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나무-네이버파이낸셜 합병 임박…스테이블코인·글로벌 공략 본격화
  • 박지웅 기자
  • 입력: 2025.11.25 11:14 / 수정: 2025.11.25 11:14
오는 27일 첫 공동 기자회견
소비→결제→투자 연결하는 온체인 금융 생태계 구축
두나무와 네이버 최고경영진이 오는 27일 첫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합병 이후 사업 구상안 등을 직접 발표한다. 사진은 (왼쪽부터) 송치형 두나무 의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 /각 사 제공
두나무와 네이버 최고경영진이 오는 27일 첫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합병 이후 사업 구상안 등을 직접 발표한다. 사진은 (왼쪽부터) 송치형 두나무 의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 /각 사 제공

[더팩트ㅣ박지웅 기자]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와 네이버파이낸셜의 합병이 오는 27일 공식화될 예정인 가운데, 스테이블코인 기반 결제망 혁신과 글로벌 시장 확장이라는 양사의 공동 전략이 본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이번 빅딜이 한국 빅테크·가상자산 산업의 향후 10년을 가르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25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두나무와 네이버파이낸셜은 오는 26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합병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다음 날인 27일에는 양사 최고경영진이 첫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합병 이후 사업 구상안 등을 직접 발표한다. 기자회견은 네이버 제2 사옥 '네이버 1784'에서 진행된다.

핵심인 합병 교환 비율은 1대 3이 유력하다. 두나무 주식 1주당 네이버파이낸셜 주식 3주를 받는 구조다. 시장에서는 네이버파이낸셜의 기업가치를 약 5조원, 두나무를 15조원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 비율을 적용할 경우 송치형 회장(지분율 약 25% 가정)과 김형년 부회장 등 두나무 주요 주주가 통합법인 지분 약 30%를 확보하며 최대주주가 된다. 기존 네이버파이낸셜의 최대주주였던 네이버의 지분율은 69%에서 17% 수준으로 낮아진다.

양사의 합병으로 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부분은 '스테이블코인 기반 결제 혁신'이다. 네이버는 검색·쇼핑·콘텐츠를 기반으로 소비 데이터를 사실상 독점해온 플랫폼이고, 두나무는 업비트를 통해 2030 투자자 중심의 거래·자산 흐름 데이터를 폭넓게 축적해왔다. 양사의 데이터 생태계가 통합될 경우 '소비→결제→투자'로 이어지는 순환형 금융 플랫폼이 구축될 것이라는 기대가 제기된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네이버의 두나무 인수가 무사히 마무리되면 두나무 실적이 더해지면서 밸류에이션 매력이 한층 부각될 것"이라며 "스테이블코인 기반의 커머스·핀테크 시너지는 물론, 토큰증권(STO) 시장으로의 확장도 유력한 투자 포인트"라고 분석했다.

특히 양사 최고경영진이 최근 스테이블코인을 차세대 먹거리로 삼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이해진 네이버 의장은 지난 18일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현지 장관과 회동하고 디지털 금융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양측은 부동산 투자·경제와 연계된 스테이블코인과 데이터센터 개발 계획에 관한 공동 추진 방안을 협의하며 스테이블코인을 글로벌 전략의 정중앙에 놓았다.

김형년 두나무 부회장 역시 지난 19일 디콘(D-CON) 2025에서 "일본은 현금 사용 비중이 여전히 높고 사생활 보호 성향도 강해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과세·결제 투명성 확보를 고민하고 있다"며 "중동은 '오일머니' 이후의 넥스트 스텝으로 디지털 자산을 적극 탐색하고 있고, 하이퍼 인플레이션을 겪는 남미에서는 기존 화폐 대신 테더 같은 스테이블코인이 빠르게 가치 저장 수단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합병이 스테이블코인을 축으로 한 글로벌 확장 전략의 결합이라는 해석도 힘을 얻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이 네이버페이에 적용될 경우 국내 결제 시장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현재 국내 신용카드 결제 구조는 VAN·PG 등 여러 중개 단계를 거치며 수수료가 발생한다. 그러나 원화와 1대1로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을 도입하면 블록체인 기반 자동 정산이 가능해져 가맹점 수수료가 사실상 0% 수준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언급된다. 절감된 비용은 판매자 수익성 개선과 소비자 포인트 적립 강화로 이어져 플랫폼 '락인(Lock-in)' 효과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확장'도 합병의 또 다른 축이다. 라인(LINE)야후 사태 이후 네이버의 일본·아시아 거점은 흔들렸지만, 스테이블코인·온체인 금융은 국경 장벽이 낮고 확장성이 뛰어나다. 두나무는 글로벌 거래소 운영 경험과 NFT·STO 기반 자산 유동화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중동·동남아·남미 등 금융 인프라가 취약한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평가다.

다만 스테이블코인과 글로벌 사업 모두 불확실성은 남아 있다. 금융당국의 제도화가 지연되고 있고, 양사가 발행한 스테이블코인이 업비트에 상장될 경우 오히려 규제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번 결합이 시장 지배력 강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해 공정거래위원회가 경쟁 제한 여부를 면밀히 들여다볼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일부에서는 이번 합병이 '금가분리' 원칙과 충돌할 가능성을 제기한다. 금가분리는 가상자산 업계 리스크가 금융 시스템으로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가 2017년부터 유지해 온 원칙으로, 금융회사의 가상자산 투자·협력을 제한해 왔다.

그럼에도 업계는 이번 결합이 네이버와 두나무 모두에게 성장 한계와 규제 환경을 동시에 돌파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며, 한국 빅테크·가상자산 산업의 향후 10년을 가르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와 두나무의 결합은 단순한 지배구조 재편이 아니라, 두 회사가 각각 직면한 성장 정체와 규제 환경을 동시에 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며 "빅테크와 가상자산 산업이 처음으로 본격적인 ‘동맹’을 맺는 순간이기 때문에 향후 10년간 국내 금융 생태계의 판도를 바꿀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chris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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