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60원대 고환율에 원화→달러 스테이블코인 '머니무브' 가속화
  • 박지웅 기자
  • 입력: 2025.11.19 10:00 / 수정: 2025.11.19 10:00
10월 이후 테더 거래량 40%↑…환율 급등일엔 5배 폭증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디지털 금융 허브의 출발점"
원·달러 환율이 1460원대를 넘어선 가운데 국내 투자자들의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매수세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뉴시스
원·달러 환율이 1460원대를 넘어선 가운데 국내 투자자들의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매수세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뉴시스

[더팩트ㅣ박지웅 기자] 원·달러 환율이 1460원대를 넘어서면서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10월 들어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일평균 거래량은 약 40% 증가했으며, 환율 변동성이 크게 확대된 일부 거래일에는 거래량이 평소의 5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 규모 역시 확대 추세가 이어지면서, 원화에서 달러 스테이블코인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머니 무브'가 가속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업비트에 따르면 올해(1월 1일~11월 17일) 달러 스테이블코인 테더(USDT)의 일평균 거래량은 약 1억3000만개 수준이다. 그러나 원·달러 환율이 본격적으로 1400원대를 돌파한 10월 이후(10월 1일~11월 17일) 한 달여간 일평균 거래량은 1억8000만개에 육박해 연간 평균 대비 약 40%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환율이 지난 5월 2일 이후 약 5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찍었던 10월 10일에는 하루 거래량이 6억7000만개까지 폭증하며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평상시의 5배가 넘는 규모로, 원화 가치 하락 우려가 커지자 개인 투자자들이 달러 성격의 스테이블코인을 적극적으로 매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스테이블코인은 실물 달러 가치를 1대1로 연동하도록 설계된 디지털 자산으로, 국내에서는 테더(USDT)와 USD코인(USDC)이 대표적이다. 전통 금융에서는 환전 규제나 수수료 부담이 적지 않지만, 가상자산 거래소에서는 즉시 매수·매도가 가능해 원화 약세 국면에서 '디지털 달러' 대체재로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한 코인이 아니라 글로벌 디지털 달러 네트워크의 일부"라며 "원화 약세와 외환 불안이 커질수록 국내 투자자들의 스테이블코인 선호는 더 강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고환율 영향 외에도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 자체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점도 국내 수요 증가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NH투자증권이 발표한 '2026년 디지털자산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전 세계 스테이블코인 발행액은 3000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78% 증가했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은 아직 초기 단계로, 향후 대량 발행 국면이 계속될 것"이라며 "2030년에는 시장 규모가 2조달러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김지원 KB증권 연구원도 "미 재무부는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2028년까지 약 2조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추산하고 있다"며 "시티그룹 역시 2030년 기준 1조9000억~4조달러 규모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강세 시나리오를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스테이블코인 시장 성장세의 핵심 요인으로 미국 스테이블코인 규제법 '지니어스 액트(GENIUS Act)' 발효 여부를 꼽는다. 이 법안은 지난 7월 의회를 통과했으며, 내년 발효 시 금융회사뿐 아니라 다양한 민간 기업도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게 된다. 업계에서는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제2의 도약기"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의 실사용 사례도 빠르게 늘고 있다. 글로벌 결제 플랫폼 스트라이프(Stripe)의 설문 결과에 따르면, 월 100만달러(약 14억원) 이상의 해외 송금을 처리하는 기업의 92%가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스트라이프는 현재 101개국에서 스테이블코인 기반 금융 계좌를 제공한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이 최근 자국 화폐를 연동한 스테이블코인을 공식 출시했다. 도쿄의 핀테크 기업 JPYC는 엔화와 가치가 연동된 스테이블코인 'JPYC'를 지난달 27일 발행하며 본격적인 서비스에 들어갔다. 글로벌 주요국이 통화주권을 유지하고 디지털 결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자국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서두르는 가운데, 국내도 제도 정비와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 논의를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종섭 서울대 교수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한 결제 혁신을 넘어 디지털 금융 생태계의 핵심 인프라가 될 수 있다"며 "온체인(On-chain) 금융을 기반으로 개방형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구축해 한국이 글로벌 디지털 금융 질서를 선도하는 허브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K-콘텐츠·K-커머스와 한국의 강력한 디지털 결제 문화가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결합할 경우, 한국은 달러에 종속되지 않는 블록체인 금융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윤민섭 빗썸 연구위원은 "K-콘텐츠는 이미 글로벌 신뢰 자산으로 자리 잡았다"며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문화 기반 디지털 통화로 발전하면 한국은 금융·콘텐츠 융합 허브로 도약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chris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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