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김태환 기자] 한국은행이 올해 마지막 금융통회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2.5%로 동결하고, 내년 성장률을 소폭 상향조정했다. 지속되는 환율 불안과 좀처럼 잡히지 않는 부동산 가격이 지속되는 가운데, 다소 성장 회복이 전망돼 기준금리를 동결할 시간을 벌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이 2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부에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2.5%로 유지하기로 했다. 이는 4회 연속 동결로, 지난 5월 기준금리를 2.5%로 0.25%포인트 내린 후 6개월째 같은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다.
금통위가 금리를 인하하지 못한 것은 외환 시장의 불안이 지속되는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된다. 한·미 금리 역전차가 장기화되고, 해외 증시 투자 열풍으로 인해 원·달러 환율은 지난 6월 이후 꾸준히 올라 지난 9월 30일부터 약 2개월째 1400원대에 머물고 있다. 최근에는 1460원을 기록하는 등 1400원대 후반까지 치솟으며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의 1500원 수준을 넘보고 있다.
고환율이 지속되면 수입 물가가 올라가면서 원자재·소비자 물가를 끌어올릴 가능성이 있다. 한은은 올해와 내년 소비자물가 전망치는 각각 2.1%로 높여잡았다. 국제유가 안정세에도 불확실성이 여전하고, 고환율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 이상기온으로 농축수산물 물가 상승 압력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연이은 규제에도 잡히지 않는 부동산 가격도 금리 인하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KB부동산이 발표한 주택가격동향 자료에 따르면 11월 서울 아파트 매매값이 전달 대비 1.72% 오르면서 2020년 9월 이후 최고 상승률은 나타냈다.
다만, 한은은 올해와 내년 경제 전망 수정치도 발표했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지난 8월 0.9%보다 약간 올린 1.0%로, 내년 성장률 역시 이전 전망치 1.6%보다 높은 1.8%로 예상했다. 2027년 성장률은 1.9%로 전망했다.
이 때문에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할 시간을 잠시 벌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기 부양을 위해서는 기준금리를 인하해야 하는데, 성장률이 다소 개선되면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뒤로 늦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시장에서는 추가 인하 시점에 대해 집값과 환율이 안정되는 내년 중에 1차례 정도 낮출 수 있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다만, 환율 불안 장기화와 부동산 양극화 등에 추가 인하가 쉽지 않다는 반론도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미 금리차가 역대급으로 높은 가운데 해외투자 등으로 내년에도 고환율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내년에도 기준금리 인하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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