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김태환 기자] 은행권에서 퇴직연금 시장 공략이 확대되고 있다. 가계대출 규제 등으로 수익성 악화가 전망되는 가운데 비이자이익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연말 성수기라는 계절적 효과를 활용해 치열한 마케팅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은 431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지난 2019년 200조원을 돌파한 뒤 꾸준히 증가해 2022년에는 336조원, 2023년에는 382조원을 기록했다.
최근 은행권에서는 퇴직연금이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로 인해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비이자이익 확대가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6.27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을 통해 금융권의 가계대출 전체 공급량을 기존 계획 대비 약 50% 수준으로 축소하고, 정책대출은 연간 계획의 약 25%를 감축하기로 했다.
이와 더불어 주택담보대출 최대 한도도 6억원으로 제한하고, 수도권과 규제지역 내 생애최초 주택구입자 주담대 LTV를 80%에서 70%로 줄였다.
여기에 10.26 추가대책을 통해 제2금융권 DSR 기준 강화, 분할상환 비율 확대, 금융사 가계대출 관리 강화 등을 시행하기로 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고객 생애주기에 따라 장기간 유지되는 특성이 있어 은행 입장에서는 순이자마진(NIM)의 변동성을 줄여주는 안정적인 캐시카우로 평가된다"면서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라는 전략적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성장동력으로 활용이 가능하다"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은행권에서는 퇴직연금 각 분야별로 자신들이 업권 1위라고 공개하며 마케팅전을 강화하고 있는 추세다.
퇴직연금 적립금 기준으로는 신한은행이 업권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신한은행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50조1985억원으로 은행권 최초로 적립금 50조원을 돌파했다.
KB국민은행은 DC형(확정기여형) 퇴직연금 적립금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국민은행의 DC형 적립금 규모는 15조원을 기록하며 2010년부터 14년 연속 금융권 1위를 유지 중이다.
NH농협은행은 올 3분기 IRP 수익률이 16.49%로, 5대 은행 중 1위를 달성했으며, 하나은행은 올해 3분기 기준 IRP(개인형 퇴직연금) 적립금 부문 1위를 홍보하고 있다.
특히, 하반기에는 '연말 효과'도 나타나면서 은행들의 퇴직연금 가입자 유치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일반적으로 연말에는 기업들이 퇴직연금 운용사를 재계약하는 시기이며, 연말정산 세액공제를 위해 개인 IRP 가입자와 추가납입 고객이 몰리는 시점이다.
신한은행은 수수료 면제 대상 고객을 확대하는 이벤트를 열고 있으며, 행 중이며 하나은행은 맞춤형 연금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다만, 은행만이 제공할 수 있는 퇴직연금의 차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퇴직연금과 관련해 수익성을 강조하는만큼, 은행업권에는 안정성을 고려한 리스크관리형 상품을 확충하는 등 차별화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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