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윤정원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2.50%로 4회 연속 동결했다. 환율 상승과 부동산 시장 불확실성, 그리고 글로벌 경기 회복 여부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어떤 업종이 수혜를 입을지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린다.
◆ 또다시 금리 동결…엿보이는 한은의 기조 변화
한국은행은 27일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 정례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2.50%로 유지했다. 지난 7·8·10월에 이어 네 차례 연속 같은 수준을 고수한 것이다. 1470원대를 넘나드는 고환율과 서울 집값 상승세가 쉽게 진정되지 않고 있는 점이 이번 동결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한은은 통화정책방향문에서도 기존 '금리 인하 기조'라는 표현을 삭제하고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로 문구를 바꿨다. 통방문 내 '기준금리의 추가 인하 시기 및 속도' 또한 '추가 인하 여부 및 시기'로 조정됐다.
포워드가이던스상 3개월 인하 전망 의견도 줄었다. 8월에는 금통위원 6명 중 4명이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했지만, 이번 회의에서는 3명으로 감소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정례 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당분간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가능성과 동결을 이어갈 가능성을 모두 열어놓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증권가에서는 당분간 금리 인하는 어렵다고 보는 해석이 다수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성장률과 물가 전망 상향, 포워드가이던스 변화 등을 고려하면 금통위의 추가 금리 인하는 기대하기 어렵다"며 "특히 금융 안정을 고려할 때 기준금리는 이미 중립금리 수준에 근접했다는 총재 발언이 핵심 신호"라고 말했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기본적으로 국내 부동산 시장, 환율 등 주요 변수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게 안정되지 않은 가운데 펀더멘탈 전망을 상향 조정한 점을 고려하면, 한은의 추가적인 통화정책 완화 의지도 크게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 성장·수출주 부상 전망…"거시 변수 수시 점검해야"
금리 동결이 지속되면서 조기 인하 기대는 사실상 힘을 잃었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성장주와 수출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할 필요가 커졌다. 통상 금리 인하 기대가 생기면 성장주는 할인율 부담이 줄어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아진다. 특히 기술주와 바이오주는 금리 민감도가 상대적으로 낮아 시장 관심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원·달러 환율 상승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는 원화 약세가 고착화될 수 있다. 이로 인해 수출 비중이 높은 반도체, 자동차, 기계 업종은 환차익 효과로 실적 개선 기대가 커진다. 글로벌 경기 회복과 맞물리면, 이러한 업종은 금리 동결 국면에서 대표적인 수혜주로 떠오를 수 있다.
반대로 은행, 보험 등 금리 민감 업종은 단기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일부 증권가는 배당 매력만 보고 금융주에 접근하기보다는 리스크 관리가 우선이라고 조언한다. 금리 변동, 환율 급등락, 정책 신호 변화가 포트폴리오 수익률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공격적 투자는 자제하는 것이 낫다는 분석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성장주와 우량주 중심으로 투자 무게를 두되, 환율·채권금리·정책 신호 등 거시 변수를 수시로 점검해야 한다"면서 "단기 테마보다는 중장기 경쟁력이 뚜렷한 업종을 중심으로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