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선전=황지향 기자] 중국 전기차 브랜드 BYD가 한국 진출 1년 만에 누적 판매 4000대를 돌파했다. 빠른 속도로 시장 점유율을 넓히며 올해 안에 5000대 달성이 유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딩하이미아오 BYD코리아 대표는 "소비자 신뢰를 바탕으로 한 걸음씩 나아가겠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딩하이미아오 대표는 지난 11일 중국 광둥성 선전에 위치한 BYD 본사에서 "이날 정오 기준 이미 4000대 이상의 차량을 판매했다"고 밝혔다. 그는 "소비자들은 여전히 우리 제품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라며 "지역 소비자들에게 훌륭한 서비스를 제공해 온 파트너사들의 노력에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어느 시장에서든 브랜드가 성공하기 위해선 먼저 소비자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며 "소비자는 우리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이자 협력자"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판매 목표에 대해선 "연초에도 올해 판매 목표 질문을 많이 받았지만, 우리는 단기적인 숫자보다 한국 시장에서 한 걸음 한 걸음 신뢰를 쌓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방문한 선전 본사에서는 BYD의 기술 철학과 성장 궤적이 한눈에 드러났다. 본사 1·2층 2700㎡ 규모의 홍보관에는 전기차뿐 아니라 배터리, 전력저장시스템, 전기버스, 경전철, 신재생에너지 설비 등 BYD의 핵심 사업이 망라돼 있었다. 단순한 차량 제조사를 넘어 '에너지와 이동성 전반을 아우르는 기술 기업'이라는 정체성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구성이다.

전시 공간 중간에는 BYD의 기술력과 인적 역량을 상징하는 두 개의 벽이 나란히 배치돼 있다. 하나는 3만7000여건에 달하는 BYD 특허 가운데 일부 실물 증서를 전시한 '특허벽', 다른 하나는 전 세계 12만명의 연구개발(R&D) 인력 초상 사진으로 구성된 '엔지니어벽'이다. 수많은 특허 문서와 엔지니어들의 얼굴이 맞닿아 있어 BYD의 경쟁력을 시각적으로 전했다.
이어 BYD의 전기차 핵심 기술이 한눈에 들어왔다. 블레이드 배터리를 차체 하부에 통합해 차량 강성과 공간 효율성을 높인 전기차 전용 플랫폼, 듀얼모드시스템으로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한 'DM-i·p 슈퍼하이브리드', 배터리 팩 상부 셀과 차체 바닥 패널을 하나로 묶어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CTB(셀 투 보디)' 구조 등이 소개됐다.

2층에서는 BYD의 배터리 기술이 집중적으로 전시돼 있었다. 특히 리튬인산철(LFP) 기반 블레이드 배터리의 안전성 실험이 실제로 진행됐다. BYD 관계자는 삼원계(NCM) 배터리와 블레이드 배터리를 나란히 놓고 금속 막대를 찔러 넣는 실험을 시연했다. NCM 배터리에서는 구멍이 뚫리자 연기와 함께 불길이 치솟아 섭씨 600도에 달하는 화재가 발생했지만, 블레이드 배터리는 연소나 폭발 없이 형태를 유지했다. NCM 배터리 역시 BYD의 자사 제품이다.
BYD 관계자는 "LFP 배터리는 NCM 대비 열적으로 안정적인 화학 구조를 가지고 있다"며 "블레이드 배터리 특유의 적층형 구조가 내부 단락을 줄이고 열 분산을 높여 과열 가능성을 최소화한다"고 설명했다.
BYD는 배터리 안전성을 강조하며 한국 내 소방기관과 협력해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현지 대응 체계 강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BYD는 1994년 배터리 제조업체로 출발해 현재 전자, 자동차, 재생에너지, 경전철 등 4대 사업을 중심으로 성장했다. '지구의 온도를 1℃ 낮춘다'는 비전을 내세워 2022년 내연기관차 생산을 전면 중단했고, 지난해 친환경차 판매 427만대로 3년 연속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연구개발(R&D) 투자액은 74억6000만달러(약 10조9000억원)로 전년 대비 36% 늘었다.
국내 시장에서는 지난 1월 소형 SUV 아토 3를 시작으로 세단 씰, 중형 SUV 씨라이언 등을 잇따라 출시하며 입지를 넓히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BYD는 3월 10대, 4월 534대, 5월 513대, 6월 220대, 7월 292대, 8월 369대, 9월 1020대, 10월 824대가 등록됐다. 상반기보다 하반기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업계에서는 올해 안에 누적 5000대 돌파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22년 국내 시장에 본격 진출한 폴스타가 그해 2794대를 판매한 것과 비교하면 의미 있는 성장세라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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