 신기술이 국방에서 시작돼 민간으로 흘러갔다면, 지금 AI는 빅테크가 주도하는 민간 기술이 국방을 훨씬 앞서가는 '역전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며 "민간의 빠른 혁신 속도를 국방이 흡수하는 모델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예산 구조 개편을 시사하며 화답했다. 김경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인공지능정책실장은 "내년도 국방 예산 약 65조원 중 무기 체계 획득 비용이 20조원 수준"이라며 "물리적 실체 획득 비용 외에 소프트웨어와 AI 쪽으로 예산을 전환한다면 충분히 큰 시장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index@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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