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조성은 기자] 셀트리온 소액주주들이 경영 투명성 강화를 요구하며 집단 행동에 속도를 내고 있다. 소액주주들은 "코스피가 4000을 넘어가는 동안에도 셀트리온의 주가가 정체된 이유는 서정진 회장 등 경영진이 시장에서 신뢰를 상실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며 연내 임시 주주총회 개최를 추진하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 소액주주들로 구성된 '셀트리온 소액주주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지난 12일 "임시주총 소집 요건인 발행주식총수의 1.5% 이상(약 360만주)을 이미 충족했다"며 "현재 약 390만주를 확보했으며, 회사에 공식적으로 소집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회사가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법적 절차를 밟겠다는 입장이다.
비대위는 지난 5월 결성된 이후 6개월간 온라인 전자위임장과 오프라인 모임을 통해 주주 서명을 모아왔다. 이들은 이번 임시주총을 통해 △보유 자사주의 100% 소각 △집중투표제 도입 △계열사 분할상장 제한 조항 신설을 핵심 안건으로 추진하고 있다. 비대위는 "이는 물적분할이나 불투명한 지배구조로 인한 주주가치 훼손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고 설명했다.
소액주주들은 서정진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과도한 실적 목표 제시'와 '신뢰 저하'로 시장 신뢰를 훼손했다고 비판했다. 비대위는 "셀트리온이 미국 시장에 출시한 신약 '짐펜트라'의 연간 매출 목표를 7000억원으로 제시했다가 3500억원으로 낮췄고, 실제 실적은 1000억원에도 못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며 "이런 허언이 반복되면서 공매도 세력의 빌미를 줬다"고 주장했다.
특히 "주가가 수년째 16만~18만원대에 묶여 있는 동안 최대주주와 우호지분이 10% 가까이 늘었다"며 "대주주 측이 저가 매수를 통해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비대위 관계자 는 이러한 움직임이 서 회장의 장남 서진석 대표로의 경영 승계 구도와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실제 셀트리온그룹은 올해에만 1조8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진행했다. 지주사인 셀트리온홀딩스가 8700억원 이상을 투입해 셀트리온 주식을 사들였고, 셀트리온 본사와 계열사들도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이어가고 있다. 서 회장은 지난 5월 기자간담회에서 "자사주 매입과 소각은 후계자의 안정적 경영권 승계를 위한 효율적 방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비대위의 시도가 상징적 의미는 있지만 현실적 한계도 있다고 본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비대위의 행동은 우리나라에서 드문 소액주주 운동으로서 의미가 있다"며 "다만 이런 운동이 실제로 성공하려면 국민연금 같은 기관투자자들이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 지배구조 문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원인이지만, 소수 주주만으로 바꾸기엔 구조적 제약이 있다"며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실질적으로 이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셀트리온은 소액주주 비대위의 임시주총 추진과 관련해 "공식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