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업계, 주파수 재할당 대가에 '시끌'…가격 형평성 도마
  • 우지수 기자
  • 입력: 2025.12.02 10:33 / 수정: 2025.12.02 10:33
정부, 통신 3사 합계 2조9000억원 제시
"현재 시장가치 적용"·"과거 원칙 유지" 주장 충돌
내년 3G·LTE 주파수 재할당 대가 산정 기준을 두고 정부와 통신업계 입장이 맞서고 있는 가운데 가격 형평성 쟁점이 연말 최종안에서 매듭지어질지 주목된다. /더팩트 DB
내년 3G·LTE 주파수 재할당 대가 산정 기준을 두고 정부와 통신업계 입장이 맞서고 있는 가운데 가격 형평성 쟁점이 연말 최종안에서 매듭지어질지 주목된다. /더팩트 DB

[더팩트|우지수 기자] 정부가 내년 이용 기간이 만료되는 이동통신 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의 3G·LTE 주파수 재할당 대가로 약 2조9000억원이라는 청구서를 내놨다. 5G 단독망(SA) 전환을 유도하며 기존보다 가격을 15% 낮춰주겠다고 제안했지만 업계 표정이 밝지만은 않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 주파수 재할당 계획에 대한 통신사별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 1일 서울 강남구 아이티스퀘어에서 열린 '이동통신 주파수 재할당 세부정책방안 공개설명회'에서 정부와 통신 3사 임원, 학계 전문가들이 모여 정책 의견을 나눴다. 이날 SK텔레콤은 가격 산정 기준의 형평성을 문제 삼았고, LG유플러스는 현행 유지, KT는 할인 혜택 재검토 필요성을 주장했다.

논란의 핵심은 정부가 10여 년 전 낙찰가를 재할당 기준점으로 고수하면서 발생한 형평성 문제다. 특히 2.6㎓ 대역의 경우, 사실상 동일한 주파수임에도 1㎒당 SK텔레콤이 부담해야 할 대가(23억8000만원)는 LG유플러스(약 10억8000만원)의 두 배가 넘는다. 정부가 지난 2013년 최저가에 주파수를 낙찰받은 LG유플러스와 2016년 가격 경쟁 끝에 주파수를 확보한 SK텔레콤의 과거 영수증을 기준으로 삼은 결과다.

SK텔레콤은 이를 두고 '중고차를 신차 가격에 파는 격'이라며 반발했다. 성석함 SK텔레콤 부사장은 공개설명회에서 "중고차 시장에서도 연식과 상태가 같으면 가격이 동일하다"며 "과거에 비싸게 샀다는 이유로 징벌적 가격을 매기는 것은 불합리하며 '동일 대역 동일 대가'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LG유플러스는 정책 일관성을 강조했다. 박경중 LG유플러스 상무는 "2013년 당시 리스크를 안고 투자했던 경매 결과를 무시하고 이제 와서 가격을 맞추자는 것은 왜곡된 해석"이라며 "정부의 기존 산정 방식을 유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맞섰다.

지난 1일 서울 강남구 아이티스퀘어에서 열린 이동통신 주파수 재할당 세부정책방안(안) 공개설명회에서 오용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전파정책국장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1일 서울 강남구 아이티스퀘어에서 열린 이동통신 주파수 재할당 세부정책방안(안) 공개설명회에서 오용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전파정책국장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KT는 '5G SA(단독망) 전환' 조건과 관련한 역차별 우려를 제기했다. 박철호 KT 통신정책그룹장은 "KT는 이미 5G SA를 선제적으로 도입했으나 이에 대한 인센티브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한 "한 번 결정된 경매가가 꼬리표처럼 영원히 따라붙는 방식에 대해서는 고민이 필요하다"며 대가 산정 방식 개선 필요성에는 공감을 표했다.

이같은 업계 반응은 최근 수익성 악화와 인공지능(AI) 신사업 전환이라는 '이중고'가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통신 3사의 올 3분기 합산 영업이익은 7483억원으로 5년 만에 1조원 밑으로 떨어졌다. 해킹 사고 대응과 희망퇴직 등 일회성 비용으로 투자 여력이 줄어든 데다 LTE 데이터 트래픽 감소로 주파수의 실질 가치마저 하락하고 있다는 의견도 감지된다.

여기에 통신업계가 '글로벌 AI 컴퍼니(SK텔레콤)', 'AICT 기업(KT)', 'AX 기업(LG유플러스)'을 표방하며 AI 인프라 구축에 사활을 걸고 있는 점도 부담이 된다. 데이터센터(IDC) 건립과 GPU 확보 등에 대규모 재원이 요구되는 시점에서 주파수 비용이 늘어날수록 향후 투자 계획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과거의 낙찰가를 현재 가치 산정의 절대적 기준으로 삼는 방식이 시장 현실과 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안정민 한림대 교수는 "10년 전 경매가가 지금도 영향을 준다면 초등학교 2학년 때 성적으로 미래가 결정되는 것과 다름없다"며 "행정 편의를 넘어 변화된 시장 가치를 반영할 수 있는 합리적인 대가 산정 모델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기존 합의를 번복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오용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전파정책국장은 "기존 경매 대가를 참조하는 방식이 틀렸다면 2021년 재할당 때도 틀렸다는 뜻이 된다"며 "당시 사업자가 합의해 결론을 내린 사안인 만큼 다른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이번 설명회에서 나온 통신 3사의 입장을 검토해 연말까지 최종 산정 방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index@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