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장혜승 기자] 태광산업이 주주이익 침해 논란을 부른 3200억원 규모 자사주 기반 교환사채(EB) 발행 계획을 철회했다. 교환사채 발행에 반발해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던 2대 주주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소송을 취하하면서 법적 분쟁도 일단락됐다. 업계에서는 자금 조달 대책과 주주가치 제고 방안에 주목하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태광산업은 24일 이사회를 열고 지난 6월27일 최초 공시한 교환사채권 발행 및 자기주식 처분 결정을 전면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회사는 사업구조 개편을 위한 신사업 추진 과정에서 자금 조달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여러 자금 조달 방법 가운데 주가 상황상 자사주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교환사채 발행이 가장 합리적인 수단이라 판단했다.
이후 소액주주 반발과 2대 주주 트러스톤자산운용의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 등 난관에 부딪히면서 발행 절차를 일시 중단했다. 금융감독원도 교환사채 발행 결정시 주주이익에 미치는 영향 등 주요 정보를 상세히 기재하도록 공시 작성 기준을 개정하고 지난달 20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다른 자금 조달 방법을 두고 왜 자사주 대상 교환사채 발행을 선택했는지, 타당성 검토 내용, 실제 주식교환시 지배구조에 미치는 영향, 기존 주주 이익에 미치는 영향, 발행 이후 교환사채 재매각 예정 내용(사전협약내용 포함) 등을 구체적으로 기재해야 한다.
태광산업은 "이해 관계자들의 의견과 시장 여건의 변화, 정부의 정책 방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교환사채 발행을 철회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결정으로 교환사채 발행을 둘러싼 법적 분쟁은 일단락됐다는 평가다. 2대 주주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입장문을 내고 "자사주 기반 교환사채(EB) 발행을 전면 철회하기로 한 결정을 환영한다"며 "태광산업의 EB 발행 철회에 따라, 당사는 태광산업 EB 발행 관련 가처분 소송을 취하했다"고 밝혔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태광산업의 자사주 기반 EB 발행이 주주가치를 훼손한다며 법원에 EB 발행을 막아달라는 가처분을 신청했다. 약 2개월에 걸친 법적 분쟁 끝에 재판부는 '신사업 추진을 위해 EB 발행이 필요하다'는 태광산업 측 주장에 손을 들어줬지만 트러스톤 측이 항소한 상태였다.

이에 자금 조달 방안에 이목이 쏠린다. 실적이 부진한 상황에서 신사업 투자를 수행하려면 추가적인 자금 확보가 필수다. 지난 2018년 3조원을 훌쩍 넘었던 매출은 지난해 2조2122억원으로 줄었고, 영업이익은 2022년부터 적자로 돌아선 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손실이 2891억원에 이르고 있다.
가동을 중단한 생산시설의 철거와 인력 재배치에도 상당한 자금이 필요하다. 업황 악화에 대비해 3.5개월치 예비운영자금 5600억원도 확보해 두고 있어야 한다.
태광산업은 "사업 재편과 운영자금 확보에 필요한 자금 확보를 위해 외부 차입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도 다른 자금 조달 방안을 강구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업계 관계자는 "부채비율이 15%밖에 안돼 차입도 가능하고 신용도 최우량 기업이라 담보 대출도 받을 수 있다"며 "흥국생명이 서울 본사에 이어 지방 지점 건물까지 매물로 내놓으며 자산 유동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이런저런 인수전에 투입할 실탄은 충분하다"고 했다.
주주가치 제고도 숙제다. 지난 6~7월 EB 발행 추진 당시 태광산업 주가는 110만원대에서 등락을 거듭해 EB 교환가액도 117만원대로 설정됐다. 반면 현재 주가는 크게 떨어져 79만원대로 밀렸다. PBR도 0.17배에 불과하다. PBR은 기업의 시가총액이 기업의 순자산 가치에 비해 얼마나 많은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PBR이 1보다 낮다면 기업의 자산가치보다 시가총액이 낮아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뜻이다.
태광산업은 "주주가치 제고와 시장 신뢰회복을 위한 노력을 경주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zzang@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