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황지향 기자] 암호화폐 대장주 비트코인이 7개월 만에 처음으로 9만달러 선 아래로 떨어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가 약화한 데다 인공지능(AI) 거품 논란까지 겹치며 미국 자본시장에서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확산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18일 가상자산 시황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한국시간) 기준 비트코인은 24시간 전보다 약 5% 하락한 8만9900달러 선에서 거래됐다. 장중에는 8만9700달러까지 밀렸다. 비트코인이 9만달러 아래로 내려간 것은 지난 4월 22일 이후 약 7개월 만이다.
이더리움은 6% 넘게 떨어진 2970달러대에서 거래됐고, 리플(XRP)·바이낸스코인(BNB) 등 주요 코인도 4~6%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솔라나 등 알트코인 역시 5~10%대 약세로 시장 전반이 흔들렸다.
비트코인은 지난달 6일 사상 최고가인 12만6199달러를 기록했으나, 한 달여 만에 고점 대비 약 28.9% 떨어졌다. 이번 하락은 여러 요인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다.
우선 연준의 12월 금리 인하 기대가 후퇴하면서 위험자산 선호가 약화된 점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인플레이션이 목표치를 웃도는 흐름이 이어지면서 '연내 추가 인하' 전망이 빠르게 사그라진 것이다.
여기에 AI를 중심으로 한 기술주 거품론이 제기되면서 위험자산을 회피하려는 심리가 확산한 점도 하락세를 부추겼다. 이날 뉴욕증시에서는 엔비디아(-1.8%), 슈퍼마이크로컴퓨터(-6.4%) 등 AI 관련 기술주가 약세를 보이자 코인베이스(-7.1%)·로빈후드(-5.3%) 등 가상자산 관련주도 동반 하락했다.
시장 유동성 축소 우려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씨티그룹 등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보고서에서 "양적 긴축(QT)과 미국 재무부 일반계정(TGA) 잔고 증가로 시장 유동성이 줄고 있다"며 "비트코인은 이러한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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