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이라진 기자] 글로벌 사모펀드 EQT파트너스(EQT)가 국내 전사적자원관리(ERP) 1위 기업 더존비즈온의 경영권 인수에 나서며 1조원대 '빅딜'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거래는 지배주주 이익만 고려하고 일반주주 권익을 외면했다는 비판을 낳고 있다.
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EQT는 지난 6일 김용우 더존비즈온 회장이 보유한 지분 23.2% 전량과 신한투자증권이 SPC를 통해 보유한 지분 14.4%를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거래가 완료되면 EQT는 더존비즈온의 지분 37.6%(자기주식 제외 기준)를 확보하게 된다. 자사주를 포함한 발행 주식 수 기준 지분율은 34.8%다. 인수가는 주당 12만원으로, 지난 6일 종가(9만3400원) 대비 약 28.5%의 프리미엄이 적용됐다. 인수 대금은 총 1조3158억원에 달한다.
문제는 이 같은 프리미엄이 지배주주 측에만 적용되고, 일반주주를 대상으로 한 공개매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자사주를 제외한 약 62%의 지분을 보유한 일반주주가 사실상 배제돼 권익 보호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스웨덴 EQT의 더존비즈온 38% 지분 1조3000억원에 프리미엄 인수 일반주주 권익 침해 우려'라는 제목의 논평을 게재하고 "EQT는 프리미엄을 지배주주와 일개 증권사에게만 부여하지 말고 일반주주에게 공평하게 부여하는 방법을 강구하라"며 "더 나아가 EQT는 나머지 지분도 동일한 프리미엄 가격에 공개매수하라"고 역설했다.
또 다른 논란은 EQT가 내년 상반기 시행 예정인 의무공개매수 제도를 피하기 위해 서둘러 거래를 체결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해당 제도는 인수자가 지배주주의 지분을 살 때 일반주주 지분도 동일한 조건으로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하는 장치로, 국회와 금융당국이 도입을 추진 중이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이번 거래가 제도 시행을 앞둔 회피성 거래가 아닌지도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신한투자증권이 김용우 회장과 동일한 프리미엄을 받고 지분을 매각했다는 관측도 나오며 비판의 화살이 신한투자증권으로 향하고 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자본시장 발전에 기여해야 할 신한투자증권은 주주 중심 경영에 포커스하는 신한지주 정책과 반대로 단기이익 추구에 집중하는 이유를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한투자증권은 매각 조건을 협상해 프리미엄을 가져가는 행위가 불가하며,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당사가 어떠한 프리미엄을 받은 것이 아니다"라며 "이번 지분 매각은 최대주주 경영권 매각 시 공동으로 매각해야하는 약정에 따라 결정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EQT에 매각한 지분은 신한투자증권이 투자한 펀드가 아니라 더존비즈온 경영권 지분 담보대출을 위해 설립된 SPC가 보유한 지분이다. 현재 해당 SPC에 10개 금융기관이 담보대출을 시행 중"이라며 "당사는 경영권 담보대출 주선 기관으로서 해당 딜을 주관했고, 담보대상 주식을 관리하고 계약에 따라 대주단의 원리금 상환을 절차에 따라 수행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EQT 측은 더존비즈온 경영권 인수 논란과 관련해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더팩트> 취재진은 EQT에 수차례 연락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