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손원태 기자] 이재명 대통령의 부인 김혜경 여사가 아랍에미리트(UAE) 국빈 방문 기간 우리 식품기업들의 K-푸드 알리기에 힘을 보탰다. 이에 한우와 딸기, 라면, 스낵 등 국내 신선식품과 가공식품이 앞다퉈 중동으로 진출하는 등 신흥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식품기업들은 할랄 인증을 받은 자사 대표 제품들로 중동권을 두드리고 있다. CJ제일제당과 농심, 오뚜기, 삼양식품, 오리온 등 국내 식품기업들이 잇달아 중동 공략 제품들을 선보인 것이다.
앞서 김혜경 여사는 지난 19일(현지시간) 주UAE 한국문화원을 찾아 할랄 인증을 받은 K-푸드를 직접 체험하면서 힘을 보탰다. 이 자리에서 김 여사는 한국산 설향 딸기와 한우, 샤인머스캣, 배 등의 신선식품과 라면, 스낵, 음료 등의 가공식품을 둘러봤다.
특히 김 여사는 불닭볶음면을 시식하며 "라면이 할랄 인증도 되느냐"며 "너무 매운데도 맛있다"라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중동에는 세계 인구의 약 25%에 해당하는 19억 명의 사람들이 거주한다. 이 중 이슬람교를 믿는 무슬림 비율이 약 93%에 달한다. 무슬림 출산율은 2.9명으로, 세계 평균인 2.4명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를 토대로 오는 2060년에는 무슬림 인구가 30억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 기업들이 할랄 인증을 받은 제품들을 속속 내놓으면서 중동권에 공들이게 된 배경이다.
우선 CJ제일제당은 UAE 현지 기업인 알카야트인베스트먼츠(AKI)와 협약을 맺고, 할랄 인증을 받은 비비고 제품을 공개했다. CJ제일제당은 AKI의 중동권 영업망을 발판으로 삼아 비비고 김스낵과 누들을 판매한다. 비비고 김스낵은 미국과 유럽 등 서구권에서 건강식으로 정평이 났다. 누들은 한국의 볶음면으로 매운떡볶이와 치즈떡볶이, 김치 등 한국적인 맛이 특징이다.
라면 3사도 앞다퉈 할랄 인증을 받은 라면을 앞세우며 중동으로 향했다. 농심은 신라면과 안성탕면, 너구리 등 자사 46개 제품에 할랄 인증을 취득했다. 이후 사우디아라비아와 인도네시아 등 40여 개의 중동 국가에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농심은 라면 외에도 중동 권역에 한국형 스마트팜을 수출했다. 중동의 척박한 기후 환경을 고려한 것으로, 수직농장과 유리온실 형태로 만들었다. 스마트팜에서는 중동에서 진귀한 방울토마토나 오이, 파프리카 등의 작물이 재배된다.

오뚜기도 할랄 인증을 받은 진라면을 필두로 중동 진출을 선언했다. 그러면서 방탄소년단 멤버 진을 브랜드 모델로 발탁해 인도네시아에서 진라면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오뚜기는 진라면 외에도 할랄 인증을 받은 치즈라면 3종도 함께 선보였다.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 22개 제품에 할랄 인증을 받으면서 중동권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실제로 삼양식품의 올해 3분기 인도네시아 누계 매출은 전년 동 기간 대비 79% 증가한 179억원을 기록했다.
오리온은 두바이와 아부다비 등 UAE 주요 도시로 꼬북칩을 수출하고 있다. 두바이 현지 유통업체와 협약을 맺고 비할랄 마켓을 중심으로 입점했다. SPC그룹은 말레이시아에 제빵 공장을 준공해 할랄 시장을 겨누고 있다. 말레이시아 공장에는 하루 최대 30만 개의 K-베이커리가 생산된다. 롯데웰푸드 역시 파키스탄에서 한국식 쌀과자인 '쌀로칩'을 출시하며 현지인들의 입맛을 공략했다.
건강기능식품에서도 KGC인삼공사 정관장이 뿌리삼과 홍삼농축액 등 제품들에 할랄 인증을 취득해 UAE로 판매망을 넓혔다. 정관장은 현재 UAE 약국 200여 곳에 입점한 상태다.
최근에는 말레이시아 정부가 소주와 막걸리 등 알코올 도수 기준을 대폭 완화하면서 K-주류의 중동권 수출도 열리게 됐다. 말레이시아의 이번 개정안은 기존 '탁주 12~20%, 소주 16% 이상' 도수를 '탁주 3% 이상, 소주 10% 이상'으로 크게 낮췄다. 이에 국내 주류기업들의 중동권 수출길도 가시화될 전망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이번 기준 개정은 한국 주류의 중동시장 경쟁력을 높이는 데 의미 있는 변화라고 생각한다"라며 "변화된 환경을 기반으로 중동시장에서 성장 기회를 더욱 적극적으로 만들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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