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에도 홀로 CET1 끌어올린 KB금융…리스크 대응력 강화
  • 이선영 기자
  • 입력: 2025.12.01 14:24 / 수정: 2025.12.01 14:25
3분기 CET1 13.83%·BIS 16.28%…전분기比 6bp↑, 4대 금융지주 중 '톱'
환율 1470원대·RWA 확대에도 환헤지·RoRWA 기반 관리
4대 금융지주의 보통주자본(CET1) 비율 개선 흐름이 3분기 들어 멈춘 가운데 KB금융지주는 오히려 자본비율을 더 끌어올렸다. /이선영 기자
4대 금융지주의 보통주자본(CET1) 비율 개선 흐름이 3분기 들어 멈춘 가운데 KB금융지주는 오히려 자본비율을 더 끌어올렸다. /이선영 기자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원·달러 환율이 1470원대까지 치솟으면서 4대 금융지주의 보통주자본(CET1) 비율 개선 흐름이 3분기 들어 멈춘 가운데 KB금융지주는 오히려 자본비율을 더 끌어올리며 자본 버퍼를 두텁게 했다. 3분기 CET1 비율을 13.83%까지 높여 업권 최고 수준을 유지한 데 더해 향후 5년간 110조원 규모의 생산적·포용금융 집행과 고환율 장기화 가능성에 대비해 환헤지와 위험가중자산(RWA) 관리를 선제적으로 강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최근 1470원 안팎까지 올라 고환율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6일 기준 환율은 장중 1470원대를 넘나들며 마감했고, 금융권에선 1500원선 돌파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환율이 오르면 외화표시 대출·투자자산의 원화 환산액이 늘어 RWA가 증가하고, 보통주자본을 RWA로 나눈 CET1 비율은 하락 압력을 받게 된다. 업계에선 통상 환율이 10원 오를 때 CET1 비율이 약 0.01~0.03%포인트 떨어질 수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이런 환경에서도 KB금융의 자본비율은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KB금융지주의 올해 3분기 말 CET1 비율은 13.83%로, 2분기(13.77%)보다 6bp(0.06%포인트) 높아졌다. 같은 기간 그룹 BIS 자기자본비율은 16.28%를 기록했다. 9월 말 기준 그룹 RWA는 358조원으로 지난해 말(약 346조원)보다 3.5% 증가했지만, 자본 확충 속도가 더 빨라 CET1 비율이 개선됐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4대 금융지주 가운데서도 KB금융의 CET1 수준과 흐름은 가장 눈에 띈다. 3분기 말 CET1 비율은 KB금융 13.83%, 신한금융 13.56%, 하나금융 13.30%, 우리금융 12.92%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KB금융과 우리금융은 전분기 대비 각각 0.06%포인트, 0.01%포인트 올랐고, 신한·하나금융은 0.06%포인트, 0.09%포인트씩 낮아졌다. 4개 그룹 평균 CET1 비율이 2분기 13.40%에서 3분기에도 13.40%에 머물러 '제자리'였던 것과 달리, KB금융은 가장 높은 절대 수준과 함께 소폭이나마 개선을 이뤄냈다.

KB금융은 이같은 3분기 CET1 '역주행'(상승)이 고환율 환경을 감안한 선제적 자본관리 결과라고 설명한다. KB금융은 "투자손익을 제외한 외화환산손익을 최소화하기 위해 환헤지를 적극 실시하고, 계열사별 외환 포지션을 고려해 그룹 차원의 외환 포지션 노출도를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환율이 높은 수준에서 유지되는 만큼, 평가변동과 RWA 확대에 따른 자본비율 악화를 줄이기 위해 은행·증권·보험 등 계열사 전체의 외화 익스포저를 통합 관리하는 구조다.

CET1 비율의 분모가 되는 RWA에 대해서도 전사적인 관리 체계를 가동 중이다. KB금융은 그룹 차원에서 계열사별 RWA 성장률 목표를 정하고 분기별 협의·모니터링을 통해 한도를 관리한다. RoRWA(위험조정 RWA 수익률)를 핵심 지표로 삼아 저수익·고위험 자산을 줄이고, 수익성과 자본효율이 높은 자산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9월 말 기준 RWA가 전년 말보다 3.5% 늘었음에도 CET1 비율이 개선된 배경에는 이 같은 질적 성장 중심 RWA 관리가 자리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적 측면에서도 자본여력은 뒷받침되고 있다. KB금융의 3분기 순이익은 1조6860억원으로, 3분기 누적 순이익은 5조1217억원을 기록했다. 3분기 누적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2.78% 수준이다. 순수수수료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5% 증가하는 등 비은행 부문의 핵심 이익이 뒷받침되면서, 이익 창출력과 자본비율이 동시에 개선된 분기라는 평가다.

