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듭부터 꼬인 애플페이"…'첫 협상' 현대카드 원죄론 왜
  • 김정산 기자
  • 입력: 2025.11.17 13:25 / 수정: 2025.11.17 13:25
높은 수수료율 논란…도입 첫해 국감에서 도마 위
수익성 불확실…카드사 경쟁 구도도 '미지수'
애플페이 사용처가 대중교통까지 확대되면서 편의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신규 카드사의 진입은 지지부진한 흐름이다. /뉴시스
애플페이 사용처가 대중교통까지 확대되면서 편의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신규 카드사의 진입은 지지부진한 흐름이다. /뉴시스

[더팩트ㅣ김정산 기자] 애플페이 사용처가 대중교통까지 확대되면서 편의성이 높아지는 추세에도 신규 카드사의 진입은 지지부진한 흐름이다. 국내 결제 시장에서 애플과 가장 먼저 협상을 성사시킨 곳은 현대카드인데, 정태영 부회장이 애플페이 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현대카드가 무리한 수준의 수수료 협상을 성사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 애플페이, 현대카드에 새로운 성장 동력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현대카드의 연간 개인 신용카드 일시불 잔액은 81조7794억원이다. 전업 카드사 8곳(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 하나·비씨카드)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지난 2023년 3월 국내 최초로 애플페이 서비스에 진입하면서 존재감을 키운 영향으로 풀이된다. 당시 애플페이 도입을 앞두고 금융당국이 마지막 법률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애플페이 시행 이전부터 신규 소비자들이 현대카드 발급을 서두른 바 있다.

실제, 애플페이 도입 이전까지 국내 카드사 중 신판 잔액 독주는 신한카드가 달리고 있었다. 지난 2022년 말 기준 신한카드의 신판 잔액은 94조4180억원으로, 현대카드(82조6226억원)와 비교하면 11조7954억원 격차를 보였다.

그러나 현대카드가 애플페이에 진입한 2023년의 연간 성적표를 살펴보면, 신한카드와 현대카드의 신판액이 각각 98조4639억원, 95조313억원을 기록하면서 격차를 3조4326억원까지 줄였다. 이어 다음해인 2024년에는 현대카드가 연간 신판 잔액 105조1652억원을 달성하면서 신한카드를 추월했다. 애플페이 도입 21개월 만에 신판 잔액 업계 1위임을 증명한 것이다.

현대카드가 애플페이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선 배경에는 정 부회장의 남다른 의지가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과거 정 부회장은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애플페이 도입을 시사한 바 있다. 지난 2023년 1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사과 8개가 쏟아진 사진을 게시한 데 이어, 다음 달인 2월에는 '오늘의 점심'이라는 문구와 함께 한 입 베어먹은 사과 사진을 공개했다. 당시 현대카드는 "확인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지만, 사실상 애플페이 도입을 암시했던 것으로 보인다.

현대카드가 애플페이에 진입하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경쟁사들 또한 발빠르게 애플페이 서비스에 진입할 것이란 기대감이 확산했다. 특히 아이폰에 대한 MZ세대의 선호도가 높은 만큼, 경쟁사의 관망세가 장기화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었다. 하지만 애플페이 국내 상륙 3년이 다 되어 가지만, 일부 카드사의 애플페이 도입 정황만 포착됐을 뿐, 뜬소문에 그치고 있다.

◆ 수수료율, 국감서 '도마'…신규 카드사 도입 미정 장기화

업계에서는 애플페이 진입으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불투명하다고 입을 모은다. 별도의 수수료 부담이 없는 삼성페이와 달리, 애플페이는 카드사가 별도의 수수료를 부담해야 하는 만큼 본업 경쟁력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현대카드와 애플 간 최초 협상이 차기 카드사 협상의 기준표 역할을 하는 만큼, 매듭부터 꼬였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애플페이 수수료는 도입 첫해 국정감사에서 도마에 오른 바 있다. 윤창현 전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현대카드가 애플에 지급하는 페이 수수료가 높다고 지적하면서다. 당시 윤 전 의원은 "애플페이가 신용카드 시장을 10% 점유하면 애플과 비자 등에 연 3417억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현대카드가 애플에 승인잔액의 0.15%, 유로페이·마스터카드·비자(EMV) 등에 0.2%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고 언급했다.

당시 양정숙 전 국회의원 역시 "애플페이의 높은 수수료율 때문에 카드사끼리 출혈 경쟁이 불가피하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이에 국정감사에 출석했던 김덕환 전 현대카드 대표는 소비자 비용 전가 우려를 일축하면서 "내부적으로 검토해보고 여러 나라의 사례를 봤지만, 우리나라의 수수료가 특별히 높지 않다고 본다"라면서도 "다른 나라의 수수료를 잘 모른다"고 답변했다.

신규 카드사의 애플페이 도입은 해를 넘길 전망이다. 특히 지난 2월 가맹점 수수료율이 인하되면서 결제 수수료에 관한 부담이 가중되는 형편이다. 아울러 애플페이 도입으로 기울어진 경쟁 구도를 원위치하더라도, 현대카드가 애플페이 서비스에 진입했던 초기만큼 신규 회원을 유치하거나 신판 잔액을 끌어올리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차라리 새로운 먹거리 발굴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또 상위권 카드사의 경우, 애플페이 없이도 신판 잔액 부분에서 경쟁이 가능하다는 분위기도 적지 않다. 실제, 지난 9월 말 개인 신용카드 일시불 잔액만 놓고 보면 현대카드가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여기에 국세·지방세 등 공과금 납입 잔액을 더하면 신한카드(88조2115억원)가 현대카드(83조8883억원)를 앞지른다. 여기에 개인 할부 잔액까지 합산하면 △신한카드(108조1040억원) △삼성카드(104조1636억원) △현대카드(100조9562억원) 순으로 뒤바뀐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국내 시장에서 애플페이가 카드사에 이익이 된다면 도입을 주저할 필요가 없다"라며 "일부 카드사의 애플페이 도입 정황이 뚜렷했지만 이제는 불투명해진 이유는 인프라 구축은 해놓더라도 실사용은 시기상조라는 판단이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정 부회장은 애플페이 도입에 대한 질문을 두고 "국제 결제 표준 규격인 EMV 컨택리스 기술의 파생을 위한 책임감으로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대카드 관계자는 "애플페이 수수료는 카드사가 직접 부담하는 구조로 애플페이 도입 이후 소비자 혜택이 축소된 것은 근거가 없다"라고 일축했다.


kimsam11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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