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장혜승 기자] 태광그룹이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에 사활을 걸고 있다. 최근 뷰티기업 애경산업 인수 본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국내 중형 조선사인 케이조선(옛 STX조선해양)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주력 사업이었던 석유화학 사업이 장기 부진에 빠지면서 인수합병(M&A)을 통해 새 먹거리 발굴에 나선다는 분석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태광그룹의 섬유·석유화학 계열사인 태광산업은 미국계 사모펀드 텍사스퍼시픽그룹(TPG)과 컨소시엄을 꾸려 케이조선 예비 인수의향서(LOI)를 매각주관사에 공동제출했다.
매각 대상은 연합자산관리(유암코)·KHI 컨소시엄이 보유한 케이조선 지분 99.58%와 회사채 등이다. 인수 가격은 5000억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매도자가 (케이조선 지분 매각에) 강한 의지를 보인다고 알고 있다"며 "아직은 얼마가 될지 알 수 없지만 인수 가격은 5000억원 정도로 희망한다"고 말했다. 태광산업은 "구체적 투자금액은 검토 중"이라며 "향후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이내 재공시하도록 하겠다"고 공시했다.
태광산업이 케이조선 인수전에 참전한 이유는 국내 조선업이 미국과의 조선 협력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훈풍을 타고 있어서다. 특히 상반기 실적이 부진했던 중형 조선사들은 하반기 연이은 수주로 일감을 쌓았다.
케이조선은 올해 약 1조2000억원 규모, 총 15척을 수주해 2년치 일감을 확보했다. 지난해 11척, 약 8900억원 규모를 훌쩍 넘어섰다. 마스가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중소형 조선사로 거론된다. 미 해군 함정 유지보수(MRO) 사업에 참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태광그룹은 기존 석유화학 사업의 부진을 털기 위해 화장품, 부동산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중이다. 태광산업은 화장품·에너지·부동산개발 관련 기업의 인수와 설립을 위해 1조5000억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을 지난 7월 밝혔다. 이후 대형 인수합병(M&A)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에는 컨소시엄을 꾸려 애경산업을 인수해 화장품 사업에 진출했고, 그룹 금융계열사인 흥국생명은 국내 1위 부동산 자산운용사 이지스자산운용 인수 후보자로 거론된다. 역시 그룹 계열사인 티시스는 코트야드 메리어트 남대문 호텔 운영 사업을 주식회사 상상스테이에서 양수받는다.

태광그룹은 M&A를 통해 기존 석화 사업 위주 포트폴리오를 다시 짠다는 계획이다. 오랫동안 그룹의 수익창출원 역할을 했던 석화 사업은 글로벌 공급과잉과 수요 부진으로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3년간 영업적자만 935억원에 달한다.
적자 폭을 줄이기 위해 지난 7월 중국 진출 20년만에 스판덱스 생산공장의 가동을 전면 중단하고 사업을 철수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해외 종속회사인 태광화섬(상숙)의 영업도 중단했다. 태광화섬(상숙)은 설립 이후 지난해까지 누적 매출액 2조6143억원, 누적 영업손실 686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최근 3년간 영업손실이 935억원에 달했고, 올 1분기에도 72억원의 적자를 냈다.
석유화학은 더 이상 사이클 산업이라는 말이 통하지 않을 만큼 장기 침체에 빠져 있어 태광그룹은 새 먹거리 발굴에 속도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9월말 기준 태광산업이 보유한 유동자산 2조5800억원 규모다. 현금및현금성자산은 4900억원에 그치지만 업계에서는 태광이 보유한 부동산 가치를 고려하면 입수합병 실탄은 충분하다고 본다.
업계 관계자는 "태광이 갖고 있는 자산이 많다"며 "서울 성수동, 강남, 부산 등에 알짜배기 땅이 많은 만큼 돈이 없어서 인수합병을 못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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