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조성은 기자] 국내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3분기 실적이 '양적 팽창'에서 '질적 성장'의 시대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이 매출 1조원을 넘기며 압도적 '2강 체제'를 굳혔다. 자체 신약·복합신약·위탁개발생산(CDMO) 경쟁력을 확보한 기업들은 실적 반등에 성공한 반면 기술료 역기저와 연구개발(R&D) 비용 증가에 직면한 기업들은 수익성이 후퇴했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시장 불확실성 속에서 체질 개선과 신제품 확장에 성공한 기업만이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향후 R&D 효율성과 수익성 관리가 기업별 격차를 더욱 벌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3분기 연결 매출 1조6602억원, 영업이익 7288억원을 기록하며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1~4공장 풀가동에 더해 5공장 램프업 안정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글로벌 판매 확대가 실적을 뒷받침했다. 영업이익률은 43.9%로 대형 제약바이오사 중 가장 높았다.
셀트리온도 매출 1조290억원, 영업이익 3014억원으로 분기 최대 실적을 냈다. 램시마SC·유플라이마·짐펜트라 등 고수익 신규 제품군 매출이 52% 증가하며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생산 효율화와 원가율 개선으로 영업이익률은 29.3%까지 올랐다.
실적 호조를 보인 회사들은 주력 신약이 실적 반등을 이끈 모습이다. 대웅제약은 나보타 수출 증가와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펙수클루의 성장세에 힘입어 매출 4118억원, 영업이익 569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0% 이상 늘며 역대 두 번째 규모다.
HK이노엔은 P-CAB 계열 신약 케이캡과 수액제 사업 호조로 매출 2608억원, 영업이익 259억원을 기록하며 두 자릿수 성장률을 이어갔다.
JW중외제약 역시 이상지질혈증 치료제 '리바로패밀리'와 항암제 포트폴리오 성장에 힘입어 매출 1986억원, 영업이익 326억원을 기록했다. 전통 제약사 중 가장 높은 16%대 영업이익률을 냈다.
보령은 카나브 패밀리와 항암제 중심 포트폴리오로 수익성이 크게 개선돼 영업이익이 51% 급증했다. 사업구조 재편이 본격적인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반면 엇갈린 성적표를 받아든 이들도 있었다. 유한양행은 매출은 그럭저럭 유지했으나, 지난해 3분기 렉라자 미국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 유입에 따른 기저효과가 사라지면서 영업이익이 55% 감소했다. 다만 회사는 "4분기 중국 렉라자 상업화 마일스톤(약 652억원) 유입이 예정돼 있어 실적 개선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종근당은 매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도입약 중심의 저수익 구조와 R&D 비용 확대로 영업이익이 18.7% 줄었다.
GC녹십자는 면역글로불린제제 알리글로가 117% 성장하며 매출 6095억 원을 달성했지만, 미국 혈장센터 개소 등 일회성 비용 증가로 영업이익은 26.3% 감소했다. 중장기 성장 기반 확보를 위한 투자 성격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업계 전문가들은 올해 3분기 실적을 두고 "신약·CDMO·고수익 포트폴리오 확대 등 체질 개선을 이룬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 간 격차가 본격적으로 드러난 시기"라고 평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이 더 이상 양적 증가만으로는 성장하기 어려운 단계에 진입했다"며 "R&D 비용 집행의 효율성, 글로벌 시장에서의 제품 경쟁력, 신제품·신성장동력 확보 여부가 성패를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