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박지웅 기자] 중국과 일본의 외교 갈등이 깊어지면서 국내 증시에서 화장품과 여행 관련 종목이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중국 내에서 일본산 화장품까지 규제될 수 있다는 전망이 퍼지며 한국산 화장품과 ODM(연구·개발·생산) 업체들이 새로운 수혜주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에이피알은 지난 일주일(13~20일) 동안 11.89% 오르며 견조한 흐름을 이어갔다. 같은 기간 아모레퍼시픽(6.18%), 코스맥스(5.57%) 등 주요 화장품 종목도 동반 상승했다.
중소형 화장품주들의 강세도 두드러진다. 이날 오전 9시53분 기준 삐아는 전 거래일 대비 15.61%(1470원) 급등한 1만890원에 거래되고 있으며, 같은 시각 한국화장품(7.44%), 오가닉티코스메틱(7.71%), 선진뷰티사이언스(2.95%), 마녀공장(2.28%) 등도 일제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코스피와 코스닥이 모두 약세로 출발한 점을 감안하면 화장품주의 상승 흐름은 더욱 두드러진다.
투자심리가 살아난 배경에는 중국의 일본 규제 조치, 이른바 '한일령'이 있다. 중국 내에서 일본산 화장품이 수입 제한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전망이 확산되자, 한국산 제품이 대체재로 부각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며 매수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소정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만약 중국의 수입 제한 정책이 현실화할 경우 화장품 ODM 업체의 수혜 폭이 가장 클 것"이라며 "최근 중국 내 로컬 브랜드에 대한 선호가 크게 높아지고 있어 일본 제품 공백 발생 시 로컬 브랜드의 점유율 확대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중국 내 생산 기지를 보유한 업체들의 수주 증가가 기대된다"고 진단했다.
이어 "일본 브랜드들이 리스크 분산 차원에서 생산지를 중국 또는 한국으로 조정할 가능성도 존재한다"며 "이 경우 국내·중국 ODM 법인 모두 대량 주문 확보와 외형 성장, 수익성 개선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실적 업사이드가 열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여행주 역시 '한일령'에 따른 반사이익을 받고 있다. 중국 정부가 지난 14일부터 일본 여행과 유학을 자제하도록 권고한 이후 일본행 단체관광 취소가 잇따르며 수요 이동이 본격화했다.
참좋은여행과 노랑풍선은 지난 17일부터 3거래일 동안 각각 19.9%, 28.9% 급등했다. 롯데관광개발은 전날 14.97% 상승하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롯데관광개발의 경우 매출의 70%가 카지노 부문에서 발생하며, 고객 상당수가 중국인이라는 점에서 기대감이 크게 작용했다.
김수현 DS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중 관계 개선이 가시화된 지난 5월 이후 중국인 방한객 증가 속도가 전체 외국인 대비 우위를 보여왔다"며 "이번 한일령 조치는 중국인의 한국 방문 증가세를 더욱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한일령이 장기화될수록 중국발 일본 국제선 편수와 관광객은 한국으로 향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 수요 대체 효과를 가장 직접적인 수혜로 보여줄 기업은 롯데관광개발"이라고 제시했다.
김 연구원은 "중국인 방문객의 변화한 소비 패턴에도 주목해야 한다"며 "사실상 필수 쇼핑 코스로 자리 잡은 올리브영을 보유한 CJ에 주목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부미용 등으로의 소비 확대 효과를 가장 확실하게 받을 국내 텍스리펀드 시장 압도적 1위 사업자인 글로벌텍스프리를 최선호주로 제시한다"며 "관심 종목으로는 현대백화점, GS피앤엘, LG생활건강을 제시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