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한 채'에 사활 건 한국인…생애주기별 자산관리 전략은?
  • 이중삼 기자
  • 입력: 2025.11.11 00:00 / 수정: 2025.11.11 00:00
안식처·투자처 두 얼굴 가진 '집'
가구 자산유형 1위 '부동산'
은퇴 이후 자산관리 '주택연금·다운사이징' 방안 제시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국내 가구 자산유형 1위는 부동산 자산인 것으로 나타났다. 저축액·기타실물 등이 뒤를 이었다. /뉴시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국내 가구 자산유형 1위는 부동산 자산인 것으로 나타났다. 저축액·기타실물 등이 뒤를 이었다. /뉴시스

[더팩트|이중삼 기자] 대한민국에서 '집'은 더 이상 보금자리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핵심 투자처이자 생애 재무전략의 중심에 선 실물자산이다. 급등과 조정이 반복되는 부동산 시장 속에서 주택은 '사는 곳'을 넘어 '사는 법'을 결정짓는 자산으로 변했다. 전문가들은 주택을 생애주기별 자산관리의 핵심 변수로 지목하며, 단순한 자산증식 수단을 넘어선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국내 가구 자산유형 1위는 부동산(거주주택·외 포함·70%)이다. 저축액(18%)·기타실물(5%)이 뒤따른다. 특히 청년층은 부동산 투자 욕구가 강하다.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서울 청년 10명 중 7명은 내 집이 있어야 한다고 답했고, 그 이유로는 '자산 증식·보전'을 꼽았다. 미래 재테크 수단으로도 부동산을 가장 많이 선택했다.

한국부동산원도 최근 발행한 '생애주기별 자가 점유 선택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통해 "주택은 대부분의 가구에 있어 생애 전반을 아우르는 가장 핵심적인 자산"이라며 "단순한 주거 공간의 의미를 넘어, 재산 축적의 수단이자 세대 간 자산 이전의 매개로서 국민경제 내에서 중대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주택을 오로지 자산증식을 위한 투자대상으로 바라보는 관점을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구구조 측면과 높은 집값 등을 고려하면 '부동산 불패신화'가 지속된다고 장담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는 최근 '집 안식처와 투자처 사이' 보고서를 통해 "많은 자본이 투입되는 주택을 오로지 투자대상으로 바라보는 관점에 변화가 필요한 때"라고 밝혔다.

이어 "자산 증식에 부동산이 많이 기여를 한 것은 분명하다. 다만 집은 누구에게나 안식처가 돼야 한다"며 "주택을 보유하고 있지만, 무리한 대출로 이자가 부담되고, 삶의 질이 떨어지는 '하우스 푸어'가 되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 "본인소득 기준 대출규모 결정해야"…무리하면 '파산'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2023년 기준 생애 최초 주택을 마련하는 데 걸린 기간은 평균 7.7년으로, 전년 대비 4개월 증가했다. 기간이 늘어난 원인으로는 주택가격 상승이 거론된다. /뉴시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2023년 기준 생애 최초 주택을 마련하는 데 걸린 기간은 평균 7.7년으로, 전년 대비 4개월 증가했다. 기간이 늘어난 원인으로는 주택가격 상승이 거론된다. /뉴시스

보고서는 연령대에 따른 주택구입 전략과 은퇴 이후 유동화 방안 등을 제시했다. 먼저 결혼을 하거나 30대에 접어들면 생애 첫 내 집 마련을 고민하는 이들이 늘어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생애 최초 주택을 마련하는 데 걸린 기간은 평균 7.7년으로, 전년 대비 4개월 늘었다. 기간이 늘어난 원인으로는 주택가격 상승이 거론된다.

실제 부동산원에 따르면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을 중심으로 서울 집값이 크게 뛰었다. 경기 과천·분당 등 수도권 주요 지역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높은 집값에 첫 내 집 마련 시기도 계속 늦춰지고 있다.

보고서는 생애최초 구입단계에서는 무리한 대출을 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보고서는 "이 단계에서는 쌓아 놓은 자산이 부족하기 때문에 대출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 때 대출상환능력을 고려해서 구입대상을 선택해야 한다"며 "집값이 계속 오를 것이기에 투자라고 주장할 수 있지만, 시장이 일본처럼 장기간 침체기에 들어간다면 심각한 위기에 처해질 것이다. 본인소득을 기준으로 절대 무리하지 않는 수준에서 대출규모를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서울회생법원 개인 파산 사건 통계 자료에 따르면 전체 파산 원인 중 투자 실패(부동산·주식 포함)가 약 10%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첫 내 집을 마련한 뒤에는 자녀 출생 등 가족 구성 변화에 맞춰 주거공간 확장을 고민하는 가구가 많다. 그러나 가족 수에 맞춰 집 크기를 늘리기 위해 부채를 확대하는 것은 현명한 선택이 아니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보고서는 "집 크기를 늘리려고 하다 보면 기존 주택대출을 줄이기보다는 더 많은 대출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며 "주택대출은 장기적으로 받는 경우가 많아 늘어난 부담을 줄이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충분히 고민하고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은퇴가 가까워지는 50대 이후에는 자산 구성의 균형이 중요하다. 보고서는 부동산 유동화를 통해 자산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주택연금과 다운사이징을 제시했다. 주택연금은 55세 이상, 공시가격 12억원 이하 주택 보유자가 거주를 유지한 채 연금을 받는 제도다. 다운사이징은 기존 주택을 팔고 더 작은 집으로 옮겨 유동성을 확보하는 방법이다.

보고서는 "초고령 사회가 심화되는 인구구조의 변화, 그에 따른 저성장 기조를 고려했을 때 무리하지 않는 주택 마련 전략을 취하는 방법이 좋다"며 "주택 가격이 무조건 상승한다는 기대를 하기도 어렵다. 은퇴생활이 가능하도록 효율적인 생애자산관리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j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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