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조성은 기자]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계열 비만치료제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가 체중 감량 과정에서 근육량 감소가 크지 않다는 연구 결과가 확인됐다. 비만 치료의 대표적 부작용으로 꼽혀온 근손실 우려를 실질적으로 줄여주는 근거가 제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국제 학술지 '당뇨병, 비만 및 대사'(Diabetes, Obesity and Metabolism)에 발표된 SEMALEAN 장기 리얼월드 연구에서 평균 체질량지수(BMI) 46의 고도비만 환자들을 1년 동안 추적한 결과, 위고비 투여군의 근 손실량은 약 3㎏으로 전체 감량의 약 18% 수준에 그쳤다. 대부분의 체중 감량이 지방 감소에서 비롯됐다는 의미다.
'리얼월드 연구'는 실제 임상 환경에서 약물이나 치료법의 효과와 안전성을 평가하는 연구다. 다양한 환자 집단을 대상으로 하며 의약품 개발, 허가, 시판 이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가 연구가 가능하다.
연구 결과, 근육이 부족하고 지방이 많은 '근 감소 비만'(sarcopenic obesity) 환자 비율도 49%에서 33%로 감소했다. 일부 환자는 1년 뒤 해당 진단에서 벗어났으며, 악력 등 근 기능 개선도 관찰됐다. 체중 감량이 곧 근력 저하로 이어진다는 기존 인식을 뒤집는 결과다.
업계는 지방 중심의 감량, 근육 보존, 기능 향상까지 모두 확인된 최초의 장기 리얼월드 근거라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기존 무작위대조임상(RCT)보다 실제 처방 환경과 환자 다양성을 반영해 현실적 근거로 평가된다.
특히 이번 결과를 '시장 확대의 촉매'로 보고 있다. GLP-1 계열 약물은 체중을 단기간에 줄이는 효과가 크지만, 근육 감소와 기초대사량 저하에 대한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히 국내에서는 운동 병행 여부, 장기 사용 시 기능 저하 등의 논란이 반복돼 왔다.
국내 주사형 비만치료제 시장은 이미 위고비 출시 이후 폭발적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심평원 DUR 자료에 따르면, 위고비 처방 건수는 출시 직후인 작년 10월 1만1000여건에서 올해 5월 8만8000여건까지 증가했다. 올해 월평균 처방 건수는 약 5만7000건으로, 출시 초기 대비 5배 이상 확대된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분석은 위고비가 단순히 몸무게를 줄이는 약을 넘어 체성분까지 개선하는 치료제임을 시사한다"며 "근손실에 대한 우려가 줄면 처방 진입 장벽도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방을 줄이면서 근육은 상당 부분 유지된다는 근거가 나오면, 초기 치료를 망설이던 환자군까지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며 "근기능 개선까지 동반된다는 점은 독립적인 치료 가치"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근손실 논란이 사실상 해소되면 비만 치료제 시장의 성장 속도는 지금보다 훨씬 빨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