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문은혜 기자] 지난 2020년 12월 취임 이래 두 번의 연임에 성공하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외형 성장을 이끈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가 예상치 못한 악재에 직면했다. 최근 고과·승격 관련 임직원 비공개 정보와 일부 개인정보가 노출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회사 안팎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 3월 대표 임기 만료를 앞두고 발생한 최악의 사고에 연임 가능성에도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발생한 임직원 개인정보 노출 사고의 여파가 계속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6일 전사 개선 작업을 진행하던 중 고과, 승격 등 임직원 비공개 정보와 일부 개인정보가 해당 권한을 부여받지 않은 임직원들도 열람할 수 있게 돼 있음을 확인하고 접근을 제한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자체 조사 결과 고객사 정보가 외부 유출되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며 "다만 개인정보를 포함한 일부 경영 정보가 블라인드, SNS 등으로 유출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신고를 마친 상황이다.
이번 사고로 노출된 정보에는 삼성바이오 직원 5000여명의 주민등록번호와 연봉, 인사고과 등 민감한 내용들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사측이 직원의 사내 심리상담센터(바이오마음챙김상담소) 상담 관련 기록 등을 별도로 관리한 것으로 보여지는 내용도 포함되면서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는 중이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존림 대표는 지난 10일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임직원 여러분들의 개인정보가 열람 권한이 없는 일부 직원들에게 노출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수습에 나섰다. 그는 "외부 유출 정황은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았지만 혹시 모를 가능성에 대비해 조사와 점검을 병행하고 있다"며" 특정 직원에게 불이익을 주거나 노조 활동 관련 정보를 유출하려 했다는 일각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발생한 인사정보 노출로 삼성전자 등 주요 계열사들까지 분위기가 술렁이면서 사태가 쉽게 진정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유출된 정보에는 사업지원TF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인사 지시를 한 정황이 담긴 문건까지 포함돼 논란에 불을 붙이고 있다.
삼성전자 초기업노동조합은 "삼성전자 사업지원TF가 삼바 인사팀에 리텐션 보너스 지급 기준, 고과 비율, 인건비 절감 지침 등을 전달했다"며 "삼성전자 소속 조직이 계열사의 인사·노사관리에 관여한 것은 사실상 그룹 컨트롤타워의 부활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내부 임직원들의 동요와 노조와의 갈등 속에서 내년 3월 16일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존림 대표의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지난 2020년 3월 대표로 취임한 이후 두 번의 연임을 통해 삼성바이오로직스 매출을 4조원 규모로 끌어올리는 등 괄목할만한 성과를 냈지만 3연임을 앞둔 임기 막바지에 악재가 터진 셈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존림 대표가 사내이사로 처음 선임된 지난 2020년 매출 1조1648억원을 거두며 처음으로 '1조 클럽'에 가입했다. 이후 △2021년 1조5680억원 △2022년 3조13억원 △2023년 3조6946억원 △2024년 4조5473억원 등 매년 매출 규모가 확대됐다. 같은 기간 영입이익은 △2928억원 △5373억원 △9836억원 △1조1137억원 △1조3201억원 등으로 성장했다.
이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존림 대표는 지난해 한종희 부회장 등 삼성전자 현직 임원들보다 높은 79억원의 연봉을 받는 등 삼성그룹 내에서 탄탄대로를 달려왔다. 이재용 삼성 회장도 해외 주요 인사들과 만나는 자리에 존림 대표와 동행하는 등 신임이 두터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인해 업계에서는 그동안 쌓은 존림 대표의 리더십이 뿌리째 흔들리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고로 대표의 조직 관리 능력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