KB금융이 자본버퍼를 선제적으로 키우는 또 다른 이유는 '생산적·포용금융' 확대다. 이재명 정부의 금융 대전환 기조에 맞춰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는 2030년까지 총 508조원을 생산적·포용금융에 공급하기로 했고, 이 가운데 KB금융은 110조원을 맡는다. KB금융은 이 중 93조원을 반도체·AI·인프라 등 첨단전략산업과 유망성장기업에 대한 투자·기업대출(생산적 금융)에, 17조원은 서민·소상공인 지원과 취약차주 채무조정(포용금융)에 투입할 계획이다.

시장에선 KB금융이 3분기부터 CET1 비율을 업권 최상단까지 끌어올린 것이 복합 변수를 의식해 미리 쌓아둔 버퍼 성격이 강하다고 보고 있다. /KB금융
시장에선 KB금융이 3분기부터 CET1 비율을 업권 최상단까지 끌어올린 것이 복합 변수를 의식해 '미리 쌓아둔 버퍼' 성격이 강하다고 보고 있다. /KB금융

생산적·포용금융은 중소·중견·벤처기업 대출과 모험자본 투자 비중을 높이는 방향인 만큼 RWA 증가와 CET1 비율 하락 압력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 시장에선 연 10조~20조원 규모로 생산적·포용금융이 집행되면, 고위험 익스포저 확대가 자본비율에 미치는 영향을 상세하게 따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기에 홍콩 H지수 ELS 제재 이슈까지 겹치면서 KB금융의 CET1 비율은 추가 시험대에 올랐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홍콩 H지수 연계 ELS 사태와 관련해 KB국민·신한·하나·농협·SC제일은행 등 5개 은행에 총 2조원 규모의 과징금·과태료를 사전 통보했다. 이 가운데 KB국민은행이 1조원을 조금 웃도는 수준의 금전 제재를 통보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연결 기준 KB금융 CET1 비율에도 상당한 영향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다만 최종 충격 규모는 금융위원회 심의·감경 여부와 RWA 반영 방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금융당국은 과징금이 확정되기 전까지 운영리스크·RWA 반영을 유예하는 방안과, 현재 최대 10년인 운영리스크 반영 기간을 3년 수준으로 줄이는 완화 조치를 함께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소비자보호법 개정으로 금융위가 금감원 제재안에 대해 별도 감경 권한을 갖게 된 만큼, 배상 실적 등을 반영해 실제 부과액이 줄어들 경우 CET1 하락폭도 완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그럼에도 3분기 CET1 비율 13.83% 가운데 최대 0.54%포인트가 한 번에 깎일 수 있다는 점은 KB금융의 자본전략에 만만치 않은 부담이다. 시장에선 KB금융이 3분기부터 CET1 비율을 업권 최상단까지 끌어올린 것이 이런 복합 변수를 의식해 '미리 쌓아둔 버퍼' 성격이 강하다고 보고 있다.

KB금융 관계자는 "내년 같은 경우에 생산적 금융도 있기 때문에 RWA의 관리 측면에서는 굉장히 난이도가 올라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작년과 올해 저희가 RWA 관리를 하면서 축적된 경험과 노하우가 있어서 내년에도 충분히 문제없이 잘 관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CET1 비율과 연계된 KB금융의 주주환원 정책도 중요해지고 있다. KB금융은 지난해 밸류업 프로그램을 통해 CET1 비율 13%를 초과하는 잉여 자본을 주주환원 재원으로 활용하겠다는 원칙을 세웠고, 올해에도 전년도 말 CET1 13% 초과분과 연중 13.5% 초과분을 각각 상·하반기 주주환원 재원으로 쓰는 프레임을 유지하고 있다. 증권가에선 이런 자본정책을 바탕으로 KB금융의 올해 총주주환원율이 약 49%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KB금융은 CET1 13%를 기준으로 그 이상은 주주환원 재원으로 쓰겠다고 이미 공언한 상태라, 자본비율을 13.8% 선까지 끌어올린 데는 내년 주주환원을 염두에 둔 포석도 깔려 있다"며 "선제적으로 여유를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고환율·생산적 금융 집행이 겹쳐도 밸류업 스토리를 유지할 여지가 상대적으로 크다"고 말했다.

seonye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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