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또 연말 현금성 이벤트…시장 질서 훼손 우려는 나 몰라라?
  • 이한림 기자
  • 입력: 2025.11.11 11:14 / 수정: 2025.11.11 11:14
연말 계좌 개설·이동부터 연금저축까지 '돈 주는' 이벤트 잇따라
과당 경쟁 유발·시장 질서 교란 우려도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키움증권, 현대차증권, NH투자증권, 우리투자증권, KB증권, 신한투자증권, 유안타증권, 대신증권 등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연말 한시적으로 현금성 지급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더팩트 DB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키움증권, 현대차증권, NH투자증권, 우리투자증권, KB증권, 신한투자증권, 유안타증권, 대신증권 등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연말 한시적으로 현금성 지급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이한림 기자] 증권가가 연말까지 이어지고 있는 코스피 호황에 따른 증시 거래량 증가와 연말정산 등 절세 금융상품이 관심이 커지는 시기에 맞춰 고객 유치 경쟁에 혈안이다. 이 과정에서 연례행사처럼 등장하는 현금이나 현금성 상품 지급 이벤트도 올해가 지난해보다 많이 늘었다는 통계도 나온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연말 다양한 방식으로 현금성 이벤트를 통한 고객 유치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먼저 미래에셋증권은 오는 12월 31일까지 다이렉트 주식 계좌를 개설한 신규·휴면 고객에게 현금 5000원을 즉시 지급하는 이벤트를 카카오뱅크와 연계해 진행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를 통해 주식 계좌를 개설한 고객 대상으로 개설 축하금 1만5000원, 위탁거래수수료 3개월 무료 등 이벤트도 병행 중이다.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키움증권은 타사에 있는 주식을 자사 계좌로 옮기면 순입고 금액에 따라 현금이나 상품권 등 현금성 상품을 최대 700만원 수준까지 지급하는 보상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지급 대상이나 금액, 상품은 증권사별, 국내주식, 해외주식별로 상이하며 기한은 모두 11월 28일까지다.

현대차증권은 출석 체크 등 앱테크형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연말까지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 접속해 매일 도장을 찍는 이벤트에 참여하면 네이버페이 포인트를 무작위로 지급하고 월별로 모든 일자에 출석한 참여자 중 추첨을 통해 상품권을 지급한다. 기간은 11월 10일부터 12월 31일까지로, 올해 앱테크 형태의 이벤트를 내내 진행한 신한투자증권, 키움증권과는 결이 다르다.

연말 인기 상품인 연금 저축 관련 현금성 이벤트를 여는 증권사도 있다. NH투자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은 자사 연금저축펀드나 개인형 퇴직연금(IRP) 등 계좌를 개설하고 일정 금액 이상 입금하거나 타사에서 이전하면 금액 구간별로 현금성 상품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12월 31일까지 진행 중이다. NH투자증권은 이마트 모바일 상품권을, 우리투자증권은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우리금융그룹 통합 멤버십 포인트 '꿀머니'를 지급하는 차이를 둔다.

이 외에도 KB증권, 신한투자증권, 유안타증권, 대신증권 등 증권사도 올해 연말 현금성 지급 이벤트를 열고 있다. KB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은 미국주식 주간거래 관련 현금성 지급 이벤트를 다루고, 유안타증권과 대신증권은 연금저축계좌 관련 이벤트를 포함한 다양한 현금성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이처럼 증권사들이 연말 현금성 이벤트를 집중적으로 여는 배경으로는 고객의 단기적 이득을 제공하면서도 실적 증대, 계좌 이동 유도 등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한 전략적인 행보로 풀이된다.

그러나 현금성 이벤트가 투자자들의 과도한 매매를 유발하고 시장 질서 훼손을 일으킨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또 이벤트 참여를 위한 무분별한 계좌 개설은 보이스피싱 등 범죄에 악용될 소지가 있는 휴면계좌 증가로 연결될 수 있고, 위험성이 높은 해외 파생상품이나 선물 등도 이벤트 대상에 포함되면서 증권사들이 발 벗고 나선 투자자 보호 취지가 무색하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김상훈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주요 10개 증권사의 현금성 이벤트 비중은 지난해 평균 28.22%에서 올해 31.56%(10월 집계 기준)로 전년 대비 11%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당국도 증권사의 현금성 이벤트에 대한 우려를 주시하는 분위기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증권사의 과도한 현금성 이벤트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무분별한 투자와 경쟁으로 시장 질서를 훼손하지 않고, 자본시장 건전성이 흔들리지 않게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올해 국내 주식 시장이 활성화하고 증권사 간 경쟁도 치열해지면서 출혈을 감수하고라도 고객을 끌어모으기 위한 마케팅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면서도 "미끼성 혜택만 지속된다면 상품에 대한 위험이나 가치 등을 고려하지 않고 보상에만 매달리는 불건전한 시장 질서가 확립될 수 있다. 이벤트를 통한 재산상 이익 한도를 각 증권사 이사회에서 자율적으로 정하는 행태도 당국이나 협회 등이 나서 규제하는 방향도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2ku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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