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조성은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인적분할 이후 재상장을 마무리하면서 기업가치 평가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바이오시밀러 부문을 떼어내고 '순수 위탁개발생산(CDMO)' 체제로 전환한 만큼, 시장에서는 본업 경쟁력이 얼마나 강화될지와 함께 신사업의 실효성 검증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들어 글로벌 제약사로부터 수주를 꾸준히 확보해 누적 수주액이 이달 초 기준 5조5000억원을 넘겼다. 이미 지난해 연간 실적을 뛰어넘은 것으로, 시장에서는 생산설비 증설 효과와 장기 고객사 확보가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매출을 5조8000억원대, 영업이익률을 30%대 중반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번 인적분할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별도 법인(삼성에피스홀딩스)으로 떼어내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에 따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대규모 생산설비와 품질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제조·개발 서비스에 집중하게 됐다. 업계에서는 이해관계 충돌 우려가 줄어들면서 글로벌 제약사와의 수주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단순한 조직 변경을 넘어, 사업 모델을 고도화하기 위한 전략적 재편이라는 분석이다.
분할은 국내 바이오 산업의 밸류에이션 기준 변화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까지 국내 바이오 기업은 기술특례 중심 상장 구조에 의존해 왔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 사례는 대규모 생산역량과 안정적 서비스 구조 자체가 기업가치의 핵심 기준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신설 법인 삼성에피스홀딩스는 분할 직후 주가 변동성이 확대됐다. 첫 거래일 시초가 대비 큰 폭의 조정을 받으면서 예상 시가총액을 밑돈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에서는 바이오시밀러 중심에서 신약개발로 확장하는 과정에서 불확실성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에피스홀딩스는 자회사 '에피스넥스랩'을 출범시키고 신약 후보물질 발굴과 새로운 기술 플랫폼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중장기적으로 생산능력(CAPA) 확충을 지속할 계획이다. 회사는 2032년까지 제2바이오캠퍼스(5∼8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며, 완공 시 글로벌 최대 수준의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항체 의약품뿐 아니라 항체약물접합체(ADC), 오가노이드, 세포·유전자치료제 등 신규 모달리티 영역도 강화해 종합 CDMO 포트폴리오를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전문가들은 분할 이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고평가 흐름을 유지할지는 신사업의 실질적 성과에 달려 있다고 진단한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시밀러 사업부 분리로 글로벌 CDMO 고객사와의 파트너십 환경이 개선될 것"이라며 "다만 기술 기반 프리미엄은 오가노이드 등 신사업이 실제 성과를 내기 전까지는 제한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