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고발·국내외 손배소…쿠팡 김범석 의장 등장할까
  • 유연석 기자
  • 입력: 2025.12.08 13:58 / 수정: 2025.12.08 13:58
국회 과방위, 김범석 쿠팡Inc 의장 청문회 증인 채택 예고
국내 로펌, 미국 현지법인과 손잡고 손배소 추진 움직임
정치권에서 쿠팡 청문회을 열고 김범석 쿠팡Inc 의장을 증인으로 소환하겠다고 예고하고, 아울러 고발도 추진하겠다고 하면서 김 의장이 전면에 등장할지 관심이 모인다. /더팩트 DB
정치권에서 쿠팡 청문회을 열고 김범석 쿠팡Inc 의장을 증인으로 소환하겠다고 예고하고, 아울러 고발도 추진하겠다고 하면서 김 의장이 전면에 등장할지 관심이 모인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유연석 기자] 쿠팡의 3370만건 개인정보 대량 유출 사태가 알려진 지 열흘째를 맞았지만, 창업주이자 실소유주인 김범석 쿠팡Inc 의장은 여전히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정치권이 지난주 국회 현안질의에 이어 청문회와 고발을 추진하기로 하는 등 압박 강도를 높이면서, 이번엔 김 의장이 모습을 드러낼지 관심이 쏠린다.

아울러 고객들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이뤄질 것으로 알려지면서, 김 의장이 더는 지금과 같이 수면 아래에만 있기는 힘들 거란 전망도 나온다. 다만 그가 전면에 등장한다고 하더라도 법적 책임을 지울 수 없다는 한계는 여전하다.

◇ 과방위, '쿠팡 청문회'…김범석 증인 채택 예고

8일 유통업계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오는 17일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 청문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과방위는 앞서 지난 2일 박대준 쿠팡 대표와 브랫 매티스 최고보안책임자 등을 불러 현안질의를 한 바 있다. 하지만 이들이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자료를 제출하지 않거나 답변을 회피하자 여야는 보다 명확한 원인 규명이 필요하다고 보고 쿠팡 청문회를 여는 데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문회에 김범석 의장이 등장할지가 이목이 쏠린다.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김 의장에 대한 증인 채택을 추진하겠다고 예고했다. 그는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사태 해결의 키를 쥐고 있는 김범석 회장 등등을 증인으로 채택할 예정"이라며 "김 회장은 쿠팡 해킹 청문회에 반드시 출석해 성실하고 진정성 있게 답변하길 촉구한다"고 했다.

아울러 국회 정무위원회는 김 의장에 대한 고발을 추진 중이다. 지난 3일 진행된 현안질의에서 윤한홍 정무위원장은 "정무위 소속 위원들은 모두 김범석 의장 고발에 이미 동의한 상태"라며, "(고발) 시기를 연말 가기 전에 하기로 의논을 했다"고 밝혔다.

국내 최대 이커머스 플랫폼 쿠팡에서 3370만 건에 달하는 개인정보가 유출된 가운데 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의 모습이 보이고 있다. /박헌우 기자
국내 최대 이커머스 플랫폼 '쿠팡'에서 3370만 건에 달하는 개인정보가 유출된 가운데 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의 모습이 보이고 있다. /박헌우 기자

◇ 한국 넘어 미국서도 손배소 추진 움직임

쿠팡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 집단소송 규모가 나날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김 의장이 등장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법무법인 지향은 이날(8일)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고 관련 피해자 1만330명을 대리해 서울중앙지법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지향 측은 "쿠팡은 기본적인 개인정보보호법상 의무를 지키지 않은 무방비 상태"였다며 "이번 사태는 쿠팡의 보안 시스템 붕괴가 낳은 예고된 인재"라고 했다.

이밖에 법률사무소 호인 소속의 김경호 변호사를 비롯해 법무법인 LBK평산, 대륜, 도울, 로피드, 번화, 일로, 청 등도 손해배상 집단소송 참여자를 모집하고 소송 대리를 진행하고 있어, 규모는 수 배 이상으로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몇몇 로펌이 미국 현지법인과 연계해 손배 소송을 미국에서 직접 제기한다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현재까진 검토 단계라 실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다만 미국 법원의 경우 한국과 달리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있어 과징금 및 배상 규모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여, 김 의장이 계속 모습을 드러내지 않기란 어려울 거란 관측도 나온다.

◇ 김범석 의장, 이번엔 모습 보일까

김범석 의장은 미국 공시에 명시된 '한국 사업의 최고운영의사결정자'다. 쿠팡Inc가 지난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를 통해 공시한 분기 보고서에는 "우리는 한국 소매 시장과 기타 해외 시장을 중심으로 사업을 하는 소매업체를 소유하고 운영한다"며 "최고운영의사결정자는 우리의 최고경영자"라고 명시돼 있다.

그럼에도 김 의장은 쿠팡과 관련한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쿠팡 대표를 앞세운 채 본인은 일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최근 국회 현안질의에서 박대준 쿠팡 대표가 "한국 사업은 내가 책임자다"며, 김 의장을 향해 겨눠지는 정치권과 고객들의 화살을 최대한 방어하려 하지만, 오히려 이 같은 태도가 분노에 기름을 붓는 상황이다.

김 의장은 지난 2021년 국정감사에 불출석한 이후부터 이번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까지 국회 청문회와 현안질의에 한번도 참석하지 않았다. 각종 노동자 안전사고, 쿠팡이츠 입점업체 문제 등이 발생했을 때도 해외 체류를 이유로 불출석하고, 입장조차 내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이번에 등장한다 해도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만 물을 수 있을 뿐 법적 책임을 묻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게 법조계 일반적 견해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김범석 의장은 현재 모회사 쿠팡Inc 이사이지, 정보 유출사고를 낸 한국 쿠팡의 이사가 아니다. 한국서 벌어진 일은 한국법인 한국 쿠팡 경영진의 책임 영역"이라며 "미국법인 소속 경영인에게까지 업무상 과실이 확장되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ccbb@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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