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공미나 기자] 하반기 들어 국내 주요 건설사들이 수장 교체에 나서고 있다. 침체된 시장 환경 속에서 재무, 안전, 사업 확장 등 각사의 과제에 맞는 맞춤형 최고경영자(CEO)를 내세우는 모습이다.
1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한화 건설부문, 코오롱글로벌, SK에코플랜트, DL건설 등 주요 기업들이 최근 잇따라 CEO 인선을 단행했다.
올해도 눈에 띄는 것은 재무 전문가 출신들의 약진이다. 고금리, 원자재 가격 상승, 주택경기 침체 등으로 건설경기 부진이 장기화되며 건설사들이 외형 확장보다 재무 건전성과 현금흐름 관리에 방점을 찍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한화그룹은 지난달 28일 한화 건설부문 신임 대표이사로는 김우석 현 한화 전략부문 재무실장을 내정했다. 김 내정자는 30년 넘게 한화그룹에서 경영·재무 분야를 맡으며 안정적 재무 구조 기축에 기여한 인물이다.
이번 인사는 재무 건전성을 우선 과제로 삼겠다는 그룹의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한화그룹도 김 내정자가 앞으로 건설부문에서 우량 수주 확대, 재무 건전성 제고, 안전경영 강화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한화 건설부문은 서울역 북부역세권 등 복합개발사업과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사업 등 해외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대규모 사업을 진행 중인 만큼 리스크 관리 역량이 중요해진 시점이라는 평가다.
코오롱글로벌도 재무 전문가인 김영범 코오롱ENP 대표를 신임 사장으로 내정했다. 김 신임대표는 그룹 구조조정본부, 코오롱아이넷 경영지원본부장, 코오롱글로벌 경영지원본부장 등을 거치며 30여 년간 주요 계열에서 재무·기획 라인을 두루 거친 인물이다. 그는 향후 부동산·환경·에너지 등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해 '토탈 프로바이더(Total Provider)'로의 성장을 이끌 계획이다.
코오롱글로벌은 올해 상반기 부채비율이 388.3%로 지난해(350.1%) 대비 상승했고, 당기순손실도 571억원을 기록하는 등 재무지표가 악화됐다. 이 같은 상황이 재무 전문가를 전면에 세운 인사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SK에코플랜트는 신임 사장으로 김영식 SK하이닉스 양산총괄을 발탁했다. 이번 인사는 사업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을 통해 재무구조를 안정화의 기반을 마련한 가운데,, 반도체 종합서비스 기업으로의 도약을 가속화하기 위한 조치다.
SK에코플랜트는 내년 7월로 예정된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밸류에이션을 높이기 위해 반도체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그룹 내 '반도체 전문가'로 꼽히는 김 사장은 이러한 변화를 이끌 적임자로 낙점된 것이다. SK에코플랜트는 "김 내정자는 기존과 차별화된 SK에코플랜트의 반도체 사업 기회 발굴 및 성과 창출을 통해 회사 경쟁력을 강화하고 성공적인 IPO 추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는 안전관리 강화 차원에서 경영진을 교체한 사례도 잇따랐다. 포스코이앤씨는 인명사고 여파로 지난 8월 송치영 포스코홀딩스 안전특별진단 태스크포스(TF) 팀장을 신임 사장으로 선임했다.
DL건설도 지난 9월 여성찬 대표이사를 새 수장으로 임명했다. 의정부 아파트 공사현장 추락사고 등 연이은 인명사고의 책임을 지고 기존 경영진이 일괄 사의를 표명한 데 따른 인사다. 여 대표는 다양한 현장 경험을 보유한 '현장통' CEO로, 안전과 품질 중심의 경영체계 강화에 주력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