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윤정원 기자]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윤병운 NH투자증권 대표이사의 연임 구도가 주목받고 있다. 취임 이후 IB(기업금융)와 리테일 부문을 동시에 강화하며 실적 호조를 보여 연임이 유력하다는 평가가 우세하지만, 최근 고위 임원의 미공개정보 이용 혐의와 농협중앙회발 인사 불확실성 등 외부 요인이 연임 심사에 일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 IB·리테일 '투 트랙' 전략으로 실적 견인
윤병운 대표는 지난해 3월 취임 이후 NH투자증권을 IB 경쟁력 강화와 리테일 체질 개선이라는 두 축으로 이끌며 성과를 거뒀다. 취임 첫해인 2024년 영업이익은 9011억원으로 전년 대비 24.2% 증가했고, 순이익은 6866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6110억원, 순이익은 465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0%, 10.0% 확대됐다. 3분기에는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인 391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108% 증가했다. 누적 기준 영업이익은 1조23억원, 순이익은 7481억원에 달했다.
실적 개선의 중심에는 윤 대표가 강조한 '투 트랙' 전략이 있다. IB 부문에서는 유상증자 주관 2조6885억원으로 리그테이블 1위, 기업공개(IPO) 주관 4740억원으로 업계 2위를 기록하며 경쟁력을 유지했다. 공개매수 시장에서는 인수금융 결합 패키지딜로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리테일 부문도 체질 개선이 눈에 띄었다. 지난해 개인자산관리(PWM) 사업부 통합 출범과 ELS 'N2' 개편으로 2030세대 유입과 초고액자산가 고객 유입을 확대했으다. 3분기 기준 디지털 채널 위탁자산은 60조3000억원, 월간 이용자 수 206만명을 기록했다. 브로커리지 수수료도 1699억원으로 증가하며 수익 구조 다각화에 기여했다.
이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업계에서는 윤 대표의 연임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IMA(종합투자계좌) 인가 준비가 완료되어 재무 요건을 충족했다는 점 또한 연임과 사업 확장 측면에서 안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 내부통제 문제, 연임 심사 부담으로
다만 최근 내부통제 관련 사건이 연임 심사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NH투자증권 IB 담당 임원이 공개매수 관련 미공개정보를 지인에게 전달해 약 20억원대 이익을 얻은 정황이 포착돼 압수수색이 진행됐다. 이번 사건은 이재명 대통령이 주가조작 범죄에 대한 엄벌을 지시한 직후 알려지며 시장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금융당국은 내부통제 체계를 대표이사 연임 심사와 금융업 인가 심사에서 중요한 평가 요소로 삼는다.
공개매수는 NH투자증권 IB 경쟁력의 핵심이지만, 이번 사건으로 주요 고객군인 PEF(사모펀드) 업계에서 거래를 보다 신중히 조정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NH투자증권은 즉각 내부통제 강화 테스크포스(TFT)를 구성해 대응에 나선 상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대형 증권사에서 공개매수 관련 내부통제 문제가 드러났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금융당국의 관심은 높아질 수 있다"면서도 "다만 회사 측에서 빠르게 대응하고 있어 연임과 IMA 심사에 영향을 미치되 큰 틀에서 흐름을 바꾸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현재 NH농협금융지주는 NH투자증권을 대상으로 고강도 특별점검에도 나선 상태다. 농협금융지주는 임직원 사익추구 행위를 억제하고 내부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NH투자증권을 대상으로 24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특별 점검한다고 밝혔다. 금융지주 차원의 실효성 있는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취지에서다.
◆ 중앙회 변수까지 겹쳐…커지는 불확실성
윤 대표의 연임에는 그룹 차원의 인사 변수도 일정 부분 영향을 줄 수 있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은 용역업체 관계자로부터 1억원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지난달 15일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의 압수수색을 받았고, 24일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관련 녹취록이 공개되며 공방이 이어졌다. 이로 인해 정치권과 언론에서는 중앙회 내부의 책임 문제와 투명성 논란이 집중 조명되고 있다.
농협중앙회 강 회장의 금품수수 의혹이 아직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치권에서는 사퇴 압박이 계속되고 있다. 만약 중앙회 회장이 교체된다면 NH금융지주와 NH투자증권을 포함한 계열사 인사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특히 새 회장이 친정부 성향 인사로 교체될 경우, 계열사 임원 인사에서도 코드 인사가 반영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는 기존 인력 구조와 경영 전략의 연속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윤 대표 연임 심사에도 직간접적인 변수가 될 전망이다.
NH금융 계열사는 중앙회와 정치권 인사 기류의 영향을 받는 구조이기 때문에, 외부 요인이 연임 결정 과정에서 완전히 배제되기는 어렵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번 변수로 윤 대표의 연임 자체가 크게 흔들리기보다는, 심사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요인이 늘어난 정도로 보는 분위기다.
이러한 불확실성은 계열사 내부 직원과 투자자들의 관망 심리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줄 수 있다. 내부적으로는 경영 안정성과 연속성을 유지하면서도, 외부 변수에 대응하기 위한 의사결정과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실적과 IMA 준비가 안정적이지만, 내부통제와 그룹 인사 관련 외부 요인은 연임 심사와 경영 판단에서 충분히 고려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