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재계 총수들이 한미 관세 협상 세부 합의를 담은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 후속 논의를 위해 마련된 민관 합동회의에서 통 큰 투자를 약속했다. 정부의 국내 투자 요청에 적극 화답하는 동시에, 대미 투자로 인해 국내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를 해소하고자 대규모 투자 보따리를 풀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정기선 HD현대 회장 등 재계 총수들은 16일 한미 '조인트 팩트시트' 도출과 관련한 후속 논의를 위해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민관 합동회의에 참석했다.
재계 총수들은 회의 직후 대규모 국내 투자 및 고용 계획을 약속했다. 먼저 이재용 회장은 "R&D(연구개발)를 포함해 국내 시설 투자를 더욱 적극적으로 해나가겠다"며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은데, 삼성은 지난 9월 약속한 대로 향후 5년간 매년 6만 명씩 국내에서 고용을 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은 향후 5년간 R&D를 포함한 국내 투자에 총 450조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메모리 수요 대응 차원에서 평택사업장 2단지에 새롭게 조성되는 5라인을 2028년부터 본격 가동한다. 회사는 또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비수도권 지역 투자도 전방위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삼성은 신입사원 공채 등 신규 채용 외에도 다양한 사회공헌사업(CSR)을 통해 청년 일자리 창출에 적극 기여하기로 했다.

SK그룹은 오는 2028년까지 128조원 이상을 국내에 투자한다. 최태원 회장은 "반도체 메모리 수요 증가와 공정 첨단화 등으로 투자비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며 "용인 팹(공장)만으로도 600조원 정도의 투자가 앞으로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2026년부터 2030년까지 5년간 국내에 총 125조2000억원을 투자한다. 이는 직전 5년(2021~2025년) 국내 투자 89조1000억원보다 36조1000억원 증가한 규모다. 이를 연평균으로 환산하면 25조400억원으로, 직전 5년 연평균 투자액 17조8000억원 대비 40% 이상 늘어난 수치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대규모 국내 투자에 대해 "미래 성장 기반을 다지기 위한 전략적 조치"라고 설명했다.
LG그룹도 향후 5년간 100조원을 국내에 투자한다. 구광모 회장은 "이 중 60%를 소재·부품·장비 기술 개발과 확장에 투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HD현대는 향후 5년간 약 15조원의 국내 투자를 추진한다. 에너지 분야와 AI 로봇 사업에 8조원, 조선해양 분야에 7조원을 투입한다. 이밖에 한화그룹은 국내 조선과 방산 분야에서 향후 5년간 11조원을 투자한다. 한화의 경우 이날 회의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대신 여승주 한화 부회장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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