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네이버파이낸셜이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를 100% 자회사로 품는 주식교환 계약을 체결하면서 약 20조원 규모의 '핀테크·웹3 공룡' 탄생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일각에선 새 플랫폼의 성장 스토리에 주목하는 가운데 그간 업비트 실명계좌 파트너로 성장 동력을 확보해온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에선 이 빅딜이 호재만은 아닐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네이버는 지난달 26일 이사회를 열고 네이버파이낸셜이 두나무를 100% 자회사로 편입한다는 내용의 안건을 심의 의결했다.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는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해 내년 6월께 주식 교환을 마무리하고, 네이버파이낸셜이 두나무 지분 100%를 확보하는 구조다.
주식 교환 비율은 네이버파이낸셜 1주당 두나무 2.54주로, 기업가치 비율은 약 1 대 3.06(네이버파이낸셜 약 4조9000억원, 두나무 약 15조1000억원)으로 산정됐다. 이 거래가 완료되면 네이버는 검색·커머스에 이어 결제·가상자산·토큰증권까지 포괄하는 디지털 금융 지배력을 한층 키우게 된다.
케이뱅크는 이 네트워크 한가운데에 서 있다. 2020년 업비트와 실명확인 입출금계좌 제휴를 맺은 뒤 자산 규모를 2조원 안팎에서 30조원 수준까지 끌어올렸고, 업비트 예치금은 한때 전체 원화 예수금의 절반 넘게를 차지했다.
케이뱅크는 2021년 말 전체 수신의 약 53%에 달하던 업비트 예치금 비중을 2023~2024년 20% 안팎, 지난해 상반기에는 16~17% 수준까지 낮추며 의존도 축소에 나섰다. 그럼에도 올 상반기 기준 전체 원화 예수금(약 26조원) 중 약 4조4000억원, 비중으로는 17% 안팎이 여전히 업비트 예치금이다.
업비트와의 제휴 관계는 당장은 유지된다. 케이뱅크와 업비트는 지난 10월 실명계좌 계약을 2026년 10월까지 1년 더 연장하기로 했다. 케이뱅크는 "업비트와의 파트너십은 금융과 가상자산 산업을 잇는 대표 사례로, 신뢰 기반의 협력으로 차별화된 디지털자산 금융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네이버·두나무 합병으로 중장기 판이 바뀔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두나무가 네이버페이 시스템을 통해 자체 입출금망을 구축하거나 네이버와 관계가 깊은 시중은행으로 제휴선을 갈아탈 가능성도 거론된다.
네이버·두나무 합병 법인은 네이버페이, 원화 스테이블코인, 토큰증권(STO) 등 차세대 결제 인프라를 한꺼번에 묶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업비트 원화 입출금이 지금처럼 케이뱅크 단독 실명계좌에 의존할 유인이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다. 장기적으로 1거래소-1은행 규제가 완화되거나, 네이버와 밀접한 관계를 맺은 다른 시중은행이 업비트 제휴에 뛰어들 경우 예치금이 분산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금까지는 업비트도 케이뱅크도 서로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그러나 합병 법인 뒤에 네이버페이와 다른 시중은행 네트워크, 스테이블코인·커스터디 등 다양한 대안이 붙게 되면, 차기 실명계좌 계약 재협상에서 케이뱅크가 이전만큼의 협상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케이뱅크 전체 수신고의 상당 부분이 업비트 예치금인 상황에서 이 연결고리가 약해지면 기업가치와 IPO 일정에 직접적인 충격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케이뱅크는 내년 상반기 코스피 상장을 목표로 'IPO 삼수'에 도전하고 있으며, 금융당국과 거래소는 상장 심사 과정에서 업비트 예치금 편중과 제휴 종료 시 유동성 관리 계획을 집중 점검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그렇다고 이번 합병이 케이뱅크에 일방적인 악재로만 작용한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일부에서는 네이버·두나무 합병 법인이 사우디 국부펀드(PIF) 등 해외 자본을 유치해 글로벌 웹3·결제 사업을 확대할 경우, 국내 디지털 금융 생태계 전체 파이가 커지면서 케이뱅크에도 새로운 기회가 열릴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또 케이뱅크가 소호·서민금융, 개인신용대출, 기업·법인 가상자산 계좌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있는 만큼, 업비트 의존도 축소 추세가 이어진다면 리스크가 점진적으로 희석될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딜의 포인트는 케이뱅크가 업비트에 의존해 온 구조가 '언제든 바뀔 수 있는 구조'로 성격이 달라졌다는 점"이라며 "예치금이 당장 빠져나가지 않더라도 제휴 재협상이나 IPO 밸류에이션에서 불확실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네이버·두나무 합병이 결국 국내 디지털 자산·결제 시장의 전체 판을 키우는 방향으로 작동한다면 케이뱅크에도 새로운 사업 기회가 열릴 수 있다"면서도 "다만 특정 거래소 예치금에 대한 의존도는 지금보다 확실히 더 낮춰야 시장이 안심하고 상장 이후 밸류를 평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