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한가는 하락·기자재비 공개는 부담…‘궁지’ 몰린 육상풍력
  • 정다운 기자
  • 입력: 2025.11.19 15:31 / 수정: 2025.11.19 15:32
4년째 떨어진 상한가…육상풍력 수익성 ‘빨간불’
업계 “국산 공급망만 고집하면 수익성 안 나올 수도”
에너지공단은 지난 17일 ‘2025년 하반기 풍력 경쟁입찰’ 공고(육상풍력 한정)를 내고 상한가를 1킬로와트시(㎾h)당 163.85원으로 결정했다. 사진은 강원풍력 전경. /한국중부발전
에너지공단은 지난 17일 ‘2025년 하반기 풍력 경쟁입찰’ 공고(육상풍력 한정)를 내고 상한가를 1킬로와트시(㎾h)당 163.85원으로 결정했다. 사진은 강원풍력 전경. /한국중부발전

[더팩트ㅣ세종=정다운 기자] 육상풍력 고정가격계약 경쟁입찰상한가가 4년 연속 하락하며 민간발전사들이 입찰 참여를 망설이고 있다. 인건비, 건설비 등은 상승했지만, 입찰 상한 가격은 되레 하락해 수익성이 악화한 탓이다. 더욱이 의무제출 사항은 아니지만, 정부가 기업에 기자재·시공비 등 대외비 성격에 해당하는 정보를 사업내역서에 작성하도록 요청해 낙찰의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업계의 우려도 있다.

에너지공단은 지난 17일 ‘2025년 하반기 풍력 경쟁입찰’ 공고(육상풍력 한정)를 내고 상한가를 1킬로와트시(㎾h)당 163.85원으로 결정했다.

상한가가 △2022년 169.5원 △2023년 167.78원 △2024년 165.14원 △2025년 163.85원으로 4년 연속 떨어졌다.

그간 발전사들은 인건비, 건설비 등의 증가로 수익성을 담보할 수 없어 전기판매가격을 일정 수준 이하로 낮추는 고정가격계약(20년간 고정) 상한가의 현실화를 주장해왔다.

통계청에 따르면 건설직종의 노임단가(보통인부 기준)는 지난 4년간 11.3%, 같은 기간 건설비공사지수는 4.9% 올랐다.

이런 이유로 올해는 육상풍력 입찰 참여율이 저조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2023년 정부 공고물량 대비 선정물량은 38%, 지난해는 66%에 그쳤다. 공고물량은 2023년 400㎿에서 올해 230㎿로 줄었다.

고정가격계약은 정부의 전력구매 부담 완화, 사업자의 안정적인 수익 지원, 전기요금 인상 압력 최소화 등의 장점이 있지만 현실과 괴리가 크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A발전사의 한 관계자는 "현재 육상풍력의 사업성도 아슬아슬한 상황인데, 상한가가 더 떨어졌다"며 "낙찰을 받는다 해도 상한가가 낮아져 경제성이 안 나오기 때문에 은행에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유치가 안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업 규모가 작은 사업자들은 상한가를 조정해 줄 때까지 미룰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라며 "사업 무산 리스크가 더 커 울며 겨자 먹기로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고 부연했다.

업계에서는 상한가 마지노선을 1㎾h당 최소 170원대 수준으로 보고 있는데, 이를 밑돌면 경제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분석한다.

최덕환 한국풍력산업협회 실장은 "물류비하고 공사비가 계속 증가했고, 업계에서 여러 번 입장을 얘기했는데 반영이 덜된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크다"며 "시장의 흐름이 반영됐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정부는 국제시장의 균등화발전비용(LCOE) 변동과 그간의 입찰가격, 상한 가격의 하락 추세 등을 고려했다는 견해다.

에너지공단 관계자는 "다양한 시각이 있지만 RPS운영위원회에서 LCOE 하락 추세와 작년도 입찰가격, RE100 사업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한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강원 태백시 삼수동 해발 1303m 매봉산 바람의 언덕 고랭지 재배단지 주변. / 뉴시스
강원 태백시 삼수동 해발 1303m 매봉산 바람의 언덕 고랭지 재배단지 주변. / 뉴시스

또 정부가 사업내역서에 기자재(제조사 포함), 시공비, 계통연계 비용 등을 작성하도록 요청했는데 업계는 이를 부담으로 여기고 있다.

B발전사의 관계자는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투명하게 공개할 테니 상한가를 현실적으로 맞춰주면 도움이 될 수 있다"며 "다만, 어떤 사업자는 제출하고 또 다른 사업자는 제출을 안 한다면 입찰에서 떨어졌을 때 제출 여부가 당락을 결정하는 것 아닌가 우려되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C발전사의 관계자도 "2023년 재생에너지 공급망 문제가 화두가 되며 (기자재비 등을 )제출하는 게 일반화된 상황이긴 하지만 결국 국산 기자재(외산 대비 30~40%↑)를 쓰는 업체를 선호하지 않겠냐"며 "주민 인허가 등의 문제로 육상풍력은 앞으로 점점 줄어들 가능성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해당 자료 제출이 의무사항이 아니며, 시장 흐름을 반영한 상한가 산정을 위해 협조를 구했다는 입장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 관계자는 "의무제출 사항이 아니고, 이번 입찰이랑은 관계가 없다"며 "실제 필드에서 사업 단가가 어떻게 형성되고 있는지를 모니터링하기 위한 참고용 자료로 활용하기 위함이지, 사업자들한테 의무를 부과하는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김범석 제주대 전기에너지공학부 교수는 "일괄 규정을 적용하는 게 일반적이고, 입찰 선정 과정에서 불평등한 배점 기준은 없어야 한다"며 "상한가가 내려가는 것은 올바른 방향이긴 하나, 국산 공급망만을 고집하다 보면 사업자는 수익성이 안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해상풍력 대비 기술 접근성이 뛰어나고, 재무 부담이 덜한 육상풍력이 2035 국가온실감스감축목표(NDC)를 달성하는 데 더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danjung638@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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