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거래소, '법인계좌' 시장 선점전…가이드라인 부재에 혼선 지속
  • 박지웅 기자
  • 입력: 2025.11.12 00:00 / 수정: 2025.11.12 00:00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잇단 법인 서비스 출범
"가이드라인은 하세월"…금융당국, 여전히 신중 모드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기업 고객을 위한 ‘법인계좌’ 서비스를 확대하며 시장 선점 경쟁에 나섰지만,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 부재로 업계 혼선이 이어지고 있다. /더팩트DB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기업 고객을 위한 ‘법인계좌’ 서비스를 확대하며 시장 선점 경쟁에 나섰지만,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 부재로 업계 혼선이 이어지고 있다. /더팩트DB

[더팩트ㅣ박지웅 기자]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기업 고객을 겨냥한 '법인계좌' 서비스를 잇달아 도입하며 시장 선점 경쟁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지 않으면서, 업계 전반이 제도적 불확실성 속에서 혼선을 겪고 있다.

12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등 주요 거래소는 최근 법인 고객 전용 계좌와 관리 시스템을 강화하며 기관투자자와 상장사 유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비트의 법인 고객 수는 160곳을 넘어섰으며, 빗썸 역시 100여 개의 법인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비트는 '업비트 비즈(Upbit Biz)'를 통해 법인 고객이 대규모 자산을 안전하게 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특히 콜드월렛 기반의 커스터디(자산 수탁) 서비스를 내세우며, 선제적으로 법인 고객확인(KYC)과 자금세탁방지(AML) 시스템을 구축해 기관 신뢰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빗썸은 국내 거래소 가운데 처음으로 법인 고객 대상 전문 콘퍼런스인 '빗썸 BIZ 콘퍼런스 2025'를 지난달 30일 서울 JW 메리어트 호텔에서 개최했다. 행사에는 대기업, 금융기관, 상장법인 등 200여 명이 참석하며 법인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을 입증했다. 빗썸은 이번 행사를 계기로 법인 전용 서비스와 맞춤형 지원 프로그램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코인원은 법인 회원 전용 문의 채널을 신설하고, 실명계좌 제휴은행인 카카오뱅크와 함께 법인계좌 시스템 구축을 추진 중이다. 코빗은 지난 7월 '코빗 비즈(Korbit Biz)'를 정식 출범시키고 전담 운영팀을 구성, 맞춤형 상담과 가입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업계가 이처럼 법인 서비스 강화에 나서는 이유는 기업과 기관투자자의 가상자산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상장사와 금융기관들이 디지털 자산을 포트폴리오에 포함하려는 움직임이 늘면서, 거래소 입장에서는 제도화 이전에 시장을 선점해야 하는 압박이 크다"고 말했다.

문제는 관련 제도적 틀이 여전히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금융위원회는 당초 올해 3분기 내로 가상자산 거래소의 법인계좌 운영 및 관리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정부 조직 개편과 내부 검토 지연으로 발표 시점이 미뤄진 상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법인계좌는 대규모 자금이 이동하는 만큼 자금세탁이나 불법 자금 유입 가능성이 높아 신중한 검토가 불가피하다"며 "당국이 은행권과 함께 위험평가 기준을 세밀히 조율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도 공백이 장기화될 경우 국내 거래소들이 해외 거래소 대비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실제 바이낸스와 코인베이스 등 해외 주요 거래소들은 이미 기관용 상품과 법인 전용 계좌 서비스를 활성화하며 글로벌 기업과 펀드 자금을 적극 유치하고 있다.

이주현 빗썸 전략법무실장은 "한국 가상자산 시장은 법인과 기관이 참여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코스피·코스닥을 합친 수준의 거래량을 보이는 세계 2위 시장"이라며 "이는 디지털 친화적이고 역동적인 국민성이 뒷받침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이어 "가상자산 상장지수펀드(ETF)와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안착을 위해서는 기관투자자 참여가 필수적"이라며 "지금이라도 법인 참여를 조속히 허용한다면 한국은 '디지털 G2'로 도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chris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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