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손원태 기자] 연말연시 쇼핑 대목을 앞두고 국내 백화점 3사(롯데·신세계·현대)가 불청객들의 협박성 테러 글로 몸살을 앓고 있다. 다중집합시설인 백화점 특성상 테러 협박 글이 제보되면 영업을 중단한 후 고객과 직원 안전에 집중해야 하는데 추후 허위로 밝혀져도 대응할 수단이 없어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는 것이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주말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협박성 테러 글이 올라오면서 영업에 차질을 빚었다.
먼저 8일 오후 7시 34분께 디시인사이드에는 '서울 롯데백화점에서 당장 튀어나와라'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작성자는 "다이너마이트 5개를 2층에 설치했다"라며 "살려주고 싶어서 글을 쓰니 무조건 도망가라"라는 내용을 적었다. 이에 경찰은 롯데백화점 서울 지점 10곳에 대테러대응팀을 출동시켜 수색을 벌였으나 폭발물은 발견되지 않았다. 롯데백화점 노원점은 영화관 손님 100여 명을 긴급 대피시켰다.
다음 날인 9일에는 불똥이 현대백화점으로 튀었다. 이번에도 디시인사이드에 '서울 영등포구 더현대서울에 폭발물이 설치됐다'라는 비슷한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경찰은 이날 오전 11시께부터 90분간 더현대서울로 소방 인력과 보안 요원을 투입해 현장을 수색했다. 그럼에도 폭발물이나 별다른 특이 사항은 감지되지 않았다.
롯데백화점은 '슈퍼엘데이', 신세계백화점은 '쓱데이', 현대백화점은 크리스마스 행사인 'H빌리지'로 백화점 업계가 연말연시 대규모 쇼핑 할인전에 돌입하는 가운데 앞선 소동으로 백화점과 협력사, 소비자 모두에게 찬물을 끼얹었다. 경찰은 두 사건 모두 협박 글 작성자의 인터넷주소(IP)를 추적하고 있다.
문제는 올해 하반기부터 백화점을 특정한 신원미상의 테러 협박 글이 수차례나 반복되고 있는 점이다. 협박 글 모두 허위로 밝혀졌지만 백화점만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백화점 업계는 테러 글의 진위 여부를 떠나 고객과 직원의 안전이 우선이기에 관련 매뉴얼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한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조직 및 운영체계 측면에서 각 점포 점장을 대테러책임자로 지정해 점포별 인원이나 특성에 따라 대테러 예방활동 조직을 구성, 운영하고 있다"라며 "정기 교육과 훈련을 전개하는 등 영업 중단까지 아우르는 세부 가이드라인까지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8월에도 신세계백화점 본점과 광주점, 용인 스타필드, 현대백화점 압구정점, 롯데백화점 광주점 등을 겨냥한 테러 협박 글이 끊임없이 등장했다. 이 모두 허위였다. 신세계백화점 본점은 허위 게시글로 최대 6억원에 이르는 영업 손실을 봤다. 더불어민주당 채현일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한 해 게시된 폭발물 협박 글은 99건으로 집계됐다. 그중 72건(73%)이 8월부터 10월 15일 사이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사례 대부분은 공중협박죄에 해당한다. 그러나 백화점 측은 불특정 다수에게 협박이 이뤄진 만큼 업장에서 나서서 손실 보상을 청구하기에도 한계가 있다는 분위기다.
또 다른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백화점 특성상 고객의 안전이 최우선이기에 테러 진위를 떠나 업장까지 폐쇄할 수밖에 없다"라며 "연말연시 대목을 앞두고 소비심리가 올라오는 상황에서 자칫 악영향을 끼치지 않을지 우려된다"라고 수사기관의 엄격한 처벌을 호소했다.
공중협박죄는 올해 3월 신설된 법으로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칼부림이나 폭탄 설치 등과 같은 협박을 처벌한다. 피해 발생 여부와 관계없이 5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게 된다. 그러나 범인이 초범이거나 미성년자인 촉법소년일 시 형사처벌로 이어지는 데에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백화점은 고객이 우선인 업장이다 보니까 범인이 나와도 고객을 상대로 법적 대응을 하냐는 여론을 의식해 손실을 보더라도 마땅한 대처를 하기 어렵다"라며 "백화점과 같은 다중집합시설을 상대로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노리는 테러 협박의 경우 처벌 수위를 높이도록 관계 당국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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