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원 코앞 원·달러 환율…하반기엔 진정될까
  • 김태환 기자
  • 입력: 2025.11.11 11:00 / 수정: 2025.11.11 11:00
1450원대 돌파…지난 9월 이후 지속 상승
증권 수지 적자가 주요 원인…하반기 '진정' 전망도 제기
원·달러 환율이 1450원을 돌파하는 등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사진은 하나은행 딜링룸의 모습. /뉴시스
원·달러 환율이 1450원을 돌파하는 등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사진은 하나은행 딜링룸의 모습. /뉴시스

[더팩트 | 김태환 기자] 원·달러 환율이 지속 상승하며 1500원대를 코앞에 두고 있다. 경상수지가 흑자를 내고 관세협상이 타결돼 환율 하락 요인이 발생해도 상승세가 꺾이지 않는 모습이다. 미국 달러화 가치가 상대적으로 안정되면서 국내 증시에 투자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대규모로 이탈하는 '증권 수지 악화'가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11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오전 10시 기준 원·달러 환율은 1459.60원으로 전일 대비 0.19%(2.80원) 상승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9월 1300원대 후반에 형성됐지만 10월 1400원대를 돌파한 이후 지난 11월 1일 기준 1428.77원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이어왔다.

특히 최근 한국과 미국 간 관세협상이 완료되고,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하는 상황에도 환율의 상승세가 멈추지 않는 모습이다.

지난 10월 말 경주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APEC 2025 정상회의에서 미국과 한국은 정상회담을 통해 한국의 자동차 등에 부과하던 관세율을 25%에서 15% 낮추기로 했다. 또 한국이 미국에 약속했던 3500억달러 투자와 관련해서 약 2000억달러를 현금 투자로, 연간 최대 약 200억달러 수준으로 분할 실행하기로 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9월 우리나라 경상수지는 134억7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이는 역대 두 번째로 높은 흑자인데다, 이는 9월 기준으로는 최대 수치다. 29개월 연속 흑자로, 2000년대 들어 두 번째 최장 기간 흑자를 나타낸 기록이기도 하다.

다만, 아직 관세 협상에 대한 '팩트 시트'가 나오지 않은데다, 경상수지 흑자 역시 금융 계정에서의 달러 유출이 지속되면서 사실상 환율 인하 요인이 상쇄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미 양국은 관세협상 세부내용 합의 내용을 담은 조인트팩트시트를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발표 시점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 관세협상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고 시장이 해석할 여지가 있다.

이와 더불어 최근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서 빠져나가고, 국내 투자자들도 해외로 투자하는 '서학개미'가 늘어나면서 '증권 수지'가 악화된 것도 반영됐다.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경상수지 누적 흑자는 827억7000만달러로 집계됐지만, 같은 기간 직접투자와 증권투자 수지는 809억9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사실상경상수지로 벌어들인 달러가 금융계정을 통해 거의 전액 가까이 해외로 빠져나간 것이다.

최근 3개월 증권수지를 봐도 7월 내국인의 해외투자는 98억4000만달러를 기록했지만 외국인 국내투자는 54억1000만달러로 증권수지는 44억3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8월은 내국인 해외투자 84억1000만달러, 외국인 국내투자는 2억9000만달러로 81억2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으며, 9월은 내국인 해외투자 111억9000만달러, 외국인 국내투자 90억8000만달러로 21억1000만달러 적자가 나타났다.

우리나라 경상수지 흑자도 장담할 수 없다는 전망도 제시된다. 대외 불확실성과 글로벌 교역 둔화 등으로 수출이 약해질 가능성도 있다는 설명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9월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를 0.8%에서 0.9%로 0.1%포인트 상향 조정했지만,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1.8%로 그대로 유지했다. 성장률 전망치가 여전히 2% 아래라는 점에서 경제구조 개혁 등을 통한 국가경쟁력 확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실정이다.

이렇다보니 원달러 환율 전망치도 상승하는 모습이다. 한국투자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4분기 원·달러 환율 전망치를 기존 1390원에서 1420원으로 상향조정했다.

문다운 연구원은 "10월 중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했던 미국 셧다운이 장기화하면서 강달러 압력이 지속되고 있다"며 "시장 기대가 원화 약세로 기울면서 10월 내내 저항이 컸던 1440원이 뚫린 이후 상단이 높아지고 있다"며 "높은 레벨(1440원 이상)에서 장기간 머물면서 분기 평균이 계속해서 올라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올해 들어 2000억달러 이상 증권수지 차이가 나고 있는데, 이러한 힘이 유지되는 한 의미 있게 환율이 내려가기는 쉽지 않다"면서 "여기에 미국 증시가 하락할 가능성도 희박하다보니 당분간은 1400원대 후반의 환율을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kimthin@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