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잇, SK스토아 인수 임박?…"정육각-초록마을 악몽 떠올라"
  • 문은혜 기자
  • 입력: 2025.11.12 10:48 / 수정: 2025.11.12 11:33
퀸잇 운영사 라포랩스, SK스토아 실사 마치고 최종 인수 여부 검토
SK스토아 노조 반발…"새우가 고래 삼키나"
4050 여성 패션 플랫폼 퀸잇이 국내 1위 T커머스 업체 SK스토아 인수를 검토 중이다. 사진은 SK스토아 TV 앱 서비스 화면(위)과 퀸잇(아래). /각사
4050 여성 패션 플랫폼 '퀸잇'이 국내 1위 T커머스 업체 SK스토아 인수를 검토 중이다. 사진은 SK스토아 TV 앱 서비스 화면(위)과 퀸잇(아래). /각사

[더팩트 | 문은혜 기자] 매출 700억원 규모의 4050 여성 패션 플랫폼 '퀸잇'이 매출 3000억원 규모의 국내 1위 T커머스(데이터홈쇼핑) 업체 'SK스토아'를 인수하겠다고 나서면서 업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새우가 고래를 삼키려는 무모한 시도"라며 SK스토아 내부 반발도 격해지고 있는 상태다.

지난 2022년 연 매출 400억원대인 스타트업 정육각이 매출 2000억원대인 초록마을을 무리하게 인수한 이후 결국 기업회생에 돌입한 사례까지 소환되고 있는 가운데, SK스토아의 경우 수많은 중소기업들의 판로와도 연결돼있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퀸잇을 운영하고 있는 라포랩스는 최근 SK스토아에 대한 실사를 마치고 인수 여부를 결정할 마지막 단계에 다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라포랩스 관계자는 "SK스토아 실사 이후 현재는 인수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라포랩스는 퀸잇의 타깃 소비층과 SK스토아의 이용 고객층이 비슷한 만큼 시너지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온라인 플랫폼인 퀸잇은 SK스토아를 통해 판매 채널을 방송으로 확장할 수 있고 홈쇼핑 입장에서는 모바일 전환에 퀸잇의 노하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라포랩스의 SK스토아 인수 시도가 알려지면서 업계 안팎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매출 규모 3000억원대에 매년 안정적인 영업이익을 내는 대형 홈쇼핑사를 적자 이커머스 기업이 인수할 경우 경영 불안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SK스토아의 경우 지난해 기준 매출 3023억원, 영업이익 81억원을 기록했다. 최근 3년간 흑자를 이어오며 '알짜'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지난 2020년 설립된 라포랩스는 연간 기준 4년 연속 적자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라포랩스가 지난해 말 기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도 약 3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현재 SK스토아의 매각가로 1000억원이 거론되고 있어 라포랩스가 실제 인수에 나설 경우 외부 차입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라포랩스 측은 제1 금융권으로부터 인수자금에 대한 장기 저리 차입이 가능한 만큼 재무 여력은 문제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금성 자산도 올해 기준으로 300억원보다 많다고 주장했다. 라포랩스 관계자는 "퀸잇은 현재 빠르게 성장 중이고 우상향 중"이라며 "SK스토아의 경우 모바일 전환이 안되고 있기 때문에 퀸잇같은 곳이 인수했을때 긍정적인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 우려는 여전하다. 매출 뿐 아니라 조직 규모 등 양사 격차 때문에 실제 인수 이후 인력 조정 등이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까지 더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22년 육가공 제품과 밀키트 등 신선식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플랫폼 '정육각'이 유기농 식품 판매 업체 '초록마을'을 무리하게 인수해 공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섰다가 결국 기업회생에 돌입한 사례까지 소환되고 있다. 당시 정육각과 초록마을의 매출 차이가 약 5배였다는 점, 정육각 또한 적자를 내고 있는 업체였다는 점, 초록마을 인수에 외부 자금을 차입했다는 점 등이 닮아있다.

이에 SK스토아 노조는 매각에 대한 반대 투쟁에 나섰다. 노조는 성명을 통해 "인수 의향 자본으로 언급되는 기업은 매년 누적 결손이 커지는 등 재무안정성이 좋지 않다"며 "SK스토아와 같은 기업을 운영하고 성장시킬 능력이 있는지 SK텔레콤은 입장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조는 특히 정육각 사례를 직접 거론하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과거 정육각의 초록마을 인수 사례와 같이 새우가 고래를 삼키는 무모한 시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각에서는 이번 SK스토아 매각 결과에 따라 수많은 중소 상공인들의 판로도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현재 T커머스 업체들은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판로 개척 차원에서 '중기편성비율 평균 70%'라는 규제를 받고 있다. 때문에 SK스토아가 초록마을과 같은 결말을 맞을 경우 국내 수많은 중소기업에도 피해가 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T커머스 사업 허가 권한을 갖고 있는 주무부처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의 역할론도 나오고 있다. SK스토아는 내년 4월 방미통위로부터 T커머스 사업자 재승인을 받아야 하는 상황. 업계에서는 방미통위가 이번 인수 과정에서 인수 주체의 재무 건전성과 경영 능력 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자금력 등이 검증되지 않은 기업들의 M&A는 시장을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다"며 "문제가 발생할 경우 해당 업체는 물론이고 협력업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moone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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