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이한림 기자] 국내 증시 입성을 노리는 국내 최대 패션 플랫폼 무신사가 기업공개(IPO)를 위한 주관사단 선정을 마친 가운데, 주관사단에 나란히 이름을 올린 한국투자증권과 KB증권이 무신사가 원하는 10조원대 몸값에 걸맞은 역할을 해낼지 관심이 쏠린다.
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무신사는 전날 일부 증권사에 주관사 선정 결과를 통보했다. 해외 증권사에서는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이 대표 주관사, JP모간이 공동주관사로 각각 참여하고 한국투자증권과 KB증권이 국내에서 IPO 주관을 맡을 국내 증권사로 선정됐다.
무신사가 주관사단을 선정한 배경으로는 목표한 10조원대 몸값을 끌어 낼 수 있는 적임자로 판단한 결과로 풀이된다. 앞서 강력한 주관사 후보 중 하나였던 미래에셋증권이 무신사가 희망하는 높은 기업가치에 이견을 보이면서 경쟁 프레젠테이션(PT)에 불참한 전적이 있기 때문에 무신사 IPO 성공에 대한 핵심과제는 원주가 원하는 밸류에이션을 가져오는 것부터 경쟁력이 좌우할 전망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주관사 선정 이후에도 무신사의 목표 기업가치가 '무리한 밸류에이션'이라는 지적이 여전히 나오고 있다. 국내 패션 플랫폼 시장 규모에 비해 과도한 평가라는 시각과 온라인 플랫폼의 성장 둔화 가능성이 원인이다. 시장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주관사단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해석이다.
국내에서 주관사단으로 선정된 한국투자증권과 KB증권의 역할은 아직 정해지진 않았다. 다만 양사 모두 대형 딜을 성사한 경험이 있어 IPO 과정 전반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시장의 부정적 시각을 희석할 논리를 개발하는 데 핵심 역할을 맡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우선 한국투자증권은 풍부한 IPO 주관 경험을 통해 쌓은 노하우를 적극 활용할 전망이다. 5조원대 규모인 SD바이오센서, HD현대중공업을 비롯해 3조원대 시프트업, 2조원대 카카오뱅크 등 조단위 주관 경험을 맡으면서 무신사 같은 대어 딜을 주도할 역량을 갖췄다는 평가다.
KB증권도 IB 부문 전문성과 역량을 총동원해 무신사 딜에 참여한다. 국내 증시 역사상 최대 규모(70조2000억원) IPO였던 LG에너지솔루션을 비롯해 올해 상반기 7423억원 규모의 대어 HD현대마린솔루션, LG CNS와 명인제약 등 대형 상장 딜을 성공적으로 소화한 경험도 강점을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양사가 떠안은 불안 요소도 감지된다. 만약 무신사 IPO 과정에서 무신사가 바라는 밸류에이션을 끌어내지 못한다면 주관사 중 한 곳으로써 시장 신뢰를 잃을 수 있고, 공모 과정에서 시장과 마찰이 발행할 경우 흥행 실패의 부담을 안게 될 리스크 등이 있어서다.
IPO 시장 내 위상 변화도 우려된다.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지난해 IPO 주관 실적 1위를 차지했던 것과 달리 올해 상반기 공모금액이 5위권으로 하락했고 하반기에도 딜이 1건에 불과해 IPO 시장에서 부진을 겪고 있다. IPO와 직접적 관련은 없지만 전액 손실이 난 벨기에펀드의 불완전 판매 논란이 지속되고 있어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 기조 속 투자자 보호 등 평판 관리도 시급한 상황이다.
KB증권은 올해 IPO 주관 실적 1위를 달리면서 IPO 시장에서만큼은 한국투자증권보다 다소 상황이 나은 편이나,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 중 3분기 실적이 유일하게 역성장하면서 수익성을 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최근 단독 주관을 맡은 명인제약 IPO에서 오너 일가 지분 승계와 오버행 논란 등을 겪은 것도 걸림돌이다.
한 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무신사가 대표 주관사를 외국계 증권사로 선정하면서 일찌감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한 해외 투자자 유치에 주력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국내 증권사들도 모두 수조원대 대형 IPO를 성공시킨 경험이 풍부해 강점을 보일 것"이라면서도 "시장 우려를 불식하고 투자자 신뢰를 얻는 데 성공하느냐가 최종적인 몸값 달성의 핵심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