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김정산 기자]
카드업계가 보급형 신용카드는 단종시키고 프리미엄 카드의 혜택을 축소하면서 생존 활로를 찾고 있다. 최근 현대카드는 연회비 10만원 이상 프리미엄 카드의 약관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소비자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키며 한차례 홍역을 겪은 바 있다. 이 밖에도 연회비 수십만원대 프리미엄 카드의 바우처 기능이 제한되는 등 비용 절감을 위한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넥슨은 공지사항을 '통해 현대 넥슨 언리미티드 카드'의 주기능인 쿠폰 이용 방법 변경을 발표했다. 해당 상품은 월간 실적 100만원 이상을 달성하면 사용금액의 3%를 넥슨캐시와 세라, 테라 등 게임 머니로 무제한 변경할 수 있는 상품인데 '쿠폰 번호 복사 기능'을 통해 게임머니를 타인에게 양도할 수 있었던 만큼 게임유저의 실용성은 물론 재테크 수단으로도 활용됐다.
넥슨은 쿠폰 번호 복사 기능 제한을 주요 내용으로 한 이용 방법 변경을 안내했다. 핵심 기능이던 게임머니 양도가 불가능해지고, 본인 명의 계정에만 충전이 가능하도록 약관이 바뀐 것이다. 해당 상품의 연회비가 15만원에 달해, 적지 않은 부담을 안았던 이용자들의 반발이 더욱 거세진 것으로 해석된다.
소비자 불만이 확산하자 현대카드와 넥슨은 해당 약관 변경을 일단 보류했다. 금융감독원에 상품 약관 변경 관련 민원이 접수되면서 한발 물러선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일부 가입자들은 현대카드로부터 금감원 민원 철회 요청을 받았다는 후기를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 공유하기도 했다. 소비자 불만이 확산하자 급한대로 진화에 나선 것이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약관 변경이 아닌, 약관에 의거해 쿠폰 이용 방법을 변경한 것"이라며 "약관상 양도가 불가한 포인트를 일부 회원들이 거래하는 사례가 있어 이를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현대카드는 지난해 8월 '더 퍼플 에디션2'의 럭셔리·쇼핑 바우처 사용처를 축소한 바 있다. 지난해 1월 더 퍼플 모든 상품의 바우처 사용처는 10 꼬르소 꼬모, 구호 등 22곳이었지만 7개월이 지난 같은해 8월 더 퍼플 에디션 2의 바우처 사용처가 19곳으로 감소했다. 해당 상품의 연회비는 국내전용 79만5000원, 해외겸용(마스터.비자) 80만원이다. 프리미엄 카드 중에서도 연회비가 높은 편에 속한다.
대표 상품 중 하나인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역시 개편 과정에서 잡음이 있었다. 과거 '아멕스 플래티넘1'은 발급 첫해 연간 이용실적 100만원만 달성해도 바우처 혜택을 받을 수 있었지만, '아멕스 플래티넘2'로 바뀌면서 바우처 지급 조건 실적이 연간 400만원으로 상향됐다.
실적 부담에 혜택 축소까지 겹치면서 아멕스 카드의 인기가 한풀 꺾였다는 평가다. 아멕스 플래티넘2의 바우처 혜택이 85만원 상당의 트래블·뷰티 바우처로 대체 되면서다. 이전 상품인 아멕스 플래티넘1은 연회비 100만원으로 동일했지만, 연간 100만원 상당의 바우처를 제공해 '가심비' 높은 상품으로 인기를 끌었다. 특히 연간 10만 멤버십 리워즈(MR)를 현금성 혜택으로 활용할 수 있었던 점도 소비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낸 주요 요인이었다.

현대카드는 업계에서도 프리미엄 카드의 선두주자로 분류된다. 오직 1000명만 초청해 발급하는 '블랙카드'를 업계 최초로 도입하면서 고급화 전략에 도전했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X컷, X세이브 등 신상품을 소개하면서 "프리미엄 강자인 현대카드가 실속형 시장에 내놓은 새로운 카드들이다"라며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실제, 현대카드의 연회비 수익은 업계에서도 가장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현대카드의 연회비 수익은 1838억원으로 집계됐다. 최근 5년간 72.01% 급증했다. 주요 카드사 8곳(신한·삼성·KB국민·현대·하나·우리·롯데·비씨카드) 중 현대카드 다음으로 연회비 수익이 높은 곳은 삼성카드인데 같은 기간 19.17% 증가하면서 현대카드와 비교하면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한동안 현대카드의 독주 체제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동안 카드업계는 역마진 우려가 있거나 수익성이 낮은 상품을 단계적으로 단종시켜왔다. 약관을 변경해 혜택을 조정하는 사례도 빈번했다. 이에 확실한 혜택을 유지하면서도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프리미엄 전략'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프리미엄 카드조차 혜택이 축소되면서, 신용카드 상품에 관심이 많은 스마트컨슈머들의 고민은 한층 깊어지는 모양새다.
업계에서는 신용카드 혜택은 감소하고 연회비는 늘어날 것으로 관측한다. 인기 제휴처의 몸값은 높아지고 판관비와 유지비용 상승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업 카드사 8곳의 전체 회원 수는 8286만명이다. 지난 2021년말 대비 6.28% 상승했다. 같은 기간 전업 카드사의 연회비 수익이 37.79% 증가한 것을 고려하면 전반적인 연회비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오늘 만든 신용카드가 제일 좋다는 것은 '불문율'이다. 또 현대카드 제휴처가 감소한 것은 의도적인 혜택 축소보단 제휴처 관리 문제에 가까울 것이다"라면서도 "단 고액의 연회비를 지불하는 소비자 입장에선 더 예민하게 혜택 축소로 받아들일 여지도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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