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발 훈풍' 외친 배달의민족 모회사 DH…현장에서는 수수료·배달비에 신음
  • 박지웅 기자
  • 입력: 2025.11.18 09:48 / 수정: 2025.11.18 09:48
4분기 성장 전망한 DH…한국 시장 회복세 '핵심 요인'
"최근 2년 새 배민 수수료 3.6%p↑"
로드러너에 라이더 반발
배달의민족 모회사인 딜리버리히어로가 한국 등 아시아 시장의 회복세에 힘입어 4분기 호실적을 전망했지만, 국내 배민 입점업체의 비용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배달의민족
배달의민족 모회사인 딜리버리히어로가 한국 등 아시아 시장의 회복세에 힘입어 4분기 호실적을 전망했지만, 국내 배민 입점업체의 비용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배달의민족

[더팩트ㅣ박지웅 기자] 배달의민족 모회사인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elivery Hero)가 한국 등 아시아 시장의 회복세를 바탕으로 4분기 호실적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배민의 수수료 인상과 배달 시스템 개편으로 소상공인과 라이더의 부담이 확대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해외 본사의 호실적과 국내 영세업자의 경영 환경 사이의 괴리가 더욱 부각되고 있다. 국내 배민 입점업체의 비용 상승이 독일 본사의 실적을 떠받치는 구조라는 비판이 나온다.

1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딜리버리히어로는 지난 13일(현지시간) 진행한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한국 등 아시아 지역이 연말부터 성장세로 전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시장을 실적 반등의 핵심 요인으로 꼽으며 "한국의 10월 주문량이 증가했고, 지난해 도입한 구독 서비스도 성과를 내고 있어 4분기 초기 지표들이 고무적"이라고 설명했다. 니클라스 외스트베리 CEO는 "한국 시장의 반등은 그룹 전체 GMV(총거래액) 성장 가속화의 핵심 동력"이라고 강조했다. 딜리버리히어로는 최근 1개월간 주가가 26% 넘게 하락하고, 연간 총주주수익률(TSR) 역시 54.8% 빠지며 극심한 부진을 겪었지만, 한국 시장의 반등이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배민 본사의 실적 회복은 국내 배민 입점업체와 소비자의 비용 부담이 증가했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최근 국정감사에서도 배민이 딜리버리히어로에 인수된 이후, 국내에서 발생한 수익 상당 부분을 해외 본사에 송금한 사실이 도마 위에 올랐다.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정무위원회 국감에서 "2023년 배민 영업이익 6998억원 중 4127억원이 배당금으로 지급됐고, 2024년에는 6408억원 중 5327억원이 자사주 매입·소각 방식으로 사실상 본사에 이전됐다"며 "최근 2년간 해외로 빠져나간 금액만 1조원을 넘는다"고 지적했다.

반면 그동안 배민에 입점한 국내 소상공인의 비용 부담은 더욱 커졌다. 참여연대가 지난달 발표한 '배달의민족 수수료 부담 실태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2년 동안 입점업체의 총수수료 부담은 평균 3.6%포인트 늘었다. 특히 주문 금액 2만원 미만 건은 고정 배달비 3400원이 적용되며 매출의 30% 가까이가 수수료로 빠져나가는 사례도 있었다. 지난해 구성된 상생협의체가 차등 중개수수료 체계를 도입했지만, 고정 배달비 증가로 실효성이 크지 않았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논란은 최근 배민이 시범 운영 중인 인공지능(AI) 기반 배달 시스템 '로드러너'로 확산되고 있다. 기존 배달 시스템 '배민커넥트'가 '자유 접속·자율 수락' 방식이었다면, 로드러너는 사전 근무 예약제와 성과 지표 기반 배차 방식을 적용해 사실상 스케줄 근무제를 강화한 형태다. 라이더단체들은 "고정 근무와 성과 압박이 강화되면서 플랫폼 라이더가 시간제 노동자로 전환되는 구조"라고 비판한다. 배달 가능한 거리 제한으로 인해 점주 매출이 줄었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일각에서는 로드러너 도입이 딜리버리히어로 본사가 받는 로열티 확대와 관련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한다.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지부장은 "본사의 수익 회수 방식이 사모펀드와 유사하다"며 "로드러너 강행은 이익 극대화 이후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는 '엑시트 전략'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라이더·점주 단체들은 오는 25일 배민 본사 앞에서 공동 집회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배민의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로드러너는 한국과 독일 개발진이 공동 개발한 글로벌 배차 시스템으로, 전 세계 70여 개 시장에서 80만명 이상이 사용 중인 검증된 솔루션"이라며 "라이더 수익 증대와 배달 품질 향상을 위한 장기 프로젝트이며 현재는 일부 지역에서만 시범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라이더 간담회와 설문조사를 통해 의견을 반영하고 있으며, 자동수락·동선 최적화 등 기능 개선을 지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chris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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