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연체율, 금융위기 이후 최고…건전성·생산금융 양립 시험대
  • 이선영 기자
  • 입력: 2025.11.14 15:19 / 수정: 2025.11.14 15:19
기업은행 3분기 연체율 1.0%·기업대출 1.03%…15년 만의 최고치
가계 둔화 속 기업자금 공급과 건전성 균형 관건
IBK기업은행의 3분기 연체율이 1.0%로 올라 금융위기 국면이던 2009년 1분기(1.02%)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IBK기업은행
IBK기업은행의 3분기 연체율이 1.0%로 올라 금융위기 국면이던 2009년 1분기(1.02%)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IBK기업은행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IBK기업은행의 3분기 연체율이 1.0%로 올라 금융위기 국면이던 2009년 1분기(1.02%)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기업대출만 좁혀보면 1.03%로 15년 만의 고점이다. 정부의 생산적 금융 기조 속 자금공급 확대와 건전성 관리의 양립이 핵심 과제로 부상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3분기 말 기준 기업은행의 1개월 이상 연체율은 1.0%,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은 1.35%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0.14%포인트, 0.04%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기업 부문의 연체율만 보면 1.03%로 뛰어 2010년 3분기(1.08%) 이후 최고 수준이다.

기업은행의 최근 연체율 상승은 기업 특화 포트폴리오의 민감도가 반영된 결과로 읽힌다. 기업은행은 법적으로 자산의 70% 이상을 중소기업 대출로 운용해야 한다. 실제 포트폴리오상으로는 전체 대출 중 80% 가까이 중소기업 대출이 차지하고 있다.

배경 요인으로는 부동산 경기 둔화의 장기화, 내수 부진, 대외 불확실성(관세·환율) 등이 지목된다. 중소 제조업·도소매 업종에서 원가·운전자금 부담이 커지며 현금흐름이 악화됐고 일부 업종은 조달창구가 보증부·정책성 대출로 수렴하는 현상도 관찰된다. 업계에선 금리 하향 국면이더라도 채무상환능력 약화가 선행될 경우 연체율은 후행적으로 더 오를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한다.

특히 기업은행은 정책금융기관 특성상 경기 하락기에 중소기업 지원이 집중되나 상환 능력이 취약한 차주가 늘어날 경우 부실 리스크를 떠안을 수 있다.

기업은행은 연체율 악화에도 중소기업 마지막 자금창구로서의 역할을 놓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올 3분기 경영실적에 따르면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260조3000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13조1000억원(5.3%) 증가했다.

기업은행은 내수회복 지연, 고물가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 지원에도 나서고 있다. 올해 9월에는 총 7조5000억원 규모의 'IBK 더드림 패키지'를 출시했다.

연체 압력은 은행권 전반으로 확산되는 기색이다. 3분기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중기대출 연체율은 0.53%로 8년 반 만의 최고치다. 국민은행은 0.54%로 전분기 대비 0.12%포인트, 하나은행도 0.56%로 0.02%포인트 올랐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각각 0.56%, 0.45%로 소폭 하락했으나 상반기 이미 8년 만에 최고치를 찍은 뒤 소폭 내렸다. 지방은행 4곳과 iM뱅크의 중소기업 연체율 평균은 3분기 1.10%까지 올라 연체 부담이 뚜렷해졌다.

가계대출 시장이 정부 규제로 정체된 가운데 은행권은 기업금융을 새 수익원으로 삼겠다는 판단이다. /더팩트 DB
가계대출 시장이 정부 규제로 정체된 가운데 은행권은 기업금융을 새 수익원으로 삼겠다는 판단이다. /더팩트 DB

그럼에도 정부의 '생산적 금융' 기조는 유지된다. 금융위원회는 9월 '생산적 금융 대전환' 회의를 열고 정책금융·금융회사·자본시장 3대 전환을 골자로 기업·혁신부문 자금공급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단순 양적 확대가 아닌 '질 중심' 전환을 강조하며, 업권별 규제 합리화와 함께 건전성·소비자보호 원칙을 병행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10월 각 업권과의 소통회의에서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무늬만 생산적 금융이 되지 않도록 성과지표를 점검하겠다"는 메시지를 냈다.

실물 지원의 정책도 더했다. 올해 중소벤처기업부는 민생 안정을 내세워 정책 자금·보증·융자 등 금융 지원과 창업·수출 등 성장 지원사업을 전방위로 확대했다. 당초 올해 정책 금융 본예산은 26조5000억원 규모였으나 1·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에서 4조2000억원을 더해 총 30조7000억원으로 늘렸다. 이는 전년 대비 약 15% 증가한 수치다. 은행권과 정책기관 간 대리대출·보증 연계가 확대되면 은행의 위험가중자산(RWA) 부담을 덜면서도 기업 자금공급을 이어갈 여지가 커진다.

연체율 부담이 여전히 남아 있으나 양은 유지하되 질을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생산금융과 건전성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느냐가 주어진 과제로 꼽힌다. 이에 기업은행은 정부 정책과 보증기관 협약을 통해 위험을 줄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건전성 관리 체계 구축과 다방면의 연체감축 방안 시행 중"이라며 "앞으로도 건전성 관리체계를 견고하게 운용하고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 지원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설명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가계가 막히면서 기업으로 이동하는데, 가격·만기·보증 설계에 실패하면 연체 피크가 더 높아질 수 있다"며 "대내외 경기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보증·정책자금과 공모(코파이낸싱) 구조를 촘촘히 엮어 RORWA(위험가중수익률)를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seonye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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