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토크<하>] '엔비디아 GPU' 확보한 SK와 네이버, 엇갈린 AI 비전
  • 김정산 기자
  • 입력: 2025.11.09 00:03 / 수정: 2025.11.09 00:03
정부, 엔비디아 '블랙웰' 확보…네이버 6만장·SK 5만장 배정
최태원 회장 'GPU 효율화', 최수연 대표 'AI 서비스 강화'
지난 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팀네이버 통합 컨퍼런스 DAN25 키노트 세션에서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가 AI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네이버
지난 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팀네이버 통합 컨퍼런스 'DAN25' 키노트 세션에서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가 AI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네이버

☞<상>편에 이어

[더팩트ㅣ김정산 기자] - 다음은 IT업계 소식입니다. 엔비디아의 차세대 GPU '블랙웰'이 한국에 대량으로 들어오면서 국내 주요 기업이 나눠 공급받게 됐습니다. 그런데 SK그룹과 네이버가 각각 발표한 인공지능(AI) 전략의 차이점이 눈에 띈다는 소식입니다.

-그렇습니다. 엔비디아의 차세대 GPU(그래픽처리장치) '블랙웰'이 한국에 대량으로 들어오면서 주요 기업들이 국가 차원의 AI 인프라 구축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정부는 엔비디아와 협의해 2030년까지 26만장을 들여오기로 하고, 이를 삼성·SK·현대차·네이버 등 핵심 사업자에 배분하기로 했습니다.

블랙웰(Blackwell)은 기존 '호퍼(Hopper)' 대비 연산 효율이 두 배 이상 높고, 전력 소모는 절반 수준으로 줄인 차세대 GPU입니다. 초거대 AI 모델 학습과 생성형 AI 서비스 운영에 필수적인 장비로, 전 세계적으로 품귀 현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국도 'AI 3대 강국' 구상을 현실화하기 위해 연산력 확보에 나선 셈입니다.

이 과정에서 네이버가 6만장, SK그룹이 5만장을 배정받았는데요. 비슷한 규모임에도 두 기업의 수장이 최근 각각의 콘퍼런스에서 내놓은 AI 전략은 방향이 크게 달랐습니다.

-어떻게 달랐나요?

-먼저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지난 6일 코엑스에서 열린 자사 통합 콘퍼런스 '단25(DAN25)' 10분 가량의 오프닝 연설을 맡으면서 "우리 서비스에 AI를 붙였더니 실제로 사업 지표가 개선됐다"는 사실을 먼저 보여줬습니다. 검색에 AI가 결합됐고 쇼핑 체류 시간 증가, 광고 통계도 효과를 봤다는 식으로요. 이어서 내년 초 '에이전트 N'(쇼핑), 상반기 'AI 탭'(검색) 순으로 서비스를 확장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데이터센터 건설과 GPU 투자 등은 발표 후반에 짤막히 언급했죠.

지난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SK AI 서밋 2025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오프닝 스피치를 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지난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SK AI 서밋 2025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오프닝 스피치를 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SK그룹도 같은 주에 앞서 AI 전략을 발표했네요.

-맞습니다. SK는 지난 3일 코엑스에서 'SK AI 서밋 2025'를 열었습니다. 최태원 회장은 "AI 수요가 전 세계적으로 너무 빠르게 커지고 있다"고 말하며 연설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40여 분간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AI를 도입하고, 에이전트 서비스가 늘어나면서 GPU 사용량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여기에 각국이 '소버린 AI(자국형 AI)' 구축에 나서면서 수요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커지고 있다고 짚었습니다.

최 회장은 "이제는 GPU를 얼마나 많이 갖고 있느냐의 경쟁이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대신 메모리(HBM), 전력, 데이터센터를 함께 설계해 효율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SK는 이런 구조를 직접 만들겠다는 계획을 내놨습니다. 네이버가 AI로 무엇을 만들 것인가에 초점을 맞췄다면 SK는 공급 받은 GPU를 어떻게 활용할까를 먼저 본 셈입니다.

-일각에서는 네이버가 국가 사업급 인프라를 받는 만큼, 최수연 대표가 GPU 전략에 더 힘을 줬어야 한다는 아쉬움도 나온다고요.

-최수연 대표가 GPU 전략을 언급하지 않은 건 아닙니다. "국내 최대 수준의 인프라를 구축 중이며 GPU 인프라도 충분히 확보해 두었다"고 밝혔습니다. 판교와 세종을 잇는 '피지컬 AI 테스트베드'도 곧 가동할 계획이라고 했죠. 다만 이번 '단25'가 AI 단독 행사가 아니라 네이버 전체 서비스를 포괄하는 콘퍼런스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서비스 중심 접근은 이용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GPU 활용 전략의 비중이 적었다는 의견은 나왔습니다. 네이버는 정부로부터 엔비디아 GPU를 6만장 배정받아 SK그룹보다 1만장 더 많은 물량을 확보했습니다. 그만큼 국가 인프라 차원에서 중심 역할이 기대된다는 점에서 인프라 전략에 대한 메시지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는 시선을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최태원 회장은 "샘 올트먼이 월 90만 개의 HBM을 요청할 만큼 GPU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며 한국 기업들이 효율적인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현실적인 접근 방식을 보였습니다.

-국가 경쟁력 향상에는 어느 기업이 방점을 더 찍었다고 봐야 할까요.

-같은 맥락에서 SK의 비전이 국가 AI 역량 강화와 더 맞닿아 있다고 평가됩니다.정부가 추진 중인 'AI 3대 강국' 전략과도 결이 같습니다. 비단 SK뿐만 아니라 다른 국내 기업에도 적용할 수 있는 논리죠. 네이버의 전략은 이용자 경험 개선에는 강점이 있지만 국가 차원의 인프라 경쟁력 강화 어젠다와는 비교적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두 기업이 제시한 전략이 앞으로 국내 AI 산업에 어떤 영향을 줄까요.

-요약하면 지난주 진행된 컨퍼런스에서 SK는 '국가적 인프라 경쟁력 강화', 네이버는 '생활 속 AI 서비스 확산'에 초점을 맞췄다고 볼 수 있습니다. SK와 네이버뿐만 아니라 엔비디아 GPU를 받은 기업들 모두 다양한 시선으로 AI 산업을 바라보고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앞으로 기업간 경계를 허물고 활발한 논의로 'AI 3대 강국' 목표로 나아갈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kimsam11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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