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석 쿠팡 의장, 법적 책임 없나?…사장 뒤로 숨은 '창업주'
  • 문화영 기자
  • 입력: 2025.12.03 00:00 / 수정: 2025.12.03 00:00
박대준 대표이사 "한국 법인에서 일어난 일" 선 그어
그간 '해외 체류' 등 이유로 국정감사 등 불참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커지는 가운데 김범석 쿠팡InC 의장의 책임론이 거론되고 있다. /더팩트DB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커지는 가운데 김범석 쿠팡InC 의장의 책임론이 거론되고 있다. /더팩트DB

[더팩트ㅣ문화영 기자] 3370만명 규모의 개인정보가 무단 유출되면서 쿠팡 창업주인 김범석 쿠팡Inc(쿠팡의 모회사로 미국법인) 의장의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회사를 둘러싼 각종 논란이 일파만파 퍼지고 있음에도 김 의장은 입장 표명 없이 침묵으로 일관하며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로켓배송'으로 빠른 속도를 강조하지만 정작 책임 져야 할 때는 지지부진, 무응답"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일 진행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현안질의에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의 책임 주체가 도마 위에 올랐다. 여야 의원들은 쿠팡의 실질적 지배자인 김범석 의장의 직접 사과 여부를 물었으나, 박대준 쿠팡 대표이사는 "제가 전체 책임을 지고 있다"며 선을 그었다.

박 대표는 "한국 법인에서 일어난 일"이라며 "제 책임 하에 있기 때문에 제가 다시 한번 사과 말씀을 드리고 한국법인의 대표로서 끝까지 책임을 지고 사태가 수습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김범석 의장은 글로벌 비즈니스를 담당하고 있으며 거취는 모른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사과문에 개인정보 '유출'이 아닌 '노출'이라는 표현을 쓴 것에 대해 "책임을 모면하고자 하는 의미는 아니었다"면서 "생각이 부족했었다"고 사과했으며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매출액의 3%까지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는 점과 관련해 "책임을 회피할 생각이 없다"고 답했다.

다만 김범석 의장의 사과나 공식 입장 표명은 여전히 부재한 상태다. 이에 업계에선 사고의 규모와 지배구조상 '최고 권한자'의 이러한 행보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1978년생인 김 의장은 7살 때 주재원인 아버지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을 간 뒤 하버드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했다. 지난 2010년 쿠팡을 설립했으며 '로켓배송' 등을 통해 거대 이커머스로 키웠다. 미국 이름은 봄 킴(Bom Kim)으로 현재 이사회 겸 최고경영자(CEO)를 맡아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지난 4월 쿠팡Inc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공시에 따르면 김 의장은 지난해 207만1000달러(약 30억원)을 수령했다.

김 의장은 쿠팡Inc에서 클래스B 보통주 1억5780만주(지분율 8.8%)를 보유하며 주당 29배 의결권을 행사해 의결권 기준 73.7%라는 절대적인 지배력을 갖고 있다. 쿠팡 지분 100%를 가지고 있는 쿠팡InC와 국내 법인의 전략·투자 구조에서 김 의장의 영향력을 빼놓을 수 없는 이유다.

박대준 쿠팡 대표이사가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쿠팡 침해사고 관련 현안 질의에 출석해 질의 답변하고 있다. 오른쪽은 브랫 매티스 쿠팡 최고정보보안책임자(CISO)의 모습니다. /국회=남윤호 기자
박대준 쿠팡 대표이사가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쿠팡 침해사고 관련 현안 질의에 출석해 질의 답변하고 있다. 오른쪽은 브랫 매티스 쿠팡 최고정보보안책임자(CISO)의 모습니다. /국회=남윤호 기자

그럼에도 김 의장은 한국 내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입장 표명이나 국회 출석 등을 피해왔다. 지난 2021년 국정감사 불출석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국회 청문회와 현안 질의를 모두 불참해왔다. 안전 관련 사고와 쿠팡이츠 입점업체 문제 발생시에도 해외 체류 등을 이유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특히 덕평물류센터 화재가 발생한 지난 2021년 김 의장은 쿠팡 한국법인 이사회 의장과 등기임원직에서 모두 사임했다. 당시에도 "법적 책임을 피하려는 결정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사과는 대표이사 명의로만 진행됐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쿠팡 경영진은 5개 상임위원회에 증인으로 출석했으나 김 의장은 국회 청문회와 국정감사에 모두 불출석했다. 이 가운데 올해 쿠팡 로켓배송 과정에서 노동자·배송기사 7명이 사망했다. 고용노동부는 이번 사태와 별도로 오는 10일부터 물류센터 노동 실태 점검에 나선다.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2021년 쿠팡이츠 배달원 13만5000여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으며 같은 해 쿠팡 앱 검색창과 배너 광고 사이에 회원 31만여명의 이름과 주소 등이 일부 노출됐다. 또 지난 2023년에는 쿠팡 판매자 전용 시스템에 주문자와 수취인의 개인정보 노출사고가 발생하는 등 최근 5년간 4차례 반복됐다. 그러나 이 같은 논란 속에서 김 의장이 직접 입장을 낸 적은 단한번도 없다.

대규모 개인정보 노출 소식이 전해지자 투자 심리가 위축되며 미국 뉴욕증시에서 쿠팡 주가는 급락했다. 지난 1일(현지시각) 쿠팡은 전 거래 대비일 5.36% 하락한 26.65달러로 마감했다. 쿠팡은 지난 2021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한 바 있다.

현재 박 대표가 '국내 법인'이라 선을 그으며 꼬리 자르기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이날 박 대표를 향해 "경찰 핑계 대면서 답변 안 하면 회의가 끝나기 전에 여야 간사 합의로 청문회 날짜를 잡겠다"며 "박 대표를 비롯한 (쿠팡) 실소유자 김범석 씨도 증인으로 채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김 의장이 하루빨리 사과하고 관련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김 의장이 미국에 있기에 한국 시장과 여론, 국민 의견을 보고만 받고 있으며 미국식 생각인 '법대로 하라' 또는 축소화 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에도 한국 비즈니스에 대한 대응 태도를 바꿔야 하고 빨리 와서 사과를 해야 한다"며 "이슈가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재발 방지나 대책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상황이 더 커질 수 있고 자칫하면 시장 파이를 뺏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앞서 쿠팡은 지난달 29일 공식 입장문을 내고 약 3370만 계정 규모의 개인정보가 무단 노출됐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노출된 정보에 이름, 이메일 주소, 배송지, 일부 주문 이력이 포함돼 있다고 설명하면서도 결제정보, 신용카드 번호, 로그인 정보 등은 보호 중이라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유출'이 아닌 '노출'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책임의 회피하거나 용의자로 전 중국 직원을 언급해 논란이 됐다.

cultur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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