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이중삼 기자] 높아진 서울 전셋값에 밀린 세입자들이 경기로 이동하고 있다. 서울 전세 보증금으로 경기 비규제지역 아파트까지 살 수 있게 되자, 매수 문의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셋값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불안한 '전세살이'를 벗어나려는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6억6378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역대 최고가였던 지난 2022년 4월(6억8727만원)의 96.5% 수준까지 회복한 수치다. 반면 경기 주요 도시의 아파트 평균 매맷값은 서울 전셋값보다 현저히 낮다. 부천 5억2505만원, 고양 5억1436만원, 김포 4억7026만원, 의정부 3억7401만원 등이 대표적이다. 서울 전세 보증금과 비슷하거나, 낮은 비용으로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는 셈이다.
경기로 유입되는 인구도 늘고 있다. 이른바 '탈서울'을 통해 내 집 장만에 나서는 수요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서울 순이동은 7751명으로 거주 인구가 줄었지만, 경기는 7018명이 늘었다. 서울 인구 상당수가 경기로 이주한 것으로 풀이된다.
◆ "내년 전세가 4% 더 오른다"…커지는 임대차 시장 불안

이러한 탈서울 현상은 더 두드러질 전망이다. 공급 부족과 수요 쏠림으로 인해 전셋값 상승 압력이 높아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2025년 건설·부동산 경기전망'에서 내년 전국 주택 전셋값이 4.0% 오를 것이라고 관측했다. 특히 전세 물량도 줄고 있다. 아실에 따르면 이달 중순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1년 전보다 19.9% 감소한 2만6000여 건에 그쳤다.
서울 전셋값이 치솟자, 경기 중에서도 비규제지역에 수요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가격 경쟁력에 더해 금융 규제의 문턱이 낮다는 장점이 부각되고 있어서다.
신규 분양 아파트 기준으로 현재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로 중도금 대출도 40% 수준에 묶여 있다. 그러나 김포 등 비규제지역에서는 60%까지 적용된다. 또한 청약 통장 가입 12개월 이상인 수도권 거주자라면, 세대원·세대주 모두 1순위 청약이 가능하고 실거주 의무도 없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 팀장은 "서울의 높은 주거비용에 지친 전세 수요가 경기 비규제지역의 매매시장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며 "전셋값 상승과 향후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맞물리면서, 합리적인 가격과 낮은 대출 규제를 갖춘 비규제지역 지역의 인기는 지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