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박지웅 기자] 네이버파이낸셜이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와 합병하면서 향후 네이버 주가가 가상자산 시세 변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존 플랫폼·콘텐츠 중심의 성장주로 평가받던 네이버가 합병 이후 '코인주'로 재분류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밸류에이션(기업가치 평가) 프레임 전환 리스크가 부각되는 모습이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전 9시 33분 기준 네이버는 전 거래일보다 0.59%(1500원) 오른 25만4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의 합병 추진 소식이 알려지기 직전인 지난 9월 24일(22만7500원) 대비 약 11.42% 상승한 수준이다. 합병 추진설이 나온 직후인 9월 25일에는 장중 매수세가 집중되며 하루 만에 10% 넘게 급등, 25만4000원에 마감하는 등 강한 상승세를 보였다.
다만 이후 주가는 뚜렷한 방향성을 잡지 못한 채 등락을 거듭하며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합병 이슈가 단기 모멘텀으로 작용했지만, 시장에서는 가상자산 시세 연동 가능성과 밸류에이션 변동성 확대 우려가 부각되면서 추가 상승 동력이 제한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두나무와 합병 이후에는 가상자산 거래소 사업 노출로 네이버의 밸류에이션 지표가 달라질 수 있다"며 "비트코인 가격 하락 시 네이버 주가가 동반 조정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비트코인 등 주요 가상자산 가격이 등락을 반복할 때마다 업비트 거래량이 큰 폭으로 변화하는 만큼, 두나무 실적 변동성이 네이버 연결 실적과 투자 심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두나무는 올해 반기보고서 기준 매출의 98.2%를 거래 수수료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상자산 시장 활황기에는 기업가치가 20조원 이상으로 평가되지만, 침체기에는 6조원대까지 하락하는 등 가치 변동폭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가에서는 합병 이후 기관 수급 부담이 커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내 연기금과 보험사, 해외 ESG 펀드 등 일부 기관 투자자들은 가상자산 노출 기업에 대한 투자 비중을 제한하고 있어, 네이버가 가상자산 노출 기업으로 인식될 경우 기관 비중 축소가 이뤄지며 수급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가 본업에서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두나무와의 결합 이후에는 비트코인 가격 흐름이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시장 인식만으로도 밸류에이션 디스카운트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있다. 한때 게임 대장주로 불렸던 위메이드는 자체 발행한 가상자산 '위믹스'의 상장 여부에 따라 주가가 급격히 출렁였다. 지난 2022년 말 위믹스가 유통량 공시 위반 문제로 첫 상장폐지 결정이 내려졌을 당시 위메이드 주가는 하루 만에 20% 넘게 급락하며 직격탄을 맞았다. 이후 이듬해 재상장을 계기로 반등 흐름을 보였지만, 올해 5월 위믹스가 다시 상장폐지되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악화했고, 이 과정에서 위메이드 주가는 고점 대비 약 70% 가까이 하락했다. 코인 가격 및 상장 이슈가 기업 가치에 직접적으로 반영된 대표 사례로 평가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네이버가 금융·결제 데이터와 두나무의 블록체인 기반 인프라를 결합할 경우 시너지 창출을 통해 장기 성장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가상자산 시장 제도화가 본격화될 경우 네이버가 디지털 자산 생태계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네이버의 두나무 인수가 무사히 마무리된다면 두나무 실적이 더해지면서 밸류에이션 매력이 부각될 것"이라며 "스테이블코인 기반 커머스·핀테크 시너지와 토큰증권 사업 진출 등 신사업 전개 가능성은 중요한 투자 포인트"라고 평가했다.
또한 미국 금리 인하 사이클이 본격화할 경우 내년 가상자산 거래액이 올해 대비 확대될 것이란 전망도 힘을 보태고 있다. 정 연구원은 두나무의 내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22.1%, 24.7% 증가한 1조9500억원, 1조3100억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네이버 영업이익 전망치(2조5600억원)에 이를 반영하면 합병 완료 시 영업이익이 50% 이상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정 연구원은 "내년에는 펀더멘털 개선과 두나무 인수 효과가 부각될 수 있는 해"라며 "장기적으로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검색·커머스·핀테크 등 기존 사업을 강화하면서 새로운 수익 창출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