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릭 약가 대폭 인하…중소 제약사 '생존 위기 직격탄' 우려
  • 조성은 기자
  • 입력: 2025.12.02 10:50 / 수정: 2025.12.02 10:50
수익성 직격탄·필수의약품 공급 불안 우려
업계 "R&D·고용 타격 불가피…정부 보완책 없으면 시장 정리 가속"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제네릭 의약품 1만6723개 품목 중 9048개 품목은 상한금액이 유지됐고, 7675개 품목은 인하됐다. 가격 인하는 내달 5일부터 적용된다. 사진은 1일 서울 종로구 약국 밀집 지역 모습. /뉴시스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제네릭 의약품 1만6723개 품목 중 9048개 품목은 상한금액이 유지됐고, 7675개 품목은 인하됐다. 가격 인하는 내달 5일부터 적용된다. 사진은 1일 서울 종로구 약국 밀집 지역 모습. /뉴시스

[더팩트ㅣ조성은 기자] 정부가 내년부터 제네릭(복제약) 약가를 대폭 인하하기로 하면서, 매출의 상당 부분을 제네릭에 의존해온 국내 중소 제약사가 가장 큰 충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제약업계는 "가격 인하는 기업 생존 문제"라며 반발하고 있지만, 정부는 건강보험 재정 절감과 혁신신약 투자 확대를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통해 제네릭 약가 산정률을 현행 오리지널 대비 53.55%에서 40%대까지 단계적으로 낮추는 안을 확정했다. 2012년 이후 약가 조정이 없던 4500여 개 품목이 우선 대상이며, 동일 성분 제네릭이 11개 이상일 경우 5%포인트 추가 감액하는 '계단식 인하'도 강화된다. 정부는 이를 통해 연간 약 2500억원, 4년간 최대 1조원의 건보 재정 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문제는 산업 구조상 제네릭 비중이 가장 높은 중소 제약사들이 약가 인하의 직격탄을 맞게 된다는 점이다. 매출의 70% 이상을 제네릭에서 얻는 기업들이 적지 않은 가운데, 가격이 10%포인트 이상 하락하면 제품당 마진이 급속히 악화된다. 특히 위탁생산(CMO)에 의존하는 기업은 원가가 낮지 않아 약가 인하가 수익성 급감으로 직결된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 제약사는 오리지널·바이오의약품·수출 사업으로 충격을 분산할 수 있지만 중소사는 곧바로 생존 문제와 연결된다"며 "이번 조치는 산업 구조 전반을 흔들 수 있는 만큼 충분한 의견 수렴과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실제 국내 제약사 100곳의 최근 3년 평균 영업이익률은 4.8%, 순이익률은 3%에 불과하다. 업계는 약가를 추가로 낮추면 많은 중소업체가 생산을 포기하고, 이로 인해 필수의약품 공급망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제약바이오산업 발전을 위한 약가제도 개편 비상대책위원회'는 "저가 필수의약품은 이미 수익성이 낮아 기업이 먼저 접을 수밖에 없다"며 "수입 의존도 증가와 품절 리스크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중소 제약업계 내부에서도 "단순 복제 생산 모델로는 더 이상 생존하기 어렵다"는 위기감이 확산하고 있다. 최근 정부는 생산능력 검증, 허가·유통 실태 조사 강화, 시장형 실거래가 인하 등 사후관리 수단을 강화하고 있어, 품질관리 역량이 부족한 업체는 사실상 시장 퇴출 압력을 받게 된다.

전문가들은 중소 제약사가 생존하려면 제조 기반 고도화, 전문영역 브랜드화, 개량신약 중심의 소규모 파이프라인 구축 등 선택과 집중이 불가피하다고 조언한다. 서방정·복합제 등 고난도 제형, 원가 절감을 위한 공정 개선, 원료의약품(API) 조달 최적화, 공동생산 플랫폼 구축 등이 대안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약가 인하 폭이 커지면 여력이 없는 기업들이 대거 생산을 중단할 수 있다"며 "퇴장방지 필수의약품 보상체계를 강화하는 등 균형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제네릭 수익이 국내 신약개발 재원 역할을 해온 만큼, 급격한 인하는 연구개발 인력 유지와 투자에 타격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p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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