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코스피 4200 랠리의 그늘로 은행권 신용대출이 단기간 가팔라졌다. 11월 첫 주 5대 은행 신용대출이 약 1조2000억원 가까이 늘었고, 10월엔 은행 '기타대출'이 증가로 돌아섰다. 당국은 총량 관리 기조를 유지하되 용처·속도 점검과 심사 강화로 레버리지 과열을 막겠다는 입장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신용대출 단기 급증이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5대 시중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 가계 신용대출 잔액은 지난 7일 기준 105조9137억원으로, 10월 말(104조7330억원) 대비 1조1807억원 증가했다. 불과 일주일 만에 10월 한 달 증가분(약 9251억원)을 넘어선 수치다.
증시 랠리 속 개인투자자의 마이너스통장 활용이 늘어난 영향이란 해석이 뒤따른다. 코스피는 지난 3일 4221.87로 사상 최고치(종가 기준)를 경신했고, 개인 순매수가 지수를 견인했다. 이는 지난달 31일 4100선을 넘은 지 1거래일 만이다. 이러한 '리스크 온' 환경이 일부 가계의 레버리지 확대(빚투)로 연결되고 있는 실정이다. 코스피가 장중 6% 넘게 밀렸던 지난 5일에는 하루 새 마이너스 통장 잔액이 6238억원이나 급증하기도 했다.
월간 통계도 방향을 같이한다. 13일 한국은행 '10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은 +3조5000억원으로 전월(+1조9000억원) 대비 증가폭이 확대됐다. 세부적으론 주택담보대출 증가폭이 축소됐다. 지난달 은행권 주담대는 934조8000억원으로 전월대비 2조1000억원 증가했다. 9월(+2조5000억원) 대비 상승폭이 줄었다. 반면 기타대출이 +1조4000억원 늘며 증가로 돌아섰다. 이 역시 주식투자 수요와 10·15 부동산 대책 이전의 주택거래 선수요를 요인으로 짚었다.
박민철 한은 시장총괄팀 차장은 "기조적으로 가계대출 증가세 둔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기타 대출이 늘었다"며 "주식 투자 관련 수요가 늘고, 추가 부동산 대책에 따른 계약금 등 선수요 조달, 추석 연휴 관련 자금 수요 등으로 해석한다"고 설명했다.
정부 집계(잠정)도 이를 뒷받침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3일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개최해 10월 가계대출 동향을 점검하고 총량관리 현황을 논의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10월 전 금융권 가계대출이 +4조8000억원으로 전월(+1조1000억원)보다 확대됐다. 업권별로는 은행권 +3조5000억원, 항목별로는 기타대출 +1조6000억원으로 전월(-2조4000억원) 대비 증가세로 전환했다. 그중 신용대출은(-1조6000억원→9000억원)으로 반등했다. 다만 당국은 총량목표 범위 내 관리 기조를 재확인했다.
신진창 금융위 사무처장은 "금융권 가계대출은 총량목표 범위 내에서 원활히 관리되고 있으나, 10.15대책 이전 주택거래량 증가에 따라 연말 주담대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며 "통상 11월은 가계대출 증가세가 확대되는 시기인 만큼, 향후 가계부채 추이를 면밀하게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과도한 공포를 키울 단계는 아니라는 신중론도 있다. 일각에선 전반적으론 증가세 둔화 국면이라는 평가와 함께, 신용대출 급증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는 시각이 병존한다. 실제 10월엔 주담대 증가폭이 줄었고, 정책성 대출이 일부 완충 역할을 했다. 다만 11월 들어 신용대출의 단기 속도가 빨라진 만큼 당국과 은행권의 점검이 필요한 대목이다.
이 가운데 주담대→신용대출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어, 은행권엔 한도·만기·가격(금리) 조정과 심사 강화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 감독당국도 월별·주별 동향을 공유하며 고위험군(다중채무·저소득) 관리를 당부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신용대출의 용처·회전율 모니터링과 함께 가격·한도·만기 구조조정을 통해 레버리지 과열 방지에 방점을 찍을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주담대가 막히면 풍선효과가 신용으로 온다"며 "한도·만기·가격을 동시에 조정하지 않으면 레버리지 과열은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과제는 '총량 관리'와 '구성 안정화'를 함께 달성하는 일이다. 당분간은 주간 단위 신용대출 흐름과 증시 변동성이 가장 민감한 체크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다만 신용대출이 생활비 등 불가피한 부분에 사용될 수 있어 실수요자를 반영한 정책이 필요하단 조언도 나온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고위험 차주 관리와 신용대출 구조 점검 기조를 강화에 발맞춰 은행들도 리스크 관리에 신경을 써야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최근 단기로 신용대출 수요가 늘어난 상황에서 감독당국의 모니터링은 시장 과열을 미연에 차단하는 차원에서 적절한 조치로 보인다"고 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신용대출, 특히 마이너스 대출은 고객들이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운영하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라며 "최근에는 빚투등에 활용되는 경우가 많아졌지만 생활비 등 불가피한 부분에 사용되는 경우도 더러 있어 무조건적인 규제보다는 실수요자를 반영한 세심한 정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