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우지수 기자] KT가 차기 최고경영자(CEO) 선출을 위한 심사 단계에 들어갔다. 대표이사 공개 모집에 30명 안팎의 내·외부 인사가 몰리면 이사회가 어떤 인물을 최종 후보로 결정할지 관심이 쏠린다.
이번 KT 대표이사 공모는 사외이사 8명이 참여하는 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주도한다. 심사는 서류 검토와 면접을 거쳐 연내 최종 후보 1명을 선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최종 선임은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결정될 예정이며 임기는 오는 2029년 3월까지다.
KT는 대표 후보 자격으로 △기업경영 경험과 전문지식 △이해관계자와의 커뮤니케이션 역량 △글로벌 시각과 리더십 역량 △관련 산업·시장·기술에 대한 전문성 등을 제시했다.
이번 공모에는 KT 내부 인사뿐 아니라 KT 출신 경영진, 대기업·학계·정책 라인 등 폭넓은 정보통신기술(ICT) 전문가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지원자 수나 명단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지난 공모의 27명과 비슷하거나 다소 많은 규모로 예측하고 있다.
사내 후보군 중에서는 이현석 커스터머부문장이 가장 유력한 이름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 부문장은 아이폰 국내 첫 출시 과정에 참여했고 최근까지 무선·단말·서비스 등 B2C 조직을 중심으로 다양한 보직을 맡아왔다. 안창용 엔터프라이즈부문장도 사내 자격 요건을 충족한 인사로 분류된다. 그는 기업 고객 대상 서비스와 디지털 전환 관련 업무를 맡아온 경험이 있다.
KT 출신 외부 인사 중에서는 박윤영 전 KT기업부문장이 가능성 있는 후보로 꼽힌다. B2B 전략에 대한 강점으로 CEO 후보 압축 단계까지 올라간 경험이 있다. 이 외에 김태호 전 서울도시철도공사 사장, 남규택 전 KT 부사장, 박대수 전 KT텔레캅 대표, 홍원표 전 SK쉴더스 대표도 후보군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전해진다.
학계·공공기관 출신 외부 후보도 다수 포함됐다. 주형철 전 청와대 경제보좌관, 차상균 서울대 명예교수, 김재홍 전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 등이 지원자로 파악된다. 데이터 기반 신사업과 AI 전략에 강점을 지닌 전문가가 하마평에 오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공모에 참여할 것으로 예측됐던 구현모 전 KT 대표는 최근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그는 입장문을 통해 "KT 역사와 문화를 모르는 인물의 참여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히며 내부 인사 선임 필요성을 강조했다.
새 대표는 취임 직후 신뢰 회복이라는 1순위 과제를 맡게 된다. KT는 최근 서버 악성코드 감염 신고 지연, 펨토셀 기반 무단 소액결제 논란 등으로 이용자 신뢰가 흔들린 상태다. 업계에서는 정부 규제, 과징금, 소송 가능성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AI 기반 사업 전환도 중요한 과제다. KT가 미래 성장축으로 제시해 온 AI·AX 분야 관련 사업 성과를 보여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노사 관계 안정, 흔들린 조직 분위기 회복, 정부·이사회와의 조율 역시 새 대표가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업계에서는 내부 경험과 조직 이해도를 중시하는 흐름과 외부 혁신 리더십에 대한 기대가 동시에 존재하는 분위기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이번 KT 대표 선임은 회사 방향성을 결정하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며 "조직을 잘 아는 내부 인사 선호 기류가 강하지만 외부 인사가 가져올 변화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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